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에 밀려 사람이 자연과 멀어지면서 우리는 어쩌면 문명 앞에 무기력하게 순응하면서 살 수밖에 없고, 법의 운용자에 따라서 변하는 현실 앞에서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되어가는 듯 한 내가 아는 법과 상식을 볼때 새삼 슬퍼지는 것이다.

나는 운전 경력이 25여년이 넘었다. 나의 상식은 자동차는 도로에서 중앙선은 무조건 넘으면 안 되는 것이어서, 차는 무조건 오른쪽 차선으로만 다녀야 한다는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엊그제 어느 산업단지의 지인 회사를 방문하고 왕복2차선 도로의 오른쪽 차선으로 나서 중앙선을 넘지 않고 들어섰는데, 갑자기 반대편에서 중앙선을 넘어서 왼쪽바퀴 쯤에 걸쳐 내달려오는 차에 부딪쳐 내가 타고 온 회사차 앞 범퍼와 정면 그릴 등이 순식간에 부서져버렸다.

나는 충격은 받았으나 별 외상이 없어 급히 차에서 내려 상대방 차에까지 달려가 “어디 다친데는 없느냐, 지금 아프면 병원에 같이 가자."고 말했지만, 상대방도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에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금세 “몸은 괜찮습니다. 미안합니다.”하면서 차에서 나왔고, 현장을 둘러보고 내차 앞부분이 망가진 것을 보고는 “고쳐드리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대방도 나의 생각과 같이, 자신이 중앙선을 넘어 속도를 위반하면서 달려온 것은 알고는 자신의 잘못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일단 회사 업무를 보기로 하고, 손상된 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다른 차를 타고는 다음 업무를 위해 헤어졌다.

그러나 이후 3일정도 지나도 연락이 없어 상대방에게 전화를 하여,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손상된 차를 못 고쳐주니 알아서 고치라는 뜻밖의 소리를 하기에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옛말에 '사람이 화장실 갈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더니 이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내 차의 보험사에 이야기하였더니, 경찰서에 사고접수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찰서를 찾아가 교통사고 신고를 하려는데, 접수담당 조사관보다 나이가 많은 경찰관이 나를 따로 보자고하여 따라가 보니, 그 경찰관은 교통사고 판례를 펼쳐들고는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용을 살펴보니 나의 사고와 거의 유사하였다. 나는 하행차선이고 상대방은 상행차선인데, 문제는 상행선 차선에 일렬로 차량이 여러 대가 주차되어 있어서 상행선도로는 도로기능을 상실한 상황이라는 것이고, 그렇다면 상행하는 차량은 중앙선을 넘어 가더라도 아무런 잘못이 없는 직진차량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하니 나의 차가 중앙선을 안 넘어 오른쪽 차선으로 진입하였더라도, 상대방 직진차가 지나간 뒤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 내 차가 먼저 나왔기에 직진차량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못이라는 것이다. 나는 망치로 뒷머리를 가격당한 기분으로 경찰서를 하릴없이 아무도 모르게 나와야 했다.

 

①사진 : 저 앞 검은 차량이 나의 회사차이고, 왼쪽 회색 9376 차량이 직진하던 차량이다. 저 앞의 중앙선 오른쪽 도로변은 시청에서 우선주차선을 만들어 놓았고, 왼쪽은 주차하면 안되는 주행도로이다. 그런데 주차장이 부족하자 그냥 도로에 너도 나도 일렬로 주차한 것이다.

보이는 바와 같이 회색차량이 중앙선을 완전히 넘어 달려와, 급제동을 했어도 3~4미터를 더 가서야 정지할 정도로 속도를 높여 달려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앙선을 넘어 달려온 차량이 100% 과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 법원의 판례는 상행선 차선에 일렬로 쭉 주차가 되어져 있다면, 그 차선의 도로는 도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두대가 주차되었다면 도로로 볼 수 있으나, 그 차선이 두절될 정도로 도로변에 모두 주차되어 있다면 중앙선을 넘었더라도 직진차량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②사진 : 검은 차량을 부딪치고도 몇 미터 더 가서 정지된 회색 차량의 상대방 운전자가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③사진 : 본인의 회사 차량 번호판이 떨어지고 전면이 부서진 모습

④사진 : 본인 회사 차량의 앞 범퍼가 떨어지고 부서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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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항상 도로로 나올 때는 좌우를 잘 살펴서 보고 천천히 나와야 하고, 중앙선을 믿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선에 대해 알고있던 나의 일반적 상식 때문에, 피해를 고스란이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아래 견적서처럼 모두 배상할 수밖에 없었다.

~ 편집 : 허익배 편집위원

송광섭 주주통신원  sgs81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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