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산다

        -김형효
 

아부지 하고 
엄마 하고
할아부지, 할매 하고

사람은 다 그렇게 태어나
사람은 다 그렇게 살아가

세상에 땅을 일구고 살 때
그 세상에 없던 일들이 지금
아부지 하고 엄마 하고
할아부지, 할매 하고 
그렇게 살던 판을 흔든다네.

진보도 보수도
보수를 받는 노동으로 살며
그 소중한 기본적 삶의 기반을 뒤엎어 버리고 있네.

나는 내 뜻과 무관한 진보주의 시인이라고
뜻 없이 사는 지배 권력자들에 의해 나뉘어지고
아부지 하고 엄마 하고
할아부지, 할매 하고 
따뜻한 가족처럼 살아온 이 민족이 외면되고
어느 날 자본주의를 받아모시고 살아가다
그 승자로 군림한 재벌에 대적한다는 명분 하나로
파시스트처럼 변해가는 한국의 노동계급이 무섭다.

민족도 이웃도
가족도 부모도 보통 사람들도 
계급 밖에서 모두가 외면되어 버리는 
오직 노동계급만이 우선이 되어버린 해방이 두렵다.

노동하되 노조가 없고 
노동하되 계급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편견으로 가득찬 지성으로 외면해버리는 그들이 무섭다.

친일사대, 친미사대에 갇힌 나라에서
민족을 회복하고 통일을 기약하자는 논의조차
친일, 친미주의 망령과 자본의 패권이 내세우는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에 싸워 맨살로 이겨보겠다며
핵심이 되어야할 아부지, 엄마
근본이 되어야할 할아부지, 할매의 뜻도 외면한 채
오직 노동해방의 꿈에 갇혀
자신들보다 더 열악하고 열악한 자들을 구할 
승리의 방정식인 더 큰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
더 큰 승리, 더 큰 공감이 확실히 승리하는 길인 것을,
오직 상위 노조운동의 주도권을 쥔 흐름에만 빠져
일어서지 못하고 사는 슬픈 노동을 짓밟아 버리고 
사람을 외면하는 노동해방의 계급의식은 무엇인가?

나는 오직 사람 
그렇게 아부지 하고 엄마 하고
할아부지, 할매 하고 
그렇게 하나되는 것이 우선되고 나면 
승리하는 노동운동과 모든 종류의 평등, 평화가 있으리라 믿고 믿는다.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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