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레삽 호수

톤레삽 호수((Tonle Sap Lake)는 캄보디아 중앙에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 호수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는 러시아 바이칼 호수이고 그 다음이 톤레삽 호수라 한다. 세로 160km, 폭 36km, 면적은 2,700km²다. 서울 면적이 605㎢이니 서울의 4.5배다. 톤레삽 호수는 시엠립에서 6km 남쪽으로 가면 나온다. 

▲ 톤레삽 호수

도대체 평원 한가운데 어떻게 이리 큰 호수가 생겼을까? 그 답은 바로 지형에 있다. 호수 남쪽으로 톤레삽 강이 흐른다. 이 강은 프놈펜 부근에서 메콩강과 만난다. 지형 때문에 메콩강 물이 역류하려 톤레삽 강을 거쳐 톤레삽 호수로 흘러 들어온다. 우기에는 더 많은 물이 톤레삽 호수로 들어와서 주변 토지와 숲이 침수되어 호수는 2배 이상 확장된다. 건기에는 물이 1m 정도로 얕으나 우기에는 최대 9m까지 깊어진다.

물의 넘침과 빠짐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땅은 양분이 풍부해서 농사짓기 좋은 땅이 된다. 우기가 지나면 주로 쌀농사를 짓는다. 호수 물 또한 플랑크톤이 풍부한 물이 되어 물고기가 잘 자란다. 톤레삽 호수에서 잡은 생선이 캄보디아인 단백질 섭취량 60%를 차지한다고 하니, 톤레삽 호수를 보물창고라 부를만 하다.

▲ 배를 타고 가면서 만난 수상 마을

이 호수에는 수상 마을이 있다. 캄보디아인과 베트남인이 섞여 산다. 현재 캄보디아의 인종구성은 크메르인 90%, 베트남인 5%, 중국인 1%, 기타 종족 (짬족, 말레이 회교도, 소수민족)이 4%다. 크메르인은 주로 농업에 종사한다. 중국계는 가장 소수지만 상업을 주도하며 프놈펜 등 도시 상권을 쥐고 있다. 베트남계는 주로 어업, 일용노동 등 3D 업종에 종사한다. 톤레삽 호수에는 많은 베트남인들이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 한국 다일공동체에서 지어준 마을 유치원

오랫동안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적대국가였다. 전쟁도 많이 해서 아직도 서로 미워하며 신뢰하지 않는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비교하면 일반적 평가는 베트남이 우위에 있지만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인은 온갖 설움을 받는 민족이다. 특히 베트남 전쟁 후 피난 온 베트남인들은 캄보디아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난민처럼 살고 있다. 수상마을의 학교나 사원(절)도 종족에 따라 다른 곳을 다닌다. 베트남인들이 다니는 곳이 더 허름하다. 베트남에서도 이들을 국가를 버리고 떠난 사람들로 여겨 어떤 대접을 받던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을 너무 불쌍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고 가이드는 말한다. 그들은 자연에 모든 것을 의탁하며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 욕심 없이 편안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 캄보디아인을 위한 수상 학교와 사원

 

맹그로브 숲

배를 타고 30-40분 정도 가면 캄퐁 플럭(Kampong Phluk) 마을이 나온다. 여기에 맹그로브(Mangrove) 숲으로 들어가는 쪽배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 맹그로브 버팀뿌리 모습(사진출처:Pixabay 무료 이미지)

맹그로브 나무는 열대·아열대 갯벌이나 하구에서 자란다. 맹그로브 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갈퀴 같은 버팀뿌리다. 진흙 속에 뿌리를 꾹 박고 진흙 위 뿌리에 있는 작은 피목을 통해 공기를 호흡하고 진흙 속 뿌리로 공기를 전달한다. 우기가 되어 뿌리가 잠기면 물속에서 살고, 건기가 되어 물이 빠지면 땅에서 산다. 습기를 이겨내는 힘이 대단하다. 

대다수 맹그로브 나무는 소금물에서 산다. 보통 식물은 소금물 속에서는 삼투압 현상 때문에 수분을 뺏겨 살 수 없다. 맹그로브 나무는 다른 염생식물처럼 특수한 생존 전략으로 염수환경을 이겨낸다. 맹그로브 뿌리 표피에 있는 전기 방어층이 순수한 물은 통과시키고 나트륨이온은 접근하지 못하도록 튕겨내어 소금기를 약 90%까지 걸러낼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이 이루지 못한 최고급 진화를 이룬 것 같아 경외스럽다고 하면 과장일까? 

▲ 베트남 껀저

맹그로브 숲은 꼭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베트남 여행 때도 가고 싶었으나, 우리는 다낭과 하노이 등 중·북부를 중심으로 다녔다. 베트남 맹그로브 숲은 호치민 시 아래 ‘껀저’라는 곳에 있다고 해서 다음 기회로 미뤘다. 지도에서처럼 베트남 맹그로브 숲은 바다와 만나는 곳에 있다. 염수에서 사는 맹그로브 숲이다. 우리가 간 곳은 담수 맹그로브 숲이다.

▲ 맹그로브 숲 근처에서 만난 수상가옥. 가옥 뒤에는 항상 맹그로브 숲이 있다.

사공과 함께 2명씩 탄 쪽배는 맹그로브 숲을 향해 갔다. 물속에 악어가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톤렌삽 호수에는 악어는 없다고 한다. 대신 수상가옥이 호수 여기저기 수도 없이 많았다. 맹그로브 뿌리가 진흙을 붙잡고 있는 힘이 대단하기 때문에 밧줄로 맹그로브 나무에 가옥을 꼭 묶어 놓고 산단다. 수상가옥을 지나는데 큰 양은 대야나 플라스틱 대야, 튜브 같은 것을 타고 다니면서 '원달라'를 외치는 아이들이 많았다. 3~4세 어린이부터 10세가 넘은 아이들까지... 아마 태어나서 처음 들은 말도 '원달러'요, 제일 많이 들은 말도 '원달러'일 것이다. 대를 이어 전수된다고도 하는데... 정말 비참한 현실이다.

▲ 맹그로브 숲

드디어 수상 마을을 지나고 맹그로브 숲으로 들어갔다. 뭐랄까? 잠시 시간을 뛰어넘어 고대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랄까?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오래된 나무들이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가지고 조용히 서있다. 인간은 감히 미칠 수 없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나무들이... 캄보디아에 사는 가장 약자들의 버팀목으로 당당히 서있다. 영원을 가진 불멸의 존재로 언제까지나... 거기... 그렇게... 서있을 것만 같다.  

▲ 맹그로브 숲속에서

캄보디아 사공은 손님들을 위해서 머리 꽃다발도 쓰라고 주고, 꽃반지를 주기도 했다. 직접 만든 것이라 했다. 목적지 100m 전에는 우리를 위해 잠시 배를 멈추고 '처녀 뱃사공' 노래를 불러주었다.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 왜 그런 노래를 불러주는지 그 속을 훤히 알지만 반갑고 친근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톤레삽 노을

가이드의 세련된 일정 조정으로 돌아오는 배를 탔을 때 톤레삽 호수의 일몰이 시작되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들이 온갖 고난함, 비루함, 궁색함 속에서 찌들어 산다 해도, 매일 저녁 빚어지는 노을만큼은 이 세상 무엇보다 다채롭고 풍성할 테니... 그 때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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