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날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날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리하여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무념무상이 되고
또한 뜻하지 않게 묵언수행을 하기에 이르렀다.


나만 그런 건지
다른 누구도 그런 건지
아직은 확인할 수 없다.
해서 가까운 지인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다.

 

세상 천지에
나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 사실을 알려야하겠기에.

 

그러자 그 지인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왜 그러냐고? 겁이 난다고.

 

하지만 이건 자살의 전조도 아니고
우울증이라던가 무기력 증세와는 다르다.

 


이건 뭔가 세상과 동떨어져 있고 싶다는
내면의 욕구이다.
오늘 하루 종일 그럴지
오후에는 조금 달라질지
내일 모레 글피까지 이어질지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그러다가 홀연 깨달았다.
나에게서 일과 활동과 생각을 비우게 된 연유를.

 

그러니까 오늘은 나를 비우고
이웃의 마음을 헤아리는 날인 것을,
무언가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할 때라는 것을.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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