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이야기 28. 머리 없이 살 수 있을까?

이지산 주주통신원l승인2020.04.28l수정2020.05.1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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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도 지난 <몬트리올 이야기 27>처럼  ‘Fundamentals of Neuroscience, Part 3: The Brain’ 강의 내용을 공유해본다.

우리가 밥을 먹고, 숨을 쉬고, 심장을 뛰게 하고, 몸을 움직이는 이 모든 활동들은 생각을 해야 이루어질까? 잠시 고민해보자. 그렇다. 위와 같은 모든 활동들은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즉 우리가 음식을 씹는 활동, 식도로 넘어온 음식을 근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위로 보내는 활동, 위에서 음식을 소화시키는 활동, 심장이 뛸 수 있도록 움직이는 근육과 혈액 세포들, 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소를 횡격막의 수축과 팽창으로 혈액에게 전달하는 활동, 그리고 코가 간질간질할 때 재채기가 나는 활동 등 바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신체활동이다.

아마 이런 활동들이 의식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다른 생각은 하지도 못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이런 활동들을 해주는 신체기관이 있을까?

1945년 ‘머리 없는 닭’이라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Lloyd Olsen은 미국 콜로라도에서 평범하게 닭을 기르며 사는 농부였다. 어느 날 어머니가 집을 방문하셨다. Lloyd는 어머니를 위해 닭을 잡기로 한다. 5개월 된 닭을 골라 Lloyd는 도끼로 닭 목을 쳤다. 하지만 도끼는 닭 머리를 약간 빗겨나가고 뇌로 가는 정맥혈과 뇌줄기를 남기게 된다. 놀랍게도 머리가 잘려 나간 닭은 갑자기 두발로 서서 마당을 왔다 갔다 했다, 모이도 쪼아 먹으려고 목을 움직이고 게걸거리는 울음소리를 냈다.

▲ 머리 없는 닭 'Mike'과 Lloyd Olsen

이를 기괴하게 여긴 Lloyd는 닭에게 ‘Mike'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식도에 음식과 물을 직접 넣어주었다. 이 놀랄만한 사건은 미국전역에 보도가 되고, Llyod는 ’Mike‘와 같이 미국 순회공연을 다닌다. 머리가 없는 ’Mike‘를 특별한 닭이라고 여긴 시민들은 ’Mike‘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Llyod는 오천만 원에 달하는 상당한 돈도 벌게 된다. 하지만 슬프게도 머리가 잘려나간 ’Mike‘는 공연을 다니다 2년 만에 모텔에서 죽는다.

▲ 뇌줄기

머리가 잘린 Mike가 걷고, 숨을 쉬고,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잘려나가지 않고 보존된 뇌줄기 덕분이었다. 뇌줄기는 둥그런 뇌와 척수 사이에 존재하는 기관이다. 뇌 피질에 일어난 사고를 행동으로 옮기는 게이트 웨이 (gate way) 같은 역할을 한다. 살아가는데 있어 기본적인 모든 활동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뇌줄기는 다시 3개 부분인 중간뇌, 뇌교, 연수로 나누어진다. 중간뇌는 움직이는 동작들을 관할하고 청각과 시각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교는 호흡, 얼굴 표정, 체온유지, 소화, 음식을 씹는 행동, 촉각 등을 담당한다. 그리고 연수는 자동 운동신경을 담당하는데 이는 재채기, 구토, 기침, 호흡, 혈압, 심장운동 등 심장과 호흡에 관련된 활동을 담당한다.

머리가 없는 닭 ‘Mike'처럼, 인간도 뇌줄기만 살아있는 경우가 있을까?

Oliver Sacks는 영국 옥스퍼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인턴을 하던 중 뇌과학 연구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 그 후 뇌질병 연구를 위해 미국 브롱스 Abraham 병원에서 일하게 된다. 당시 Abraham 병원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어떤 의사도 뇌질환 환자들에게 관심이 없었고, 환자들은 방치되어있었다. Oliver Sacks는 이 환자들에 흥미를 느꼈고, 환자 한명 한명을 관찰하고 연구를 진행한다. 그러던 중 특정 환자들이 공통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머리가 없는 닭 Mike처럼 걷고, 음식을 먹고, 숨을 쉬고, 보고,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을 하거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마치 ‘잠자고 있는 사람’ 같았다. 과거에 뇌염을 앓았던 기록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어 ‘기면성 뇌염’ 환자로 불리고 있었다. 혹시 이들에게 의식, 즉 사고력이 있는지 알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잠자는 사람 마냥 가만히 있는 환자들에게 정보를 얻어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 Oliver Sacks

Oliver Sacks는 파킨슨 환자 치료제인 L-DOPA에 대해 알게 된다. L-DOPA는 뇌에 도파민을 제공해주는 약물이다. 도파민은 뇌에 정보전달을 도와주는 화학적 물질이다. 파킨슨 환자와 ‘기면성 뇌염’ 환자의 특성 중에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본 Oliver는 이 약물로 ‘기면성 뇌염’ 환자 치료에 나서게 된다. 의사협회와 상의를 통해 L-DOPA를 ‘기면성 뇌염’ 환자에게 처방하고 그 경과를 지켜본다.

▲ '기면성 뇌염' 환자로 분한 로버트 드니로의 변한 모습

L-DOPA 처방이후, 식물인간처럼 의식이 없었던 환자들은 기적적으로 하나둘씩 의식을 찾고 ‘깨어나기’ 시작한다. 청소년 시절, 잠자는 상태에 접어들었던 한 환자는 20년 만에 의식을 되찾게 된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버린 본인 얼굴을 보고 놀란다. 지난 20년 동안 그 어떤 기억도 나지 않고 마치 어둠속에 계속 있었던 거 같다고 했다. L-DOPA 처방이후 ‘기면성 뇌염’ 환자들은 춤을 추고, 대화를 나누고, 게임을 하고 일반인처럼 자유자재로 소통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L-DOPA의 효력은 오래가지 못했고, 환자 대부분은 다시 잠자는 상태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 일화는 로빈 윌리엄스와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으로 나온 <Awakenings>란 영화에서 볼 수 있다. L-DOPA 효력으로 깨어난 환자들이 가졌을 감동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Oliver Sacks는 이런 환자 외에도 다양한 뇌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에 대해 끊임없이 기록하고 연구하였다. 이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기 위하여 여러 권의 책도 저술했다. 뇌질환 연구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붇고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았다. 그는 2015년 82세에 가까운 지인들이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둔다.

현재 ‘기면성 뇌염’의 원인과 치료는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남아있다.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활동만 하는 환자들, 살아있다고는 할 수 있으나 산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뇌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굉장히 협소하다. 이에 따라 뇌질환 원인 및 치료는 미궁 속에 빠져있다. 환자들이 삶을 인식하고 즐길 수 있는 그날까지 연구해야할 것이 아직 너무나 많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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