홀로 마시는 술 예찬

홀가분한 행복이 언제이던가

나를 떠나 나를 잃어버릴 때더라

하지만 도인이나 성인은 모르겠으나

나 같은 범인에겐 산 너머 산이더라

평소 맑은 정신엔 가당치도 않고

오히려 나를 모으고 집중케 되더라

▲ 출처 : 나딘 en Twitter. 혼 술, 어둠은 짙어가고 주변은 고요한데 넘치는 술잔은 그칠 줄 모르네.

다만 술 몇 잔에 정신 줄이 오락가락해지면

그때야 비로소 떠나고 잃게 되더라

술을 왜 마시고 싶은가

이같이 나를 잃고 떠나기 위함이다

술 몇 잔 들이키면

몸부터 녹아 노글노글해지고

정신은 혼몽에 빠져 흐리멍덩해지며

심신은 갈 길 잃고 미약상태에 이르니

나를 얽맸던 모든 끈은 풀어지고

자유와 해방의 시공간으로 떨어지더라

 

술이 해롭다고들 하지만

술은 몸과 맘을 이어주는 혈이요

심신과 영혼을 이끄는 동력이더라

해롭기만 한 것이 어디 있고

이롭기만 한 것이 무엇인가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이롭기도 하고 해롭기도 하는 것을

심신이 쾌청해야 영혼도 쾌청치 않겠는가

어찌 술을 마시지 않겠는가

▲ 출처 : 의료정보모바일사이트. 혼 술, 술아 넌 나를 외면치 않는구나! 한 판 걸치게 놀아보자.

홀로 마신 술은

천아지일체주(天我地一體酒)라

거나하게 취하니 몽롱하여 해롱해롱

정상 비정상을 따질 게제가 아니고

꿈인지 생시인지 가리고 싶지도 않더라

땅이 내 몸인지 하늘이 내 몸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지만

어줍지 않은 나를 떠나 잃게 되니

드디어 천지만물과 일체 되지 않는가

이 아니 기쁘고 즐겁지 아니한가

경이로운 인생환희에 달하더라

 

술 몇 잔에 이 경지에 이를 터인데

어찌하여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으랴

내 여태 많은 이를 만나고 헤어졌건만

술아 ~ 너 만한 벗은 없더라

넌 언제 찾아도 이래저래 핑계치 않고

늘 환한 얼굴로 반겨주더라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아

이보다 좋을 수가 어디 있으랴

술아! 오늘이 가기 전에 한판 놀아보자

 

백호 임제는 황진이 무덤 앞에서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웠는다

홍안은 어데 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 부어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이렇게 노래했다 하지만

비록 무덤조차 찾을 이 없어

나 홀로 마시는 술잔이라 해도

이 세상 어찌 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태평 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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