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혁신방안'을 묻는 ㄱ 선생님께-

‘장밋빛 공약’과 달리 학교에 남은 ‘교육’ 껍데기를 보라

“경쟁만 남은 배움 없는 학교에 있을 수 없어 저는 학교를 그만 둡니다. 여러분의 학교엔 진정 배움이 있습니까?”

고등학교를 자퇴한 학생의 물음이다. 왜 대한민국 학교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삶은 ‘참배움’과 거리가 멀까? 1995년 5월 31일 교육대개혁의 이름으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 교육’을 제시했고 2020년 현재는 배움과 성장이 있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말하고 있지만 정권마다 나름의 목표를 지니고 내놓은 ‘교육’에 관한 장밋빛 전망은 실제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대한민국 학교에서는 초중등은 물론 유치원과 대학에 이르기까지 ‘유치원 3법’, ‘사학비리’, ‘미투 사건’, ‘학교 폭력’, ‘학교 정기고사 시험 문제 유출’ 등 갖가지 사건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고로 바꾸자고 한 것이나 교육공약 1호였던 고교학점제 등은 쟁점으로 부각되자 2025년으로 미뤄졌고 오히려 느닷없는 대통령의 ‘정시 수능 늘리기’ 한 마디 뒤로 공교육은 더욱더 잦아들고 있다. 이미 교사・학생・학부모 간의 신뢰 관계는 바닥이라 가히 매미의 허물처럼 ‘교육’은 껍데기로 남았다.

왜 학교에 ‘교육’ 껍데기만 남게 되었으며 대안은 무엇일까?

‘교육’ 껍데기만 남은 학교 현장을 지켜 온 교사로서도 ‘교육’에 대한 자괴감과 절망감이 깊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헬조선’을 말하고 부모들의 다양한 요구에 때로 ‘갑질’에 마음을 상할 때도 있다. ‘자아실현’은커녕 교육과정, 교과서, 주입식 수업, 정기 일제고사, 학생부 기록 등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은 ‘수업’은 뒷전인 채 민원과 생활지도 업무 등에 날로 치여 가고 있기에 ‘죽을 맛의 교육’은 ‘학교제자리찾기’로 살맛나는 배움을 누리게 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방과후 학교 수업’이나 ‘학원 수업’, ‘과외’의 ‘학습 노동’에 시달리는 조건이 바뀌지 않은 시험지옥 터널 속에 고3 교실의 학생들 모습을 보라. 재미없고 싫어하는 수업을 거부하고 책상에 엎드리거나 ‘수능’ 특강, 완성의 문제 풀이에 코 박고 따라간다.

더욱이 대한민국 사회는 공정성과 형평성, 객관성, 타당성 등의 ‘입시타령’ 논쟁을 끊임없이 벌인다. 2018년을 전후한 2022 대입제도 공론화 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논란 속에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혁신의 대상으로 ‘교사’를 지목하는 현실을 씁쓸히 인내할 뿐 정작 논의에 참여도 못했다. 기대와 달리 1년 반 남짓 공론화로 세운 수시와 정시 비율조차 하루아침에 달라지니 학생, 교사, 부모들은 흔들리고 학교에서 베풀어지는 교육(가르침)은 더욱 겉돌 것이라 짐작한다.

그래서 30여 년 동안 물밀 듯이 쏟아진 ‘교육 정책’에 맞추어 바삐 움직이며 학교 현장을 지켜 온 교사로서 항변하고 싶다. 왜 학교에 ‘교육’ 껍데기만 남게 되었으며 대안은 무엇인지를 밝히고 싶다. ‘정시 수능 30%’란 공론화 결과마저 ‘수능확대론’에 밀려나며 20여 년 학생부를 강조해 온 흐름이 모래 위에 지은 집임이 드러났다. 수시 교과전형은 일부에 한정될 뿐 절대 다수가 학업에 매진서 보람을 거두기 어렵고 수시 논술과 정시 수능 전형 대비가 유리한 ‘대학입시’의 경쟁 틀은 그대로이니 학령인구는 줄었는데 학교를 중도에 떠나 검정고시를 치르는 학생들이 늘면서 죽어가던 ‘사교육’은 또다시 기승을 부린다.

 

'교육혁신방안'보다 ‘배움혁명’이란 새 뜻 아래 새길로 나아가자!

이제 '교육혁신방안'을 묻는 이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네 가지를 들고 싶다.

첫째, 왜 ‘새교육’, ‘참교육’이 학교 현장의 ‘입시지옥’ 문제를 풀지 못했는지를 새겨볼 때다. 학교(배움터)의 삶이 왜 ‘교육/학습’으로만 움직여야 할까? ‘교육다운 교육’이나 ‘교육개혁’, ‘교육혁신’, ‘교육혁명’을 말하며 교육 주체론을 펴온 분들은 스스로 물어볼 때다. 정녕 풀고 싶다면 ‘교육/학습’의 관점을 버려야 한다. 식민과 독재의 틀 아래 억지로 강요한 것이니까.

둘째, 왜 학생, 교사, 부모들이 죽을 맛의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를 새겨 볼 때다. 정녕 교육다운 교육이나 교육 혁신, 교육 개혁 등의 구호나 논쟁으로 입시타령만 해야 할까? 행복한 사회와 ‘나라다운 나라’를 이룩하자고 촛불을 든 시민들은 스스로 물어볼 때다. 정녕 풀고 싶다면 교육/학습이 아닌 배움권을 누려야 한다. 살맛나는 배움을 누리게 돕는 권리니까.

셋째, 왜 학생의 관심사(주제)를 바탕으로 배움과정을 만들어 가야할 지를 새겨볼 때다. ‘배움’을 포기하고 학생과 대화하고 상담하기를 꺼리며, 통과의례의 졸업장이나 ‘돌봄’ 정도로 학교를 여기고 ‘사교육’에 빠진 학생, 교사, 부모 스스로 물어 볼 때다. 정녕 풀고 싶다면 교육/학습의 ‘교육과정’이 아닌 배움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진로, 진학의 열쇠가 거기 있으니까.

넷째, 왜 ‘한 방’의 요행과 ‘등급내기’의 결과 위주 일회성 경쟁에 빠져있는지 새겨 볼 때다. 학생들이 ‘불공정 시험’으로 제 살 뜯어먹는 수업과 평가만 탓하고 있어야 할까? 학생의 맞춤형 배움이 필요하다면 모든 학생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길을 스스로 물어볼 때다. 저마다 '힘(역량)'이 자람을 느끼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돕고 기록해야 할 배움의 시대니까.

남을 짓밟듯 등급이나 석차를 올리려 ‘경쟁’하며 온배움(맞춤배움이나 서로배움)을 실천 않는 ‘교육/학습’의 틀을 깨자! ‘교육’과 ‘학습’의 ‘틀’을 ‘배움’으로 바꾸니 살맛난다는 대한민국 배움 현장을 기대한다. ‘배움혁명’이란 새 뜻아래 새길로 나아가자!
 

김두루한 주주통신원은 참배움연구소장이며 서울 휘봉고 교사다. 참배움과 온배움, 늘배움의 배움학을 함께 갈닦고 있다. 배움터에서 꿈을 품은 이들이 스스로 묻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아낌없이 주고 받아 배움꽃을 활짝 피우고자 한다. 정해진 답을 찾는 '교육'에서 답이 여러 가지인 '배움'으로 새판을 짜고자 배움의 눈으로 새로운 틀과 수(방법), 배움책(교과서), 배움지기(교사), 생각 글쓰기(논술)를 다룬 '배움혁명'(참배움/2020)을 펴냈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두루한 주주통신원  duru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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