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

<신종 플루와 신종 코로나의 닮은 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현상을 보면서 2009년 신종 플루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가족이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두 딸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학교와 지역에서 고립되었고,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함께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지난 토요일부터 시작된 신종 플루 소동이 어제 확진을 받으며 일단락 마감되었다.

이제 확진자 동거가족으로서 2라운드가 시작된다. 1라운드를 경험하며 드는 문제의식 몇가지.

확진을 받은 사람이 죄인인가?

의사는 확진자가 1만 명이지만 실제로는 수 십 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처음 동네병원에서 감기인줄 알고 처방받은 약을 먹고 아이는 증세가 거의 다 없어졌다.

목이 좀 아프고 기침을 가끔 하는 정도. 그런데 이건 해마다 환절기면 일어나는 증세다. 더이상 열도 없다. 아이가 검사를 받아서, 확진 판정이 나서 그렇지 안 받았다면 아무도 모르고 지나갔을 거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리에 얼마나 넘쳐날까?

그런데 "확진"이라는 것이 '주홍글씨'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의사에게 언제 다시 오면 되냐고 했더니,

"타미플루 5일 동안 먹고 그냥 학교가면 돼요. 병원에 다시 와서 검사받을 필요 없어요." 했지만 학교보건실에서는 확인서를 떼야만 학교에 다시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충분히 이해되는 말이다. 하지만 확인서를 떼어가도 혹시 다른 아이들이 '괴질'보듯 피하진 않을까?

학교에 소문이 퍼져 학부모들이 우리 애랑 놀지 말라고 하진 않을까? 다른 아이가 기침만 해도 우리 아이 때문이라고 탓하지 않을까?

이건 나만이 느끼는 걱정은 아닌 듯하다.

의사가 '확진결과'를 통보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사전 설명을 한참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감기나 마찬가지에요... 언론에서 너무 크게 다뤄서 그런데요...괴질같은 전염병 같이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요....그런거 아니구요..."

돈 없는 사람은 검사도 예방도 못한다!!!

동네 병원에서 1차 검사 2만원. 독감 양성반응이 나와 빨리 대학병원에 가라고 했다. 12시에 맞추느라 무진 애를 썼는데 알고 보니 독감 클리닉은 토요일엔 무조건 응급실이었다.

1시간 20분 기다려 가글 하나 처방 받고 신종 플루 검사비 합해 17만 몇 천원. 검사비만 합 20만원. 오늘 큰아이 검사는 14만 5천원. 작은 아이는 타미플루는 무료지만 다른 약도 처방받고 의사 얼굴을 봤기 때문에 2만원. 나는 당시 공공근로를 하고 있었다. 공공근로하는 노동자가 일가족 검사받으려면 한 달치 월급이 나간다. 어디 무서워서 검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전염되지 않으려면, 남에게 전염시키지 않으려면 마스크 하라고?

▲ 한겨레 백소아 기자

내가 아이들과 병원에 가며 마스크 3개를 샀다. 6천원. 일회용이다. 병원에 1시간 머무르며 사용하고 버렸다. 일회용이니까. 보통 2~3 천 원 하는 일회용 마스크를 기꺼이, 충분히, 일상적으로 사용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언론에서는 연일 신종 플루가 환절기에 대 유행할거라 떠들어대고 대고 있지만, 내 생각엔 환절기라는 객관적 요인 외에도 신종 플루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돈의 논리가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종 플루가 이미 지역사회감염의 주류를 이루는 마당에 더욱 취약한 건 서민들이다. 다른 질병들이 그러하듯이. 국가적 재난이라 떠들거라면 모든 검사료와 치료비를 무상으로 해야 한다. 신종 플루 감염자를 사회적으로 낙인찍으며 좋은 뉴스거리로만 삼지 말아야 한다.

2020년 신종 코로나는 2008년 신종 플루 때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우리는 병과 싸워야 하는데, 병에 걸린 사람을 혐오하고 소외 시킨다. 혐오와 소외가 오히려 병을 키운다. 낙인이 두려워 숨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해서 음성이 나오면 검사비, 진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마스크는 500원 ~1,000원 하던 것이 4,000원에 이른다. 돈이 있어도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일회용 마스크를 비용 때문에 일주일 씩 사용하거나, 아예 하고 다니질 못한다. 빨아서 쓸 수 있는 면 마스크라도 구입하려 해도, 방송에서 면 마스크는 효과가 없다고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마스크 생산이 하루 1,200만개이지만 부족하다. 부족한 일회용 마스크를 가난한 사람들이 구입하는 건 더 힘들다. 국가의 재난 상태에 맞춰 신종 코로나 진료비, 검사비를 음성, 양성에 관계 없이 무료로 하고, 마스크 생산과 유통을 일시적으로 국영화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신종 플루 대처나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응도 개인에게 능력껏 각자도생하라고 한다. 이래저래 가난한 사람들만 죽어난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고현종 주주통신원  ptparty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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