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중순 경 캄보디아는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입항을 거부한 웨스테르담호 승객들을 하선시켰다. '캄보디아는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것으로 유명한 국가인데 어쩌려고 저러나? 참 겁도 없네.' 그런 생각을 했다. 박쥐가 사는 공원도 생각났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로부터 혹은 박쥐를 매개로 한 다른 동물로부터 전파된다고 한다. 박쥐는 깊고 어두운 동굴에서 사는, 인간과 접촉이 어려운 야행성 동물인데 어찌된 일인지 캄보디아에는 낮에 박쥐들이 돌아다니는 박쥐공원이 있다.

'Royal Independence Gardens' 내 큰 나무에 박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어떤 박쥐는 날아다니기도 하는데 날개를 폈을 때 가슴 부위가 황금색이다. 가이드 말로는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황금박쥐들이 모여와 살게 되었는데 낮에 나무에 매달려 쉬다가 저녁이면 무리를 지어 밀림으로 들어가 먹이사냥을 한 후 다시 돌아와 쉰다고 한다. 황금박쥐는 다른 박쥐와 좀 다르다. 숲에서 생활하지만 봄부터 가을동안은 나뭇잎이 무성한 가지에서 휴식하고 잠을 잔다. 그래서 박쥐공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훤한 도시 한가운데 박쥐들이 쉬고 있는 모습은 너무 낯설어서 좀 괴기스럽다. 

캄보디아는 남한 2배 면적이고 인구는 1,650만명이다. 산과 밀림이 30%이고 평지는 70%다. 우리나라에 비해 1인당 공간이 6~7배는 될 것 같은데.. 굳이 박쥐들의 서식지를 빼앗은 이유가 뭘까? 야생동물과 인간의 동선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질병은 증가한다고 하니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 박쥐를 보기만 해도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든다.

만약 '코로나19'가 캄보디아에서 대유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대다수는 병원문턱도 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캄보디아 의료수준은 낮다. '킬링필드'로 지식인, 전문직 종사자의 씨를 말려서도 그렇지만, 그 당시 파괴된 병원, 의과대학 등 기반시설이 아직도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의사 수는 1,000명당 0.2명, 한국은 2.3명이다. 유아사망률은 1,000명당 26.3명, 한국은 3명이다. 단순 숫자로만 비교해보면 한국 1/10 정도 의료수준을 가진 나라로 보면 된다. 가이드 말로도 캄보디아 사람들은 아파도 거의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갈 병원이 부족하단다. 자연과 더불어 욕심 없이 살다가, 60세 넘어 대부분 세상을 떠난다고 한다. 

▲ 어딜 가나 캄보디아 땅은 황토

캄보디아 국토는 평지가 70%라 농토가 많다. 캄보디아 농토는 붉은 퇴적토로 식물 성장에 아주 좋다고 한다. 쌀이 주된 작물이다. 대부분 재래식으로 삼모작을 한다. 가이드가 알려주는 삼모작 방식이 재미있다. 1모작은 씨를 뿌린 후 자라면 중간을 잘라 쌀을 수확한다. 2모작은 자른 곳에서 새싹이 나와서 자라면 벤다. 3모작도 2번 벤 곳에서 또 줄기가 나와 쌀을 수확할 수 있다. 삼모작이 끝난 줄기는 소가 뜯어먹게 한다. 소가 다 뜯어먹으면 밭을 간다.

▲ 삼모작이 끝난 벼를 뜯어먹는 소

쌀 외에 특산식물은 후추, 망고, 계피인데 모두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기른다. 강과 호수에서 잡는 수산물도 깨끗하다. 나무 열매만 가지고도 200년 동안 끄떡없이 산다. 수출도 1차 산업 위주로 쌀, 천연고무, 후추, 목재 등이다. 전통적으로 농업 의존도가 높았지만 점차 제조, 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앙코르 와트 관광사업으로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서비스업에 비해 제조업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한다. 첫째 기간산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특히 전기 사정이 좋지 못해 공장 가동이 어렵다. Made In Cambodia 제품을 찾기 힘들 정도다.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도 잠시 정전사고가 일어날 정도로 전기수급이 원활치 못하다. 일반 가정은 더 하다. 냉장고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이 거의 없고 심지어 부엌 조리기구가 없는 집도 많다. 이런 사정으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지 않고 싼 길거리 음식으로 한끼를 때우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고 한다. 작은 상점은 냉장고가 없어 아이스박스를 사용하여 냉장음료를 판다.

두 번째로 사회간접자본이 형성되지 못했다. 특히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하다. 캄보디아 도로는 오래 전에 외국에서 원조형태로 깔아주었는데 거기서 더 발전하지 못했다. 도로가 망가지면 망가진 대로 사용한다. 보수할 생각을 하지 않고 누군가 또 원조해주겠지 하고 기다린다고 한다.

이렇게 후진적 환경의 캄보디아지만 좋은 점도 있다. 미성년자 성매매하면 바로 30년 징역이다. 가짜음식 만들어서 팔아도 징역 30년이다. 이 두 가지만큼은 아주 철저히 적용한다고 한다. 얼마 전 집에서 만든 맥주를 하이네켄 캔에 넣어 판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30년 징역 판결 받았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를 안내한 한국인 가이드는 캄보디아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캄보디아 국민을 안타까이 여기고 애정을 갖고 대했다. 참 보기 좋았다. 차량 이동 중에 캄보디아 이야기를 할 때면 캄보디아인들에 대한 장점을 빼놓지 않았다. 제일 많이 한 말은 '거짓이 없다', '욕심이 없다', '착하다'란 것이다.

캄보디아는 1864년부터 1953년까지 90년 동안 프랑스 식민지였기에 프랑스 문화가 많이 배어있다. 불교 국가이면서도 크리스마스 파티를 성대하게 하는데 프랑스 파티문화가 그대로 전해져 온 탓이다. 춤추는 파티장이 동네 구석구석에 있고, 일주일 벌어 놀러가서 다 쓰고 올 정도로 노는 것을 좋아한다. 돈도 없고 가진 것이 없어도 낙천적이어서 국민행복지수만은 상위권이라 한다.

가이드는 "풍부한 농산물 덕에 먹을거리 걱정 없고, 날씨가 따뜻해 지붕만 있으면 얼어 죽을 걱정 없고, 순박한 마음으로 욕심 없이 사는 사람들이라 늘 행복을 느낀다."고 말해준다.

▲ 서바라이 호수

캄보디아엔 좋은 흙과 더불어 메콩강과 톤레샆 호수 등 수자원이 풍부하다. 여기에 더해 시엠립에는 서바라이(West Baray) 호수가 있다. 거의 1000년 된 이 호수는 앙코르시대 때 도시 거주 사람들의 식수와 농업용수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10년 동안 사람이 손으로 땅을 파서 만들었다고 하니... 그 당시 지도자가 얼마나 열심히 체계적으로 물을 관리했나를 보여준다.

댐건설 수몰로 인한 호수 빼고 사람이 만든 인공호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다. 처음에는 8 x 4km 크기였으나 동바라이는 거의 말라서 우기에만 물이 이동하는 땅이 되었다. 서바라이는 7.8 x 2.1km 직사각형 형태로 남쪽에 잠금장치가 있어 1년 내내 4m 정도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호수 중앙에는 힌두사원인 West Mebon이 있다. 배를 타고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서바라이 호수는 시엠립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식 공간이다. 그들은 수영을 하면서 놀다가 나무로 지어진 수상가옥에 해먹을 걸고 휴식을 취한다. 어떻게 보면 남루한 공간이지만 욕심 없는 그들에겐 한 없이 편안한 공간으로 보인다.

바라이 호수에 도착하기 전 가이드는 "버스에서 내리면 여자 아이들이 '원달러'를 외치며 팔찌를 사달라고 올 거다. 사주고 안사주고는 여러분들 마음이지만 간혹 그 원달러벌이에 매달려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10명이 팔찌를 사주면 하루 벌이가 10불이고 한 달이면 300불이다. 현재 캄보디아 최저임금은 월 182불, 건설 노동자는 150~200불을 받는다. 월 300불은 굉장히 큰돈인 것이다.

실제 바라이 호수에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아이들이 “원달러, 원달러, 하나 팔아주세요.”, “오늘 하나도 못 팔았어요.”라는 한국말 소리가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들렸다. 아이들과 눈을 안 마주치고 모른 척 하기가 괴로웠다.

그 때마다 딸이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엄마 1불씩 주다 보면 끝이 없어요. 눈 질끈 감아야 해요. 대신 식당이나 호텔 종업원들에게 인색하지 않게 팁을 주세요.”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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