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바로티(트롯+파바로티) 김호중

생각이 많은, 서른

---트바로티(트롯+파바로티) 김호중

1> 나이란 한 그루의 나이테
2> 인연, 알 수 없는......
3> 귀감이 된 사제지간(師弟之間)
4> 클래식과 트롯을 대하는 가치관
5> 김호중 공식 팬카페 트바로티&아리스.

 

4> 클래식과 트롯을 대하는 가치관

필자는 원래 가요보다 가곡 애호가(본지 2017년 10월 6일자 기사 ‘JTBC 팬텀싱어2가 소란하다’외 음악 기사 다수 참조)였다.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다. 어릴 적부터 집안의 분위기가 가요를 금기시했던 탓에 체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클래식 선율 자체가 몸과 정신을 평온하게 해주는 건 가사의 이해도와도 별개다.

우리가 숲의 새소리나 댓잎에 이는 바람소리, 조약돌을 다듬는 파도소리, 여러 빗소리 등을 좋아하는 건 익숙함에서 오는 친근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마음을 얹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여러 관계에서 오는 삶의 잔상을 성찰하는 사유도 정신세계에 큰 몫을 한다.

트롯은 근대에 들어서 만들어진 우리의 가락이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대중음악들과도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함축성이나 적절한 비유 없이 구구절절 사랑과 이별을 처절하게 부르는 게 싫었다. 도무지 철학적 사색은 보이지 않고, 은유의 미학을 깡그리 무시해버려서 천박하게 보였다.

가요 중에서도 트롯의 창법은 정신이 소란하다며 질색을 하던 나와 언니까지 미스터트롯을 본 뒤 음악의 경계를 허물었다. 필자의 주변에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갖은 고생을 겪었던 진성 가수님이 호중에게 용돈을 쥐여주신다. 트롯에선 사람도 노래도 뭉클 사람냄새가 난다.  

가만히 들어보니 트롯에서의 슬픔은 침잠하는 우울함이 아니라, 한숨처럼 내뿜어서 휘발시켜버리는 자정능력이다. 구슬프면서도 경쾌하고, 사무치면서도 휘돌아 나오는 어떤 출구를 지닌 음악이 트롯인 걸 어렴풋 깨달았다.

지금 대한민국은 트롯 열풍! 이런 일이 전국적으로 가가호호 벌어졌다. 왜 일까?

클래식과 트롯을 별개의 장르로 생각해야한다. 흔히들 클래식은 고급지고, 트롯은 저급하게 여긴다. 서양인의 정서가 빚어낸 클래식과 조선민족의 흥과 한을 결합한 트롯은 양복과 한복의 비교처럼 부자연스럽다. 어느 것이 더 낫고 나쁜지를 평가하는 자체가 잘못이라고 본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취향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의 자유다. 예술이 다 그러하듯 음악의 장르에 높낮이의 지위가 없다.

 

기분 좋게 즐기고 행복하면 아름다움이다. 세상에 유일한 그 무엇은 없다. 이도 저도 다 존재하는 것이 세상사다.

고상한 척하던 내가 뒤늦게 이런 느긋한 결론을 내리는 것도 미스터트롯 덕분이다.

물론 장기간 외출금지의 코로나도 큰 기여를 했지만, 이 프로가 무척 재밌게 만들어져서 불만을 가질 틈을 주지 않았다. 평소 이 방송을 멀리했던 터라 미스트롯은 마지막에 잠시 봤다. 코로나의 불유쾌한 뉴스에 막연히 불안하고 답답했는데, 젊은 싱어들의 역동적 공연과 다양한 장르의 막강한 실력들은 누구나 즐기게 만들었다.

부산 기장군 정관읍 용수리에 사는 김가영(10살) 어린이는 미스터트롯 출연자 정동원(14살)군의 찐팬이다. 자다가도 미스터트롯 음악 소리에 눈을 비비고 티브이 앞에 앉고, 아빠랑 채널 다툼을 하다 이제 자신의 방에 별도의 티브이를 한 대 설치해달라는 요구까지 한다. 출연진들의 나이와 노래 제목 등 다 외우고, 심지어 사랑의 콜센터에 연결된 시청자의 인적사항과 사연까지 줄줄이 꿴다. 그 좋아하던 가족 외출도 거절하고 종일 재방을 보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전국의 어린아이부터 구순의 어르신까지 모두 환호한 이 프로그램은 아주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

정동원 군과 호중은 가족같은 정을 나눈다. 이런 프로그램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이렇듯 전 국민 상당수를 매료시킨 이 프로의 특징은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출연자끼리 경쟁보다 우애를 나누는데 포커스를 두었다. 특히 정치판의 반목에 진저리를 치던 우리 국민들이 점점 끌려들어가며 환호하게 된 데는 따뜻한 관계에서 받은 감동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대충 흥겹게 분위기만 만든 게 아니라 진한 땀과 노력들이 절절히 우러나왔다. 다른 경연 프로에서 없던 끈끈한 정과 유쾌한 소통이 순위를 떠나 정성껏 만든 축제처럼 느껴졌다.

특히 선생님과 지인들의 사랑 속에서 자란 호중의 이타심은 경연 도중에도 자주 나타난다. 휴식 시간이면 호중의 두툼한 허벅지는 참가자들의 베개가 된다. 이건 정말 친밀하지 않고는 남자끼리 연출되기 힘든 장면이다.

최연소 참가자가 낙선했을 때 호중이 다가가 위로하고, 지방에서 온 소년을 호중은 잘 보살펴서 100여 명 참가자 중 호중삼촌이 최고라고 아이는 말한다.

그 소년 역시 어떤 결핍을 가져 호중이 자신의 어린 날을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결선에서 4위를 한 호중은 ‘국민사위’라는 별명을 하다 더 얻었다. 진정성이 가득한 음악 실력과 듬직한 체격에다 축구를 잘하는 체력도 어른들이 좋아하는 조건이다.

이런 덩치의 호중이 울보란 별명을 얻을 만큼 경연 내내 걸핏하면 운다. 트롯을 부르면서도 눈에는 눈물이 어른거린다. 트롯은 부르다가 더러 울어도 좋은 그런 애환의 노래다.

서수용 선생님을 찾아가 트롯 참가 이야기를 하며 울고, 경쟁자인 동료의 탈락에도 펑펑 운다.

호중의 호소력 짙은 음악을 들으며 워드를 치는 필자의 열 손가락 끝에 열 개의 울음이 맺힌다.

호중이 눈물이 많다는 건 가슴이 따뜻해서,

서른에도 눈물이 많다는 건 착하고 순수해서,

그토록 눈물이 많다는 건 슬픔이 양식이었으리라......

                                                <5회에 계속>

- 김호중은 현재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소속입니다.
- 여기 실린 사진은 김호중공식팬카페 트바로티&아리스 및 유튜브 등에서 발췌한 것임을 알립니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이미진 주주통신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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