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케인스를 생각하다

우리의 이익은 계속될 수 있을까? 김해인 주주통신원l승인2020.04.20l수정2020.04.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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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주의는 일방적일 수도 있는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만이 국력의 근원이라 믿었다. 이 단순한 경제사상은 불황과 독점에 시달리는 시장을 구원하지 못했다. 어둠에서 경제학을 건져올린 것은 케인스 J.M.Keynes 의 혜안이었다. 그는 소비를 강조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를 ‘유효수요 effective demand'라고 부른다.

인위적일 수 있는 수요를 창출해서 실업을 해결하고 결제활성화를 달성한다는 사고방식이 등장하자 자연발생적인 수요공급에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전학파에 지친 각국정부는 환호했다. 통화량 M1(현금과 금새 돈처럼 쓸 수 있는 직불카드 등의 금융상품)의 증가만으로도 성장률은 꾸준히 올랐다. 케인스주의와 대립하던 고전학파, 그를 이은 통화주의자의 태두 프리드먼(M.Friedman)까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지금 케인스주의자이다, In one sense, we are all Keynesian now,"

이제 확신에 찬 정부는 전가의 보도처럼 빚을 무시하고 수요정책을 추진했다. 곧 한계가 왔다.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inflation 이었다. 과열된 엔진을 식히지 못하고 계속 빚을 부어넣으며 가속페달을 밟아대자 인플레이션은 곧 스태그 플레이션 stagflatin 으로 바뀌었다. 정부의 자금은 폭락하는 주식에 물타기하듯 흘렀고, 부동산의 가치는 평가보다 폭등했으며, 사람들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산업에 목을 매었다. 과자의 무게보다 무거운 포장재, 먹는 것보다 배설물을 처리하는데 더 많이 필요해진 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으로 효용을 다하는 제품이 줄을 이어 팔리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구조의 함정은 경제학이 ‘한정된 limited’ 재화를 다루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학문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틈새 시장’ 혹은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신조어로 ‘한정된’ 재화를 감추려는 시도는 거의 제어 불가능한 불균형을 낳았다. 앞서 언급한 프리드먼의 말은 계속 이어져 이렇게 끝을 맺는다. 

“다른 한편에서 본다면 케인스주의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in another, nobody is any longer a Keynesian."

말 그대로 케인스적이라고 믿어지는 수요 확장의 끝에서 기다리는 것은 돌발적 자연재앙에 무기력한 시장의 모습이었다. 공적의료를 수익성의 관점에서 민영화했고 그 결과 코로나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른바 '발전된 advanced'  나라들의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케인스는 이렇게 말했다.

“장기적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현 상황을 잘못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가면 우리 모두는 죽는다 The long run is a misleading guide to current affairs--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그때의 케인스는 옳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케인스의 길을 따름에도 장기적으로 죽음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적 격리가 끝나고 나면 가게는 문을 열 것이고, 공장은 밀린 생산을 위해 밤새 가동될 것이다. 하늘은 다시 흐려지고 우리 모두는 빚을 내어 이전의 생활을 복구할 꿈을 꾸며 또다시 빚에 허덕이는 ‘수요’를 창출하려 할 것이다. 케인스의 일대기 ‘존 메이나드 케인스’를 쓴 로버트 스키델스키는 책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케인스는 경제성장은 그것이 사람들을 윤리적으로 향상시키는 한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느 지점까지는, 경제학과 윤리학이 서로 보조를 맞추지만, 일정한 소득수준을 넘어서면, 이 둘은 갈라지기 시작한다.”

우리 시대의 경제학과 윤리학은 벌써 어깨동무를 풀어 버린 것인지, 만약에 그러하다면 그것을 다시 이어붙이는 것은 케인스가 아닌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이다.
-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럴 의지가 얼마나 있는 것일까.....

 

*‘존 메이너드 케인스’, 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고재훈 옮김, 후마니타스 p.20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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