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던 코로나가 '신세계 천지' 종교 활동으로 온 나라를 뒤집어놓아

 
  코로나 대한민국 백성들은

                          - 김 광 철

 

▲ 지난 2월 23일 제주 서귀포 '매일 올레 시장'에도 평소 휴일에는 내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지만 코로나 여파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삼십 번에서 한숨을 돌리는가 했더니 이게 웬 말인가

대구와 경북이 앓고 죽어가고 있단다

아니, 온 나라가 앓고 죽어가고 있다

예수님이 세상을 구원했다는데

하느님과 예수님을 찾는 사람들 말이 종파마다 다 다르다

만물을 창조했다는 하느님은 모든 사람의 하느님일진대

신음하는 사람들 외면하고 그들만을 위한 세상을 노래하다

십 수 명이 죽어가고 수천 명이 신음하는데, 숨어 다니기 바쁘고

정치 목사는 사람들을 광장으로 모이라고 철창 안에서도 목소리 높다

 

▲ 2014년 2월, 제주 서귀포 이중섭 거리의 매화꽃

 

창밖의 매화는 여느 해와 다름없이

하얗고 붉은 꽃망울 터뜨리며 봄을 흔들어 깨우고 있거늘

코로나 추위에 온 나라가 꽁꽁 얼어 있다

코로나가 방송과 신문을 뒤덮은 지가 벌써 한 달이 넘거늘

민초들의 삶보다는

깔고 앉은 의자가 넘어질라

그 의자 꿰차 볼라

역병을 퍼뜨린 종교인들에게 질책도 못하면서

슬슬 그들 표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가

몸과 맘이 아픈 백성들 생각은 뒷전이고

입만 열면 상대 탓하기 바쁘다

“마스크, 마스크, 세정제, 세정제, 민생불안, 경제, 서민경제......”

"마스크 한 장이 사천 원이란 말이야?"

"어떻게 온 가족이 매일 바꿔 끼고 다니겠나?" 

푸념 소리에

봄은 언덕 언저리 저만치에서 맴돌다 자지러져 있다

 

▲ 제주 제2공항 반대 도보순례에 참가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일부 일정이 취소 되어, 2020년 2월 22일 제주 사려니숲 길에서 만난 봄을 알리는 한라복수초들

 

전철역 입구에서 도라지 까서 파는 할머니 손놀림도 하릴없어 멈추고,

천 원짜리 지폐 몇 장 챙기기나 하셨을까

일톤 트럭 과일 장수 아저씨의

풀기 없이 손님 부르는 소리는 도회지 골목을 배회하다 고꾸라진다

골목식당 아저씨, 아줌마의 초저녁 문 닫는 소리 가슴 미어지는데

폐지 줍는 등 굽은 선실 할머니는 오늘도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신다

한국인을 코로나 병균 취급하며 막아서는 나라들만 탓할 수 있으랴

 

▲ 2015년 4월 서울 망우리 공동묘지에 있는 박인환 시인의 묘소 인근에서 만난 진달래와 개나리 꽃

 

병원 문 닫고 코로나 현장으로 달려가는 수백 명의 의사, 간호사들

그들 잠이라도 편히 자라고 손님 받지 않고 방 내놓는 사장님,

마스크 한 장이라도 사라고 보내오는 이웃의 마음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염색도 못해 빛바랜 새치 머리가 애처롭다

우리는 오늘 아이엠에프 금을 모으는 마음으로 공동체임을 확인하면서

이 겨울을 이겨낼 것이다

저기 봄꽃 향기에 취한 벌, 나비 넘나드는 언덕이 보이지 않는가

매서운 괴질, 코로나 서북풍 이겨내고

진달래, 개나리 만발한 봄을 맞을 것이다

봄이여 성큼 오시라 

 

▲ 2012년 섬진강 변 쌍계사 들어가는 입구의 벗꽃 길에서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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