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길

               -김형효


짙은 어둠 속을 걸어가다
깊고 깊은 수렁 속을 사색하다
한 걸음 걷다가 다 걸은 걸음처럼 절망하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처럼 더 걸을 수 없는 길가다
한반도를 걷고 걸었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생각에 미치던 것이 통일이다
하늘도 땅도 다 잇고 그것을 다 잇다 보면 통일이다
가족은 가족을 잇고 길은 길을 잇고 
너 먹던 공기나 나 먹던 공기나 그렇게 숨 쉬고 가다 
뒷 동산 오르던 발걸음으로 금강산도 가고 백두산도 가고
설악산도 오고 태백산도 오고 그러다가 짙은 어둠이 오면
동네 한 바퀴 마실처럼 주막을 찾아가자.
한 잔 막걸리 마시며 밤새 가던 길은 쉬어가고
깊고 깊은 수렁 속을 사색하던 사색은 잠시 멈추고
너도 나도 주야장창 빈 하늘 속절없이 쳐다보자.
가던 걸음 무엇이 급할 것이냐
그날이 오면 막다른 길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언제나 여유롭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언제나 희망처럼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한반도가 하나된 날이더라.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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