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문화의 거리로 널리 알려진 인사동. 하지만 전통은 사라지고, 장사꾼만 남았다는 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하지만 시와 노래와 연극이 어우러지는 감성문화공간이 있다. 이름하여 시가연(詩歌演).

▲ 시가연 입구

이곳은 20년 동안 시낭송을 해온 이봄비(春雨, 61세)씨와 부인 김영희(58세)시인(詩人)이 꾸려가는 공간이다. 이봄비씨의 원래 직업은 건축설계사. 하지만 시낭송을 좋아하고, 시 쓰는 부인과 더불어 행복한 일을 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종각역 인근에서 詩가 있는 생맥주집 '가연'을 운영했었는데 재개발에 떠밀려 2014년 2월에 인사동으로 옮겼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던가? 인사동으로 옮기면서 이름도 시가연으로 바꿨다.

이사는 2월에 했지만 리모델링을 하느라 개업을 4.19혁명일로 잡았다고 한다. 그 사흘 전에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나라 전체가 초상집분위기였다. 2014년 4월 19일자 한겨레에 실린 김선우시인의 조시를 낭독하는 것으로 개업식을 했다니 진정한 개념가게다. 이곳에선 많은 일들이 진행된다. 우리 가곡 부르기, 이규호의 판소리, 시낭송 클리닉, 박제광의 시노래 콘서트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모임의 공간으로 장소를 빌려주기도 한다.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일하지만 행사나 공연의 뒤풀이가 있는 날에는 자정을 넘기기가 일쑤다.

▲ 시가연 입구

전통차와 주류를 판매하며 예약에 한해서 연잎밥도 가능하다. 02)720-6244
도로명주소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52 / 옛주소 :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74번지.

한겨레와의 인연도 독특하다. 종각에서 가연을 운영할 때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모임이 있었다. 그때 한겨레를 판촉하던 직원이 매몰차게 거절당하는 걸 보고, 신문을 넣어달라고 했단다. 시인의 감성이 작용한 걸까?  아무튼 그때부터 4년째 한겨레를 구독하고 있다. 한 번은 (주)한우물의 대표인 강송식사장이 가게에 있는 한겨레를 보고는 주주로서 고맙다고 손을 맞잡은 일화도 들려준다.

▲ 인사동14길
▲ 빼곡하게 적혀 있는 시가연 일정표
▲ 빼곡하게 적혀 있는 시가연 일정표
▲ 이봄비, 김영희 부부
▲ 사진작가들의 전시 작품
▲ 작가들이 후원하는 아이들 작품. 한뼘 갤러리
▲ 매주 화요일엔 판소리 공연 뒤에 일반인 참가자가 소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전문가 공연이 있고, 뒤풀이에서는 누구라도 노래를 할 수 있다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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