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속의 목소리가 말했다. “손 한 번 흔들어 주세요” 염주가 채워진 손목이 흔들렸다.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전달해 드릴께요”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목소리를 끝으로 14초의 영상이 종료되었다.

▲ 엄마 몸의 반은 움직이지 않는다.
나머지 반의 힘으로 엄마는 생을 버틴다.

엄마가 병원에 ‘갇혀’ 지낸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외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쓰러져 말을 잃고 반신불수가 된 엄마는 몇 년이나 불편한 몸으로 지내다 욕실에서 넘어져 뼈가 부러졌다. 간간이 걷기라도 했던 엄마는 이제 침대 하나만큼의 공간에서 하루를 보낸다.

병원에서 출입을 막기 전까지 일요일마다 엄마를 만나러 갔었다.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출입증을 받아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으면 누워있는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딸이 나와 아내가 짓고 있는 표정으로 내 옆에 서곤했다.

처음보는 우리는 알고 있었다.

우리는 곧 ‘예정된 죽음’ 혹은 ‘존재하는 죽음’과 곧 마주하게 된다는 것을.
자주 그 풍경을 보지만 결코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내 기억속의 엄마와 그때 엄마의 나이보다 더 나이든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엄마는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는 흐려진 엄마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나와, 지금 엄마를 내려다보고 있는 나도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그때는 서로가 나이들지 않아 몰랐던 것을 이제는 알아버렸기에 이 ‘다름’은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 닫힌 문이 열리는 시간에 그리움은 끝날 것이다.

나도, 아버지도, 내 동생들도 다녀가지 못한 지 벌써 몇 달 째, 오히려 엄마는 안하던 운동을 시작했고, 예전보다 자주 편안한 표정으로 병상에 앉아 계신다고 간호사가 전해 왔다. 가족을 보지 못하게 되자 엄마는 자기 스스로에게 의지하기 시작한 것일까. 닫힌 병실의 문은 언젠가는 다시 열리겠지만,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예감이 가시질 않는다.

언제가 될지라도 그 시간은 곧 오리니,
엄마,
그때까지 부디 잘 지내세요....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해인 주주통신원  logca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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