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바이러스-19의 대유행으로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지 못하고 있는 한 어린이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최소 10만년 이상을 보관해야 할 핵쓰레기장을 짓는데, 왜 우리에게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어른들 마음대로 결정하느냐고.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장영식

 

핵발전소를 운영하면 반드시 핵 쓰레기가 발생합니다. 방사능 오염이 높은 대부분의 위험한 핵 쓰레기는 핵발전소가 있는 곳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를 영구처분장이 아닌 임시처분장이라고 말합니다. 월성 핵발전소 1-4호기에서 배출하고 있는 핵 쓰레기들을 저장하고 있는 핵 쓰레기장은 포화 상태에 있습니다. 이 핵 쓰레기들을 처리하기 위한 저장시설에 대한 운영허가 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고는 월성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 ‘황분희 외 832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피고는 원자력안전위원회입니다. 이 소송 대리는 탈핵법률가모임인 ‘해바라기’가 진행하고 있습니다.

‘월성 핵발전소 1-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운영허가 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은 코로나바이러스-19의 대유행으로 온라인 원고 모집만 가능했지만, 원고 모집을 시작한 3월 5일부터 한 달도 안 되어 무려 시민 833명이 원고로 참여했습니다. 이 소송을 위해서는 주민등록초본도 발급받아야 했고 미성년자인 경우 가족관계증명서까지 발급받아야 했지만, 생후 11개월 된 아기부터 89살의 어르신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아메리카 토착민들은 이미 오래전에 어떤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일곱 세대 이후의 자손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서 현재의 문제를 토의하고 숙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최소 10만 년 이상을 보관해야 할 위험한 핵 쓰레기장을 건설하는데, 민주적 숙고의 과정 없이 졸속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등 서구에서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숙고의 과정을 거쳐 핵 쓰레기장 건설을 결정하는 집단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우리는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특정 집단들로 구성된 사람들이 비밀주의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대멸종의 시대를 앞둔 어린이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19로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미래세대가 짊어지고 가야 할 핵 쓰레기장을 짓는데, 왜 어른들이 마음대로 결정하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이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장영식 사진작가  hanion@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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