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 별을 보며

김형효 주주통신원l승인2020.03.20l수정2020.03.20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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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초 우크라이나에서 머물 때 시집을 냈다.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된 러시아어 번역 시집이다. <어느 겨울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시집이다. 그러니 10년이 되었다. 그리고 네팔에서 지진구호활동 하던 중 출판하게 된 2015년 네팔어 번역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라는 제목의 시집이다. 그러나 온전한 시집이라는 느낌을 갖지 못했던 책이다. 그리고 여기 저기 메모인지, 시의 흔적인지, 삶의 흔적인지, 부스러기처럼 남은 잉여물들이 쌓여 있었다. 근간에 시집 출간을 종용하시던 분들도 계셨고 하지만 그럴 만한 여가가 없었다. 그러다 최근 한 지인께서 다시 제안을 해주셨다. 그래서 지난 작품과 페북에 올려오던 글들 그리고 여기 저기 흩어진 흔적 부스러기들을 주워모았더니 제법 넘친다.

그 중 사연있는 한 네팔 이주노동자의 시를 되새기게 되는 밤이다. 아래의 시가 그것이다. 어찌보면 이번에 모아본 시들은 대부분 그때 그때의 애달픔을 모아둔 그리움들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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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 별을 보며
      
- 치링 타망의 딸에게


어느 해 하도 총총히 빛나는 별이 빛나
지상의 슬픔을 다 품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너 나 없이 살다가 너 나 없이 간 사람들
그 해 나는 네팔의 산과 들과 히말 계곡을 걸었다.
거기 하늘을 반짝이는 별처럼 살다 간
지상을 반짝이던 별들이 살다 간
그렇게 살다 간 그들을 그리워하는 지상의 별들을 만났다.
그래서인가
하늘의 별처럼 슬프게 반짝이는 
지상에 별들이 반짝이는 곳이 있다.
네팔에 산과 들, 깊고 깊은 히말 계곡
거기 그들의 살과 뼈와 몸뚱이를 모두 무너트리고 간 지진
그 후 반짝 반짝이는 양철로 된 집들이 늘어서 
하늘에 신호를 보낸다.
밤에는 하늘에 별들이 
낮에는 지상의 양철집들이 
틈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스산한 도시의 겨울밤을 지내며
지진으로 서로를 잃어버린 네팔에 지상의 별들이
하늘의 별이 되어 
주고받는 반짝임이 되어 
교감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무서운 추위와 공포 속에서도 
더욱 빛나는 웃음을 가진 히말의 영혼들이 
차가운 밤바람을 타고 다가온다.
여기 그 지진으로 떠나간 아버지를 기억하는 아들
그리고 그 아버지를 모르는 딸이 있다.
아버지가 떠난 후 7개월 이 아리따운 딸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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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의 어린이들과 함께

● 치링타망은 한국에서 7년을 불법체류이주노동자로 일하다 지진이 나기 6개월 전 귀국했다. 한국의 생수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던 동생이 주말을 맞아 놀러오라고해서 형제가 만났다. 불운하게도 2015년 네팔대지진은 점심 식사를 마친 식당에서 동생과 함께 있던 형제를 함께 앗아가 버렸다. 그때 뱃속에는 3개월 째 유복자가 있었다.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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