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설 연휴 때, 고향 제주에서

▲ 제주에 딸린 섬 '우도'에서 바다 건너 종달리에 있는 '지미봉'을 바라보면서 찍은 사진이다. 산호 모래사장에 드리운 에메랄드 빛 바다 물빛이 한없이 아름답지 않은가?

2012년 1월 설 연휴 때 고향 제주에서 제주 올레길 14-1코스, 한림에 있는 한림공의 식물원, 우도 등 몇 군데를 찾았다. 그때 찍었던 수선화, 유채꽃 등 겨울 꽃, 송악, 귤 익는 모습, 우도에서 바라보는 지미봉 등의 사진을 다음 카페 '송홍선의 풀꽃 나무 둘러보기'에 게재한 적이 있다. 그 글과 사진을 가지고 와 소개하고자 한다.

2011년에 필자가 출간한 시집 '애기똥풀'(고인돌 출판사)에 실린 시를 곁들여 소개하겠다. 아름다운 제주 자연에 한 번 빠져보시기 바라면서......

▲ 한가롭게 먹이를 먹고 있는 제주 조랑말들과 돌담 밭, 돌무더기, 유채 등이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제주다운 이색적인 풍경에 푹 삐져본다.
▲ 제주 올레 14-1코스를 돌다가 어느 감귤 하우스 안에서 찍은 탐스런 귤의 모습입니다.

 

하우스 귤/김광철

 

저 색조를 무엇에 비유해야 가장 어울릴까

 

임진년 새해 첫날

동해 바다의 여명을 가르고

불끈 솟아오르는 태양빛이랄까

 

저 풍만함은

어렵사리 첫아이를 출산한

아기 엄마의 젖가슴이랄까

 

잎새 뒤에 살짝 숨어

수줍은 듯 살포시 내미는 저 볼은 

면사포 속에 살짝 고개 숙인

신부의 얼굴이랄까

 

문리가 짧고

필력의 한계로

표현의 곤궁함을 이보다 더 절감할 수는 없다

 

▲ '계요등'이라 하여 여름날 마치 종 모양을 한 작고 하얀 꽃들이 덩굴 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듯 꽃 모양이 참 예쁩니다. 식물체에서 닭의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제주 현무암 돌담에 피었다 지고 남은 열매가 황금색을 띄고 있는 모습이 참 이색적이지요?
▲ <여우콩> 14-1코스를 돌면서 길가 덤불에서 만난 여우콩. 열매 달린 모습이 마치 여우의 두 눈을 연상케 한다고 하여 붙여진 식물 이름이다.
▲ 14-1코스 입구에 있는 저지오름을 오르는데, 눈발이 날리더니 금세 하얀 눈이 살짝 덮인 야산고비의 모습이 신비롭다.

 

▲ 협재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한림공원의 야자나무들과 잘 손질된 향나무들 모습
▲ 한림공원에서 만난 제주 수선화가 한겨울을 밝히고 있다.

 

수선화를 향한 사랑/김광철

                        

맥풀림

힘없음

짜증

.............

사랑도

존중도

억지로 되는 건 없지

모든 것은 마음이다

너의 영혼을 부여잡기 위하여

거추장스러운 몸부림은 싫다

지나친 제스처로 허풍을 떠는 것도 싫다

다만 최소한의 성의로

나의 진심과 진실이 공명이 된다면

그 자체로 희열이고 행복이거늘

나의 정성과 성의가 부족한가

짐이 되고, 혹이 되는가

천 원짜리 지폐 밀어 넣어

자판기에서 뽑아내어

훌훌 털어 마시다 남은

식어버린 한 모금만 남아있는

캔커피의 자화상이런가

.................

사랑하고 싶다

이 나이에

그의 지성과 열정을 말이다

한낮에 이글거리는

강렬한 태양처럼은 아닐지라도

오후 네 시에 내리 쪼이는 태양처럼

가을 밤하늘에 비치는 초롱한 별빛처럼

마음을 열고 싶다

그의 여린 가슴을

 

시리도록 하얀 눈 비집고 돋아난

청초롬한 얼굴에 노란 립스틱 짙게 바른 수선화를

꼭 끌어안고 짙은 입맞춤으로

노랑물 함께 들고 싶다

 

너를 향한

살 떨리는 그리움이 있기에

옷매무새 가다듬는 정성이 있고

나의 노래에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고

나의 손바닥에 너의 손바닥 쳐야 소리가 나거늘

내 손 내밀게 너의 손바닥 다오

내 입술 내밀게 네 입술 다오

 

사랑하오

사랑하오

살 떨리는 사랑을 한다오

 

<김광철 시집, '애기똥풀' 중에서>

 

▲ 역시 한림공원에서도 예외 없이 유채꽃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 철이 아닌데 말이다.

 

유채꽃/김광철

 

철도 아닌데

웬 노랑나비들이

이리도 어지럽게 날아들었나

향기에 취하고

초록에 잡혀

우듬지에서 곡예를 하듯이

절기도 거꾸로 매달려 졸고 있질 않은가

벌써 열매를 맺고

또 나비가 되어

날개를 접고 앉은 품에서

처음 찾는 나그네의  뇌세포를 흔들어 놓으니

마구 혼란스러워 정리를 할 수가 없다

제주의 정월은 저물 줄도 모르는가

▲ 백사장을 향해 밀려오다 현무암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협재 해수욕장의 파도치는 바닷가의 모습
▲ 협재 해수욕장의 고운 모래와 그 앞에 떠 있는 제주에 딸린 섬, 비양도의 모습
▲ <송악> 남부지방과 제주도 돌담이나 나무 등에 붙어서 살아가는 덩굴성 목본 '송악', 이 열매를 잘라 만든 장난감 총의 앞뒤를 막아 쏘면서 놀았던 추억의 식물이다.

 

송악/김광철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날

울타리에 동동 매달린

내 애인 유두 같은 열매여

너의 풍성함은

먼나무에 비유될까

개요등과 비교될까

네 심줄 같은 줄기는

보는 자체로 그대로 강인함이다

돌담을 휘감고 감싸

눌러 붙는 네 흡착력은

낙지도 혀를 내두르고 지날 거다

어릴 적 족대 잘라

장난감 총 만들어

네 열매로 양쪽 구멍 꼭꼭 막고

쏘아대던 그 소리

퐁,퐁, 피용, 피용

귓가를 간질여 감칠맛 나는 소릴

흉내낼 적당한 방법이 없다

단단히 막아 쏘는

대나무 총구에서

연기도 살짝 피어오른다

송악 총 맞은 친구

다치진 않지만 아프긴 아팠지

이 보다 더 좋은 장난감 있었는가

어릴 적 농경시절을 살았던

40, 50대 이후 세대들아

놀이마저 자연을 떠나니

인간이 어디쯤에서나

자연과 상생 선언을 할는지 답이 없다

세상이 망하고

종말이 오지 않고는

설명을 할 수가 없는 난제 중의 난제다

 

▲ 한경면 조수리에 있는 평화공원 뒤 가마오름에서. 억새를 앞에 두고 사진으로 찍어서 바라보는 눈덮인 한라산과 그 발치에 펼쳐지는 올망졸망한 오름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 <종가시나무> 14-1코스 중간에 만난 종가시나무(상록성 참나무)의 열매, 제주에는 종가시나무 등의 상록성 참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 <사스레피나무> 우리나라의 남부지방과 제주 등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상록성 관목이다. 사스레피나무의 열매는 겨울철 야생 조류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 <멀구슬나무>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자생하는 멀구슬나무의 잘 익은 열의 모습이다. 내가 어릴 적에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저 열매를 많이 따먹곤 하였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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