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1983 제1회 MBC 창작동요제. 최우수상을 받은 '우리들은 새싹들이다'란 신나는 동요가 떠오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rAVLOZSqGPU

▲ 사진출처 : 2019년 5월 4일자 한겨레신문

이보다 '어린이 노래'가 먼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린 시절 듣고 불렀던 노래가 최고인지라...

 

어려서 동요 부르기를 굉장히 좋아했다. 동요를 입에 달고 살았다고나 할까?

초등학교 시절 방학이면 엄마는 가끔 언니와 나를 외가(엄마 고모집)에 보내셨다. 우리는 인천에 살았고 외가는 수원에 있었다. 엄마가 우리를 데려다 줄 때면 기차를 타고 갔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언니와 둘이 직행버스를 타고 갔다. 멀미를 심하게 했던 나는 창문을 활짝 열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노래를 불렀다. 어쩌다 한 곡만 부른 것이 아니고 여러 곡을 메들리로 불렀다. 그러다 스르륵 잠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남을 배려하지 못한 참 뻔뻔한 아이였다. 왜 엄마나 언니는 나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을까? 다행히 버스 기사님이나 승객들 중 누구도 시끄럽다고 조용히 하라 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런 천방지축 아이들이 많아 사람들이 너그럽게 봐주지 않았나 싶다.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아이 기를 죽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요새는 한 번도 그런 아이들을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그렇게 대놓고 노래를 부르면 부모님들이 민폐라고 못하게 막지 싶다.

그렇게 가면서 부른 노래는 지금도 기억한다. ‘구슬비’, '퐁당 퐁당', '흰구름', ‘나뭇잎’, ‘초록바다’, ‘파란마음 하얀마음’ 등 신나는 동요들이다. 

구슬비 : https://www.youtube.com/watch?v=4C5bL9oPZbQ
퐁당 퐁당 : https://www.youtube.com/watch?v=_VoWZIPopRg
흰구름 : https://www.youtube.com/watch?v=fHUzcYyFzyk 
나뭇잎 : https://www.youtube.com/watch?v=_GypG4uwhgE
초록바다 : https://www.youtube.com/watch?v=zNDwHizJRDQ
파란마음 하얀마음 : https://www.youtube.com/watch?v=x8jUBSOhOM4

어느 겨울, 수원 외가에 도착하니 막 결혼한 삼촌이 계셨다. 삼촌은 좀 재미있는 분이었다. 나는 외가에 가서도 노래를 불러댔다. 그 때 <Sound of Music> 영화가 나온 해였는데 '에델바이스'가 유행했다. 나는 또 '에델바이스'를 연이어 부르고 또 불렀다. 그럼 삼촌이 괴상한 목소리로 ‘똥델바이스’라고 따라 부르시며 놀려댔다. 나는 삼촌이 날 놀린다고 팔딱팔딱 뛰었다. 

그 때 새각시인 숙모는 우리를 위해 팥죽을 끓어주셨다. 나는 팥죽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먹고 또 먹었다. 지금 삼촌은 돌아가셨고 숙모는 혼자 사신다. 나는 지금도 숙모를 만나면 내 나이를 잊고 그때 그 팥죽 이야기를 하곤 한다. 숙모의 친절함과 따뜻함을 아직도 느끼면서... 

그러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가고 성인이 되면서 동요 부르는 것을 잊어버렸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어릴 적 동요가 다시 생각났다. 아이를 재울 때 동요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주로 ‘섬집 아기’, ‘오빠생각’, ‘ 나뭇잎배’, ‘반달’ 등 잔잔한 동요를 불렀다. 그 중 ‘섬집 아기’를 가장 많이 불러주었는데 노래 가사 중 ‘스르륵’ 부분을 여러 번 해주곤 했다. 빨리 스르륵 잠들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그 '스르륵'을 반복하는 부분에서 엄마가 놀아주는 줄 알고 웃으며 좋아했다.

섬집 아기 : https://www.youtube.com/watch?v=GjS_pHYHgBA
오빠생각 : https://www.youtube.com/watch?v=UKiUDoGSzfc
나뭇잎배 : https://www.youtube.com/watch?v=CRoeCbkRC-M
반달 : https://www.youtube.com/watch?v=km01QA0_hyE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서 또 동요를 잊고 살았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동요를 불렀으면 같이 불렀을 텐데 이상하게 아이들은 동요를 부르지 않았다. 유행가를 불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노을’이란 동요를 듣게 되었다. 1984년 MBC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곡이라는데 뭔가 우리네 정서가 딱 느껴지는 곡이었다. 따라 부르고 싶어졌고 동요가 다시 듣고 싶어졌다. 다음은 1984년 나온 원곡이다.

이 곡은 가수 이선희도 불렀다.

이선희의 청아하고 꾸밈없는 목소리는 동요와 아주 잘 어울린다. 동요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지는데 이선희 목소리와 어우러져 더욱 기분을 밝게 해준다. 산소 가득 맑은 공기가 내 주변에 머무는 것 같아 완전 힐링시간이 된다.

이선희 동요모음을 듣고 있으면 잠시나마 천진난만한 그 때로 돌아간다. 명랑쾌활함이 저절로 온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요즘 같은 때 듣기 딱 좋은 노래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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