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설 연휴 때, 고향 제주에서
2012년 1월 설 연휴 때 고향 제주에서 제주 올레길 14-1코스, 한림에 있는 한림공의 식물원, 우도 등 몇 군데를 찾았다. 그때 찍었던 수선화, 유채꽃 등 겨울 꽃, 송악, 귤 익는 모습, 우도에서 바라보는 지미봉 등의 사진을 다음 카페 '송홍선의 풀꽃 나무 둘러보기'에 게재한 적이 있다. 그 글과 사진을 가지고 와 소개하고자 한다.
2011년에 필자가 출간한 시집 '애기똥풀'(고인돌 출판사)에 실린 시를 곁들여 소개하겠다. 아름다운 제주 자연에 한 번 빠져보시기 바라면서......
하우스 귤/김광철
저 색조를 무엇에 비유해야 가장 어울릴까
임진년 새해 첫날
동해 바다의 여명을 가르고
불끈 솟아오르는 태양빛이랄까
저 풍만함은
어렵사리 첫아이를 출산한
아기 엄마의 젖가슴이랄까
잎새 뒤에 살짝 숨어
수줍은 듯 살포시 내미는 저 볼은
면사포 속에 살짝 고개 숙인
신부의 얼굴이랄까
문리가 짧고
필력의 한계로
표현의 곤궁함을 이보다 더 절감할 수는 없다
수선화를 향한 사랑/김광철
맥풀림
힘없음
짜증
.............
사랑도
존중도
억지로 되는 건 없지
모든 것은 마음이다
너의 영혼을 부여잡기 위하여
거추장스러운 몸부림은 싫다
지나친 제스처로 허풍을 떠는 것도 싫다
다만 최소한의 성의로
나의 진심과 진실이 공명이 된다면
그 자체로 희열이고 행복이거늘
나의 정성과 성의가 부족한가
짐이 되고, 혹이 되는가
천 원짜리 지폐 밀어 넣어
자판기에서 뽑아내어
훌훌 털어 마시다 남은
식어버린 한 모금만 남아있는
캔커피의 자화상이런가
.................
사랑하고 싶다
이 나이에
그의 지성과 열정을 말이다
한낮에 이글거리는
강렬한 태양처럼은 아닐지라도
오후 네 시에 내리 쪼이는 태양처럼
가을 밤하늘에 비치는 초롱한 별빛처럼
마음을 열고 싶다
그의 여린 가슴을
시리도록 하얀 눈 비집고 돋아난
청초롬한 얼굴에 노란 립스틱 짙게 바른 수선화를
꼭 끌어안고 짙은 입맞춤으로
노랑물 함께 들고 싶다
너를 향한
살 떨리는 그리움이 있기에
옷매무새 가다듬는 정성이 있고
나의 노래에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고
나의 손바닥에 너의 손바닥 쳐야 소리가 나거늘
내 손 내밀게 너의 손바닥 다오
내 입술 내밀게 네 입술 다오
사랑하오
사랑하오
살 떨리는 사랑을 한다오
<김광철 시집, '애기똥풀' 중에서>
유채꽃/김광철
철도 아닌데
웬 노랑나비들이
이리도 어지럽게 날아들었나
향기에 취하고
초록에 잡혀
우듬지에서 곡예를 하듯이
절기도 거꾸로 매달려 졸고 있질 않은가
벌써 열매를 맺고
또 나비가 되어
날개를 접고 앉은 품에서
처음 찾는 나그네의 뇌세포를 흔들어 놓으니
마구 혼란스러워 정리를 할 수가 없다
제주의 정월은 저물 줄도 모르는가
송악/김광철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날
울타리에 동동 매달린
내 애인 유두 같은 열매여
너의 풍성함은
먼나무에 비유될까
개요등과 비교될까
네 심줄 같은 줄기는
보는 자체로 그대로 강인함이다
돌담을 휘감고 감싸
눌러 붙는 네 흡착력은
낙지도 혀를 내두르고 지날 거다
어릴 적 족대 잘라
장난감 총 만들어
네 열매로 양쪽 구멍 꼭꼭 막고
쏘아대던 그 소리
퐁,퐁, 피용, 피용
귓가를 간질여 감칠맛 나는 소릴
흉내낼 적당한 방법이 없다
단단히 막아 쏘는
대나무 총구에서
연기도 살짝 피어오른다
송악 총 맞은 친구
다치진 않지만 아프긴 아팠지
이 보다 더 좋은 장난감 있었는가
어릴 적 농경시절을 살았던
40, 50대 이후 세대들아
놀이마저 자연을 떠나니
인간이 어디쯤에서나
자연과 상생 선언을 할는지 답이 없다
세상이 망하고
종말이 오지 않고는
설명을 할 수가 없는 난제 중의 난제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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