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섭리와 문명의 일탈

심창식 편집위원l승인2020.03.31l수정2020.04.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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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위급한 상황에 빠지기라도 한걸까. 단말마적 비명이다. 처음엔 여인의 앙칼진 비명처럼 들리더니 점점 남자의 숨 너머갈듯한 거친 숨소리가 느껴진다. 연이어 들려오는 비명소리. 때로는 어미 잃은 간난아이가 하늘을 향해 애절하게 울부짖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공포와 두려움에 떠는 비명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대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하늘 위로는 섬광이 번득인다.  세상 천지에 이런 비명은 듣도 보지도 못했다. 

 

 

비명소리가 나는 곳을 두리번거리며 쫓아가본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봐야 한다. 비명을 지르게 된 근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 비명의 정체가 몹시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비명은 한 무리의 거대한 집결지에서 베어 나오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저들은 자신들을 일컬어 역사상 초유의 최첨단 문명이라고 으스대던 무리가 아닌가. 그렇게 잘난 체하며 어깨에 힘을 주던 무리들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을까.

 

 

신은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우쭐거리던 무리들, 신을 자신들의 애용물로 전락시키던 무리들, 하늘 알기를 세상의 때만큼이나 우습게 알던 무리들, 그들은 소위 인류라고 불리던 무리들이 아닌가. 그 무리들이 절벽 앞에 떠밀려 서있기라도 한 것처럼 일개 바이러스 앞에서 무기력한 상태로 울부짖고 있다니 !

물질문명으로 자신들의 행복을 일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던 그들이기에 더욱 비애가 느껴졌다. 비명을 지르는 저 무리들은 이제라도 신의 섭리에 귀 기울이게 될까. 문명이 저지른 일탈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나 한걸까.

 

 

그렇지 못할지라도 그 무리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문명이 예기치 않은 어느 시점에서 광적으로 변한다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 아니던가. 문명은 언제나 반역을 잉태하고 있으며, 문명의 어머니는 원시상태임을 이제 기억할 때가 되었으므로.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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