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북미 교착국면의 본질은 미국 내 대화파와 대결파의 대립이다.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들어선 지 오래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과 대결을 바라지 않지만 대화 또한 바라지 않는 태세다. 많은 분석가들이 교착국면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소한 미 대선전까지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와 겹치면서 더 고착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정부의 현 시기 대북정책은 교착국면 유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럴듯하다. 교착국면을 산술적으로 접근해 대결국면과 대화국면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규정하게 되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이다. 그렇지만 세기적 강 대 강 대결구도를 그렇게 단순히 접근하는 게 적절할 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보다 냉철하거나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 교착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힘과 힘이 충돌해 생겨난 역학이 교착이다. 북미 교착은 북미대결전 과정에서 대결과 대화의 치열한 쟁투가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

여기에서 확인해야할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북에 대한 대화와 대결 간 대립이 북미 사이가 아니라 미국 내 정치지형 간에 생겨난 구도라는 게 그것이다. 미국의 정치지형은 북을 중심에 놓고 봤을 때 대북대화파와 대북대결파로 짜져있다. 대화파는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미국의 세계패권 약화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반전평화세력이며 대결파는 군산복합체를 중심으로 미 패권을 계속 추구하려는 미 주류세력이다. 미국 내 대북대결과 대북대화라는 이러한 대립구도는 과거 반북대결 일변도에 비하면 사실, 엄청난 진전이다. 북의 핵무력 완성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대목이다. ‘공포의 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핵 보유 전략국가인 북의 정치안보적 위력이 북미 간 전쟁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해버린 것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정세가 수시로 보여주고 있듯 미국 내 대화파와 대결파 간의 대립은 치열하고 첨예하다. 싱가포르북미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내온 것이 대화파가 득세한 결과라고 한다면 하노이북미정상회담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구상을 내오지 못한 것은 대결파가 득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노이회담에서 시작돼 오늘까지 지속되고 있는 교착국면은 결국, 미국 내 대화파와 대결파 간의 대립 관계를 반영하고 있는 정치현상인 것이다.

2.미 대결파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 개선을 저지하는 데에 혈안이 돼 있다.

미 대화파는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강조하고 북과의 대립을 피하는 것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 교착국면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사태가 발생하기 전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대선 등 미국의 국내 정치 일정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조속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대북특별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맞서 대결파는 우선, 교착국면 고착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결파의 복판인 미 주류언론 CNN이 잘 보여준다. CNN은 지난 2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정책 참모들에게 11월 대선 전에는 북미정상회담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를 했다. 대북 정책에 정통한 한 당국자가 “협상은 죽었다”고 한 발언도 대서특필했다. 그리고는 대통령의 이너 서클 내에서 대선 전 북과의 합의를 위해 노력하려는 욕구가 별로 없다면서 이는 대선국면에서 협상 재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득보다 리스크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이유에서라는 분석을 내놨다.

대결파의 행보는 교착국면을 고착화시키는 데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교착국면을 대결국면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갖은 긴장을 다 조성하고 있는 중이다. 두 차례에 걸친 북미정상회담으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한미동맹을 다잡고 종국적으로는 한미동맹을 더 강화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들로 CNN의 ‘위중설’ 유포와 미 군부의 한미연합공중훈련 재개를 들 수 있다.

CNN이 한국의 반북언론인 데일리NK의 ‘건강이상설’을 인용해 이른바, ‘위중설’을 보도한 것은 한국의 총선이 평화통일진영의 압도적 승리로 마무리된 직후인 21일이었다. 한국의 총선결과에 대해 미국의 대결파들은 사실, 경악했을 것이다. 한 정당의 183석은 한국 총선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무소속과 정의당까지 합하면 무려 190석으로 평화통일진영의 분단적폐진영에 대한 압도다. 미 대결파들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협력 사업이 총선 승리에 힘입어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위중설’ 유포라는 반북정치활동에 집중을 한 것이다.

대결파의 반북활동에서 정점은 4.27판문점선언 2주년을 코 앞에 두고 재개한 한미연합공중훈련이다. 2년 전 북미관계 진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단 결정을 했던 훈련이었다. 올 훈련도 지난해 11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공개적으로 중단결정을 했었다. 평양공습 훈련인 한미연합공중훈련은 20일부터 24일까지 5일 간 진행되었으며 사전에 예고조차도 없었다.

CNN의 느닷없는 ‘위중설’ 그리고 미군부의 갑작스러운 한미연합공중훈련 재개는 미 대결파들이 한국의 총선결과와 특히 이후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불안에 떨고 있는지를 단번에 보여준다. 미국의 대결파는 남북관계 진전이 민족공조로 발전 방향을 타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갖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어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사업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하고 총체적으로 간섭하고 있는 이유다. 남북관계 개선이 한미워킹그룹의 통제에서 벗어나 민족공조의 궤도에 오르게 되는 건 대결파에겐 사실, 매우 끔찍한 일이다. 남북관계 개선이 민족공조의 궤도에 올라타는 순간 남북관계 개선은 곧바로 통일로 방향을 갖게 된다. 그들은 특히, 민족공조가 북미 교착국면을 깨고 미국에 대화국면을 강제할 수 있는 위력한 동력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느닷없는 ‘위중설’ 유포와 갑작스러운 한미연합공중훈련 재개는 결국, 미 대결파가 한반도 평화 기류로 균열하기 시작한 한미동맹을 다잡고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북미관계 진전을 방해하기 위해 내온 도발이다. 이에 대한 한국사회 반북대결진영의 호응은 언제라도 그랬듯 매우 적극적이다. 미래한국당 당선자인 탈북자 지성호는 4월 30일 사망 가능성을 99%라고 했으며 문화일보는 5월 1일 북의 급변사태를 상정하는 권력 이동문제를 대서특필했다. 느닷없는 ‘위중설’ 유포와 갑작스러운 ‘한미연합공중훈련’ 재개는 아울러 대결파가 이후에도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긴장 조성 책동에 계속 집중적으로 매달릴 것임을 예고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단언컨대, 미 대결파의 도발은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3.북은 교착국면을 활용하거나 교착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핵전력 강화에 돌입할 수도 있다.

북미 교착국면을 둘러싸고 미국 내 대결파와 대화파가 첨예한 쟁투를 벌이는 상황을 북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교착국면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북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게 있다. 핵전력 강화 활동이다. 대북전문가 김동엽 교수는 최근, 북이 전략무기를 비롯한 신무기 개발과 군사훈련 등을 지속하면서 북극성 3형(SLBM) 잠수함 시험발사, 신형엔진(ICBM 고체엔진) 출력 시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7~8월 하계 군사훈련 기간 중 신형단거리전술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및 전력화를 하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당 창건 75주년(10.10) 전후해서는 인공위성 발사 및 기념 군사퍼레이드에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신형고체엔진) 등 신무기 공개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리가 있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사실상, 특별한 게 아니다. 핵 보유 전략국가가 일상적으로 벌일 수 있는 일반적인 군사활동이 핵전력 강화활동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 활동은 북이 교착국면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지만 더 나아가 특별한 정세 하에서는 미국 내 대결파들을 타격하고 교착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 위력한 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 경우 필연적으로 동반될 것이 긴장이다. 북 핵전력 강화가 동반하게 될 긴장에 미 대결파들은 트럼프 정부를 압박해 대북 추가제재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그동안 멎고 있었던 한미연합훈련 재개 등으로 맞설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극대화될 긴장이 정치안보적으로 갖게 되는 성격과 기능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대결파들이 조성하려는 긴장은 교착국면을 고착화하거나 대결국면으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북의 핵전력 강화로 조성되는 긴장은 다르다. 북의 핵전력 강화활동에서 나와서 대결파들의 반발을 만나 더 커질 긴장은 북미 교착국면의 밑둥을 강력하게 타격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긴장이 교착국면을 흔들어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게 된다는 사실이다. 주관적 희망을 서술한 게 아니다. 핵강국 간에 형성돼 있는 ‘공포의 균형’이 만들어낸 현실이 그렇다. 핵보유 전략국가의 위력이란 핵전력 강화가 발생시킬 긴장을 오히려 대화국면 조성에 유리한 조건으로 전환시킬 능력이기도 한 것이다.

 

4.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사업은 여전히 방해받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이제 북미대화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현실적 방안을 찾아 남북관계를 최대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수준이 낮기는 하지만 미국 대결파에 대한 일정한 반발로서 모양새를 띠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압박을 일정정도 감수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넣겠다는 의지가 읽혔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총선 승리는 대내적으로도 미국에게도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과거보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일 수는 있게 하는 큰 조건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느닷없는 ‘위중설’과 갑작스러운 한미연합공중훈련 재개에서 확인할 수 있듯 미 대결파들이 한미동맹 강화로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재개를 막기 위해 내놓은 책동을 얼마나 지혜롭게 뚫어내느냐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 대결파가 남북협력사업에 대해 가하는 압박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현실적으로 접근해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미 간 정치지형의 구조상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주한미대사와 유엔사령부 그리고 특히 한미워킹그룹이 그냥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사실,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더구나 북미교착국면 하에서는 더욱 더 불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중요한 것은 미 대결파의 도발을 막아내고 대화파의 현상유지를 깨는 몫이 북과 문재인 정부에게만 아니라 촛불시민들에게도 있다는 사실이다.

 

5. 4.27판문점선언 법제화가 촛불시민의 활동방향과 과제다.

미 대결파들이 진행시켰던 느닷없는 ‘위중설’ 유포와 갑작스러운 한미연합공중훈련 재개는 촛불시민이 상대할 대상이 무엇인지를 또렷이 드러내주고 있다. 아울러 촛불시민이 이후 평화통일활동에서 나아가야할 구체적 침로가 어떤 것인지도 드러내주고 있다.

대상은 또렷하다. 미국 내 대결파를 대표하고 있는 장관 폼페오다. 폼페오 장관은 4월 29일 ‘위중설’이 나도는 와중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지도자가 누구든 간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계속 추구하겠다”는 말을 했다. 북이 핵 보유 전략국가가 돼 있는 조건에서 북 비핵화를 계속 추구하겠다고 한사코 강조하는 것은 북미대화에 진전을 꾀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게 된다. 사실, 특별한 게 아니다. 폼페오 장관은 미국 내 전쟁세력의 중핵인 미 군산복합체 등 미 주류세력과 이해관계를 함께 해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폼페오 장관이 미 군산복합체의 복심이라는 것 그리고 차후 대권을 넘보는 야심가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 세상에 다 알려진 사실이다.

원론적 차원에서 흔하게 있는 정치수사가 아니다.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가 운용하는 한미워킹그룹을 비롯해 내정간섭을 상습적으로 일삼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와 시대착오적인 한미동맹을 여전히 고창하면서 남북관계 길을 실질적으로 가로막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사령관의 반통일적 행보들을 정밀하게 겨냥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정부가 대결도 대화도 아닌 교착국면을 고수하고 있고 특히 미 대결파들이 대결국면으로 회귀하기 위해 긴장 조성에 집중하고 있는 정세 하에서 촛불시민들이 나아갈 길과 방향은 매우 또렷하다. 국민들이 평화통일진영에 총선승리를 안겨주면서 내준 길이며 그 이전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해준 방향이다. 분단적폐 청산과 자주통일이다. 그 무슨 거대담론이 아니다. 원론도 아니며 대단히 구체적이다.

분단적폐세력들의 반발로 20대 국회에서 비준되지 못했던 4.27판문점선언을 법제화하는 게 그 첫 출발이다. 통일운동 원리와 정세 흐름에 따르면 4.27판문점선언 법제화 정점에 서울남북정상회담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 남북정상회담은 2018년 9월 평양정상선언의 결정사항으로 구체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의미한다. 단순히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통일운동의 본성과 원리에 따르면 한국의 분단적폐세력을 약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성사될 수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성사의 결정적 조건은 한국의 분단적폐청산 사업과 더불어 특히 미 대결파의 반북공세를 무력화시키는 사업에서 튼실히 마련된다.

한국사회의 분단적폐세력을 청산시키는 활동을 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문재인 정부를 여전히 ‘슬하’에 묶어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 재개를 막으려는 미국 내 대결파들을 무력화시키는 활동을 하지 않고서는 평화와 번영, 통일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70여년 넘는 통일운동이 알려주는 원리다. 통일운동은 아울러 국민들과 함께 하는 통일운동이 승리할 수 있다는 원리도 알려주고 있다. 촛불시민들이 국민들과 평화통일운동을 함께 벌이는 건 분단적폐세력에겐 치명적 패배를 안기고 평화통일세력에겐 압도적 승리를 선물해준 국민들에게 촛불시민들이 보여줘야하는 의리다. 일정 시끄럽기는 하겠지만 북이 미국 내 대결파들을 휘어잡아 트럼프 정부에 북미협상 재개를 대단히 자연스럽고 세련된 방식으로 강제하게 되는 정세는 머지않아 펼쳐지게 될 것이다. 필연이다.

촛불시민들이 국민들과 함께 분단적폐 청산 활동을 기본으로 4.27판문점선언 비준사업을 신명나게 벌여나간다면 그리고 북이 북미대결전에서 핵보유 전략국가로서의 위력을 세련되게 구사하게 된다면 8천만 겨레는 당면한 최고의 정세이자 통일의 결정적 국면을 그리 머지않은 날에 맞게 될 것이다.

크게 가질 것이 승리에 대한 확신이다. 그리고 높이 휘날릴 것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이며 거칠 것 없이 나아갈 길은 민족공조의 길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한성 시민통신원  hansung6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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