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자림로 확장 반대 - 나무 심기 행사에서 선언한 '제주환경선언'

▲ 4월 25일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에서 파괴되는 제주를 지키고 미래세대들에게 물려주자며 '제주환경선언'을 발표하였다. 코로나19도 결국은 "환경을 훼손하고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한 인간들에게 내리는 자연의 재앙이다"라고 진단하였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를 잇는 5.16도로가 있다. 제주시에서 출발하여 성판악을 향해 달리다 보면 교래리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이 도로는 왕복 2차선 도로로 좌우에 삼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이 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뽑히기도 하였다.

▲ 제주 비자림로는 왕복 2차선 도로로 도로 좌우측에 수십 년 된 삼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된 바 있는 곳이다.

이 도로의 교통량이 많아지면서 자동차들의 통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성산, 표선, 송당 등 이 도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도로확장 민원을 제주도에 제기하자, 원희룡 도정은 왕복 4차선 도로로 확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확장공사에 들어갔다. 도로 좌우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50년생 이상의 삼나무들이 베어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제주시 대천교차로부터 금백조로까지 2.9km 구간을 3개 구간으로 나눠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 비자림로 나무 심기 행사에 나타나 시비를 걸고 있는 공사 관계자는 사진을 찍다가 참가 시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2018년 8월 삼나무 900여 그루를 잘라 냈다. 이런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대하여 제주 지역 시민, 환경단체들이 환경파괴 문제를 제기하면서 닷새 만에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7개월만인 이듬해 3월23일 공사를 재개했다. 그렇지만 시민, 환경단체들의 청원으로 69일 만에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공사를 중지시켰다. 이렇게 공사가 중단된 지 1년여 만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하면서 다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서 환경청 등 중앙 정부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제주지사의 결정으로 시행할 수 있는 사업들이 많은데, 비자림로 확장공사의 경우도 그런 사업 중의 하나이다. 시민, 환경 단체들뿐만 아니라 많은 도민들과 외지 사람들도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밀어붙이는 원희룡 제주지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 4월 25일 비자림로의 잘려나간 숲에 나무 심기를 하고 있는 시민들
▲ 3부 행사로는 한진호 작가의 희곡 작품 '낭 싱그레 가게' 공연이 있었다.

2020년 4월 22일 제50주년 지구의 날을 맞아 비자림로 확장을 반대하는 도민들이 모여 나무 심기 행사를 벌여 잘못된 제주도정에 맞섰다. 비자림로 시민행동인 ‘낭 싱그레 가게’(나무 심으러 가자)는 지난 4월 25일 토요일을 맞아 100명 가까운 제주 도민들과 함께 나무 심기 행사를 벌였다. 이날 행사는 전국 최초로 ‘제주환경선언문’을 발표하고 나서 나무 심기, 고길현 화백의 작품 나누어 주기, 한진호 작가의 작품 ‘낭 싱그레 가게’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 과정에서 현장 공사 관련자가 사진 채증을 하는 등으로 약간 소란스럽긴 했지만 특별히 큰 충돌은 없었으나, 이전에는 비자림로 확장을 찬성하는 도민들이 몰려와서 서로 대치하는 일들도 있었다고 한다.

▲ 나무 심기 행사에는 여러 어린이들도 참가를 했는데, 이들을 위하여 잘려나간 나무 등걸에 앉아 숲과 자연에 대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날은 어린이들을 동반하여 행사에 참여한 도민들이 여럿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제주시 아라동에 사는 선흘리에 산다는 이산희, 이채희 자매가 엄마와 함께 참여했고, 이성준 씨는 5세, 6세의 조카를 데리고 와 함께 나무를 심어 취재진들의 질문이 쏟아지기도 하였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반대하는 제주 도민들은 물론 퇴직교사인 김민곤씨 등은 이 행사에 참석하고 제주 기행에 나서기도 하였다.

▲ 비자림로 지키기에 나서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고길천 작가는 지난 2월부터 잘려나간 나무들의 밑동을 탄을 이용하여 복사한 작품 100점을 나무 심기 행사 참가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평소 제주4.3을 비롯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깊은 관심을 가진 고길천 화백은 지난 2월부터 공사 현장을 찾아 밑동만 남은 삼나무를 프로타주(frottage) 기법으로 종이에 복사한 작품 100여 점을 나무 심기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서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

▲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위하여 잘려나간 나무들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설치미술품

나무들이 잘려나간 현장에는 이곳에서 농성을 하거나 반대 운동을 하는 시민들, 예술가 등이 잘려나간 나무들을 주워 모은 설치미술 작품들도 황량한 벌채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나무 줄기에 사람의 눈 형상을 그려놓아 숲 파괴를 감시하는 상징들을 볼 수도 있었다.

김해와 부산 등지에서 환경운동을 하다가 제주의 자연이 좋아 딸과 함께 제주살이를 시작한 양은희씨는 지난해부터는 아예 남편 직장까지 제주로 옮겨 전 가족이 본격적인 제주살이를 시작하고 있다. 둘째 딸과 함께 이번 행사에 참가하여 행사를 돕는 일에 나선 양은희 씨는 “제주의 나무들이 자유롭게 자라는 모습이 너무 좋아 제주살이를 시작했는데, 나무들이 잘려나가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아픈 이곳 제주에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어 나무 심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라고 하였다.

▲ 제주바다의 오염으로 산호초는 물론 갯바위들이 허옇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제주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지나친 관광객의 유입과 난개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제주는 지금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필요 이상의 많은 도로들이 뚫리고, 중산간 지역에는 골프장이 넘쳐난다. 조용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고,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중국인들의 투자를 유치한다고 하면서 더욱 난개발이 가속화 되고 있다. 요즘은 제2공항 문제와 송악산 개발 계획 등을 밀어붙이는 도정에 대하여 시민, 환경단체들과 도의회가 나서서 제동을 거는 등 제주도 전체가 신음을 하고 있다. 관광객의 폭증으로 인하여 하수를 자체적으로 처리하지 못하여 오염된 하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여 백화현상이 가속화 되어 해양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쓰레기를 자체 처리하지 못하여 필리핀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는 일도 벌어지기도 하였다.

▲ 잘려나긴 숲의 자리에서는 이렇게 봄이 되어 천남성은 올라오는데, 아스팔트로 뒤덮이면 저 천남성도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제주는 더 이상 자연 훼손과 파괴를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다.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하여 이제는 난개발에서 벗어나야 제주가 살 수 있다. 비자림로도 현재로서 차량 소통에 별 문제가 없는데, 수십 년생 나무들을 잘라내면서까지 도로를 넓히는 것이 대표적인 난개발 사례이다. ‘느림의 미학’을 되새겨 볼 때다. 비자림로를 확장한다고 5분이나 통행시간이 단축될까? 왜들 이리 급한지 모르겠다. 그렇게 때문에 비자림로 확장은 제주제2공항과 맞물려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주의 현실을 담아 전국 최초로 지역 환경선언을 하게 된 것이다. 이날 발표한 ‘제주환경선언문’을 가져온다.

▲ 고길천 작가의 나무 밑동을 탁본해 낸 작품
▲ 간이 창고와 천막, 나무에는 감시의 눈을 그리는 등 고길천 등 여러 예술가들이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따른 숲 파괴에 항의하는 예술 활동의 결과물들이다.

 

코로나19의 경고 - 더 이상 제주를 파괴하고, 훼손하는 개발을 멈춰라!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두려움과 공포에 떨게 하여 세계 경제까지 흔들고 있는 코로나 19의 원인에 대해 난개발로 서식처를 잃은 야생동물에서 찾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멸종시대에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지상주의는 결국 생명의 연결고리로 이어진 인간의 멸종을 초래하는 자멸의 길임이 확연히 들러났습니다.

세계적 영장류 학자인 제인구달 박사는 인류의 동물 학대와 자연 경시에서 비롯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숲의 파괴로 인해 숲에 있는 여러 종의 동물이 가까이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동물 간 질병, 전염, 동물과 인간의 접촉으로 인한 인간 감염 가능성이 커진 결과 코로나19가 발생했다며 인간이 “자연계의 일부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 우리 아이들에게서 미래를 훔치는 일임을 깨달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의 경고를 들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제주를 팔고, 파괴하는 개발 행위를 멈추어야 합니다. 제주는 우리가 지켜야 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소중한 삶의 터전입니다. 그대로 아름다운 제주를 지키고 보존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난개발의 상징이 되어버린 비자림로, 이곳에 서서 ‘제주환경선언’을 하고자 합니다.

 

제주환경선언문

우리는 지구(제주)에서 태어나 제주 자연 속에서 살고 다시 제주의 자연으로 돌아간다. 제주의 하늘과 땅과 바다와 이속에 온갖 것들이 우리 모두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다. 제주의 자연은 우리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원천으로서 오묘한 법칙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여 질서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업 발달과 인굴의 팽창, 그리고 난개발로 인해 제주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마실 물은 오염이 되었으며 녹지는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이제 제주 자연은 평형을 상실하였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생존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제주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제주 자연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여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며 모든 공해요인을 배제함으로써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회복 유지하는데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이에 우리는 그대로 아름다운 제주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자 난개발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제주환경선언’을 하고, 이곳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실한 실천을 다짐한다.

1. 제주를 사랑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일은 국가나 공공 단체를 비롯한 모든 도민의 의무이자 책임임을 깨닫는다.

2. 아름다운 제주의 경관과 문화적 학술적 가치가 있는 자연 자원은 인류를 위하여 보호되어야 한다

3.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를 가정, 학교, 사회의 각 분야에서 환경교육을 통하여 체질화 될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

4. 모든 행위에 있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제주 자연 보전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5. 제주의 땅, 땅, 바다, 공기, 자연을 오염시키는 모든 행위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따르도록 하며, 파괴된 제주 자연은 즉시 복원되도록 한다.

6. 제주 도민 각자가 생활 주변부터 가꾸고, 제주를 푸르고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 한다.

1978년 10월 자연보호헌장을 기초로 2020년 4월 25일 50주년 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제주 비자림로에서 제주환경선언문을 작성하였다.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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