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멈춤에 대해
 
                    -김형효
 
 
웃음이 넘치던 봄날
꽃망울이 막 터져오던 아름답던 그날
2014년 4월 16일 그날은
맑은 눈망울이 찬란하던 삶을 기약하듯
모든 것이 가능한 세월이었다.
너는 그랬고 너희들은 그랬다.
4월의 빛처럼 대지가 싹을 틔우고
4월의 바람은 희망을 불어왔지.
 
그러던 어느 날, 그날 우리들에 걸음은 멈추었다.
그날 너와 나 우리들은 숨을 멈추었다.
그날 이후 그 물 속에 이야기가 산다.
너는 너대로 떠났고
나는 나대로 떠나 멀기만 하구나.
하지만 너희들 304인의 영혼은 
오늘도 물살을 가르며 눈물을 씻고 있어 
저 멀리 서해바다에서 동해바다 남해바다 
저 시리고 시린 북해바다에까지 얼음이 되어 얼었고 물살에 씻겨 거품을 물고 
이 가슴시리게 찬란한 봄날을 거슬러온다.
 
그렇게 너와 나 우리들의 모든 것이 멈추어버렸구나.
너는 너대로 떠났고
나는 나대로 떠나 멀기만 하지.
그러나 너는 내 곁에서 여전히 찬란한 2014년 4월 16일 그 봄날로 살아온다.
한해 가고 또 한해가 가고 오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봄으로 오고 있구나.
지금 304인의 304일은 지구를 몇바퀴쯤 돌고 돌았을까?
이제 천일을 지나고도 또 지나 흘러간 바람에 자국을 본다.
그렇게 얼굴을 감싸고 지낸지도 천일이 지나고 또 지났는데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에게 남은 이야기들 여전히
끝없어 맺지 못하고 서해바다에 출렁이고 있구나.
 
이미 멈추어버린 그날이건만 세상은 야박하게도
이제 그만하라하고 이제 그만하라하는구나.
제발, 일어나 한 걸음만
제발, 일어나 한 소리만
그래 제발, 일어나 한번만 울게 하라.
누가 이 세상과 함께 크게 울라고 한번만 말해준다면
너희들의 이야기가 다시 살 수 있을텐데
이 봄에 멈췄던 소리, 웃음, 짜증도 함께 꽃이 되어 필텐데
이제 물속을 걸어오는 너희들이 
물속 속삭임으로 다가오는 너희들이 
이 세상을 깨우고 오는 3년에 기나긴 멈춤은 
소리없는 바람과 하늘의 눈과 귀
해와 달과 별을 바라보며 끝낼 수 있을텐데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사진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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