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3일, 나는 송홍선 박사, 이희천 선생과 함께 1박 2일 추자도로 식물탐사를 간 적이 있다. 그때 만났던 추자도의 겨울 식물들 몇 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주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다. 추자도는 행정구역상 제주도에 속한다. 일제 이전 조선 시대에는 전라남도 영암군에 속해 있던 섬이다. 1914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제주도 부속 섬이 된다.
제주도와 한반도 중간에 위치한 추자도는 제주도에서 45km, 해남에서는 35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상추자, 하추자, 추포도, 횡간도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추자도에 마을이 처음 들어선 것은 고려 원종 12년 때부터라 한다. 옛날 뱃길로 제주와 육지를 오가다 바람이 심하면 바람을 피해 가기 위해 기다리는 섬이라 하여 ‘후풍도’라 불리었다고 한다. 이곳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제주도에 속하지만 제주도에서와 같은 화산 지형이 아니고 우리나라 여느 남해안에 있는 도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전남 쪽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농사는 거의 짓지를 않고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을 하며 생활한다. 추자도는 제주도의 화산지형과는 전혀 다른 다도해 섬 지형인 리아시스식 해안을 이루고 있고, 대부분의 암석은 허연 색깔을 띠고 있는 응회암 종류이다.
식물은 다도해 지방 섬들과 비슷한 식생 분포를 하고 있는데, 사스레피나무, 동백나무, 보리밥나무, 돈나무, 까마귀쪽나무, 참식나무, 곰솔 등과 같은 상록수들과 천선과, 굴피나무, 보리수 등과 같은 낙엽수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초로 들여온 외국산 원예종 식물인 송엽국, 훈장국화(가자니아) 등도 만날 수 있었다. 추자도는 겨울에도 따뜻해서 갯쑥부쟁이, 감국과 같은 꽃들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이곳에는 천주교 111개 성지 가운데 한 곳인 ‘황경한(黃景漢)의 묘’ 가 있어 유명하다. 1801년 천주교의 신유박해 때 백서(白書) 사건으로 황사영은 사형을 당하고, 그의 부인인 정난주는 제주로 유배를 가다가 추자도에 들렀을 때 두살배기 아들 황경한을 추자도 바위에 두고 떠났다는 슬픈 이야기도 전해오는 섬이다. 황경한은 이곳에 사는 오 씨들에 의하여 키워지고 결혼을 하여 두 아들을 두었는데, 추자도에는 그 후손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황경한이 묻혀 있는 묘가 추자도에 있는데, 이곳은 천주교 성지로 선정되어 순례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고려 때는 목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하여 제주로 향하던 최영 장군의 들렀다고 하여 최영 장군의 사당이 있기도 하다. 추자도를 둘러볼 수 있는 제주 올레 18-1 코스가 또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올레길 중 하나가 있다.
추자도에서도 당아욱이나 덩이괭이밥, 유채 등의 귀화식물들과 송엽국, 가자니아, 제라니움 등 여러 종의 원예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잘 보기 힘든 맥도딸기, 개구리발톱, 아욱메꽃 등과 또한 잎이 특이하게 생긴 '송악'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남해안 섬이기 때문에 보리밥나무, 천선과나무, 까마귀쪽나무, 돈나무 등의 나무들과 왕갯쑥부쟁이, 등갈퀴나물 등은 겨울임에도 꽃이 피어있어 남해안 도서 지방에는 겨울임에도 꽃이 피어있는 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