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한달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방콕’하는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카톡으로 지인들과 시시콜콜한 얘기 주고받기나 SNS에 접속하여 댓글로 분노를 표출하는 시간도 늘어가는데, 문제는 이러한 스트레스 풀기가 오히려 더욱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는 아예 카톡이나 TV재난방송이나 SNS 접속을 일체 끊고, 나 자신을 지구상 임의의 절해고도(絶海孤島)에 유폐시키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구글에 접속하여 남태평양 쪽에 눈을 돌리니 파푸아뉴기니 라는 섬나라 아래쪽에 ‘목요섬’(Thursday Island)이라는 작은 섬이 눈에 띄었다. ‘와~ <목요일 섬>이라니... 재미있는 이름이네...’ 하면서 오른쪽을 보니 맙소사, ‘웬즈데이(Wednesday Island)‘ 우리말로 ’수요일 섬’이 있는데, 아주 작은 섬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글위성 지도로 보니, 집이 하나도 없는 무인도처럼 보이고 위쪽에 모래톱이 좁게나마 펼쳐져 있어서, (마침 어제가 수요일이니) 이 섬으로 결정해버렸다.

▲ 원본 그림 : CLP00000b740383.bmp

그리고 마음속으로 ‘나는 지금 <수요일 섬>에 홀로 남겨져 해안 모래사장에서 저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자기암시를 서너번 중얼중얼거렸더니 정말 내가 그 섬에 혼자 있는듯한 강렬한 느낌과 더불어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래서 집 근처 한적한 까페에 가서 진한 커피 향기의 에스프레쏘를 한잔 마시며, 지난주에 구입하여 읽고 있는 (요즘 같은 때와 잘 어울리는) 까뮈의 ‘페스트’를 펼쳐 몰입해서 몇십 쪽을 내쳐 정독하였다. 그리고 몸이 근질거릴 때 까페를 나와서 인근 성내천변 공원을 면마스크를 하고 한가롭게 걸으며, 아래 “구절” 을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새봄의 기운을 만끽하였다.

~ “나는 지금 몸은 절해고도(絶海孤島) ‘수요일 섬에 있지만, 영혼은 이렇게 빠져나와 천변을 산책하고 있다.” (내일은 목요일이니 ‘수요일 섬’ 옆에 있는 ‘목요섬’으로 몸을 옮겨볼까나...?)

[참고] ‘웬즈데이 섬(Wednesday Island)‘ :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주, 토레스 해협에 위치한 작은 섬 (위도/남위 10.531812, 경도/동경 142.309049)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허익배 편집위원  21hip@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