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둥글다

               -권말선


지구가 당겨주는 공평한 중력을 딛고
공평하게 쏟아지는 볕으로 몸을 덥히고
선물과도 같은 세상을 누리면서도
너는 왜

모서리나 꼭지점, 넓은 면이나 좁은면
뾰족하거나 움푹 파인 차별 따위 없는
둥-그런 지구에 살면서
나는 왜

기울어진 삼각뿔, 비틀린 직육면체 
불공평의 세상에 던져진 것도 아닌데
금방이라도 싸울 듯 얼굴 붉히나
우리는 왜

지구는 둥글고 공평하건만
불공평한 세상을 만들고 있는
지독한 이기심을 내려놔야해

'욕심'이란 이름의 화살이 마음을 뚫고 나와
'차별'이란 이름의 화살이 손가락 끝을 떠나
여기저기 상처를 내다 결국
자신에게 꽂히리란 걸
왜 모르는걸까

뾰족한 눈빛으로 나를 찌르지마
얼룩진 네 욕심을 강요하지마

색깔도 땀도 힘도 그 무엇이라도
우리 사는 지구를 닮아 공평하도록
함께 손잡고 욕심을 무릎 꿇리자
함께 손잡고 모든 차별 끊어내자
지구 밖으로 날려버리자

지구는 둥글다
지구는 둥글다
우리는 둥글다
 

▲ '세계시민'. 붓판화. 2003년 김봉준 작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권말선 주주통신원  kwonbluesun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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