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르네상스 마스터플랜
군사정부 시절 남산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고문과 날조로 악명 높은 중앙정보부가 남산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정보부 건물은 유스호스텔로 사용되고 있다. 악몽이 사라진 남산은 시민들을 위한 친근한 휴식처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시는 2009년 3월 ‘남산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일제강점기와 1960년대 이후 고도 성장기에 훼손되고 고립된 남산의 제 모습을 가꾸는 사업이다. 이를테면 북측 산책로로부터 한옥마을과 장충단공원을 잇는 구간에 실개천을 조성하고, 이는 용산공원과 녹지공간으로 연결한다. 해당 사업을 통해 생태환경 복원과 역사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계획이 수립됐다. 불필요한 건축물은 철거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남산다운 문화를 만들어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는 사업은 부진하다. 한편 한강에 이어 남산 전체를 문화와 예술이 연결되는 특화된 공간으로 디자인해 관광명소로 육성한다는 사업이 거론되고 있는데, 걱정스러운 점은 이런 사업의 미명하에 자행되는 자연과 환경 파괴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자연은 말 그대로 될 수 있는 한 가만히 두는 게 답이며, 심고 가꾸는 것이지 파헤치고 짓고 때려 부수는 게 아니다.

▲ 남산한옥마을의 전경

남산 정상에 서다
구름다리를 나와서 완만한 내리막길을 지나 오르막길을 오른다. 산기슭에서 헤어졌던 남산순환도로와 다시 만난다. 거기서부터 왼쪽으로 성곽의 여장이 나타난다. 성곽은 남산타워까지 끊어졌다 이어졌다가를 거듭한다. 오르막길 오른쪽에 ‘목멱산봉수대터(木覓山烽燧臺址)’를 알려주는 표지석이 있다. 세종실록의 기사에 근거해 추정하면 현재 미군통신부대가 들어선 곳에 있었다는 제1봉수대에 해당할 것이다.

남산 정상 버스정류장을 지나 정상에 도달했다. 남산타워가 남쪽으로 서 있고, 넓은 자리를 차지한 남산팔각정도 다사다난했던 근대사를 말해주고 있다. 남산타워 옆 정상에는 서울의 중심점이라는 ‘남산의 2등 삼각점’의 조형물이 바닥에 박혀있다. 그러나 이것은 1914년 일제강점기에 한반도 18개 도시 간 거리를 나타낸 표시로 실제 서울의 중심점은 아니라고 한다.

남산의 원래 이름은 목멱산이다. 목멱대왕(木覓大王)이라는 산신령이 산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마뫼’라는 이름도 있다. ‘마’는 마파람에서 보듯이 ‘앞’이라는 뜻이고, ‘뫼’는 산이므로 ‘마뫼’는 ‘앞산’이라는 말이다. 밝은 산이라는 뜻으로 인경산(引慶山)이라고도 불렸다.

▲ 서울의 중심점

N서울타워
그냥 남산타워라고 불러야 더 친근감이 든다. 남산 정상에 우뚝 솟은 전망 탑으로 해발 480m 높이에서 360〬 회전하면서 서울시 전역을 조망할 수 있는 명소다. 날이 좋으면 멀리 인천항과 개성의 송악산까지 보인다. 현대의 서울을 상징하는 탑이기도 하다.

1969년 12월에 동양방송, 동아방송, 문화방송 등 3개의 민영방송국이 공동투자해 1975년 8월에 완공했다. 수도권에 티브이와 라디오 전파를 송출하는 종합전파 탑과 관광전망대로 사용하기 위해 세워졌다가 1980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2000년 YTN이 인수하고 대대적인 보수를 해 2005년 N서울타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개장했다. 이제는 명실공히 복합문화공간이 돼 전국의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시설이다.

남산타워 앞 작은 광장에선 자물쇠 걸이에 무수히 달린 ‘사랑의 자물쇠’를 볼 수 있다. 그 모양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 다르다. 어디서 그런 신기한 모양을 만들었는지 인간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MBC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출연자가 사랑의 자물쇠를 거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붐이 일어났다고 한다. 과연 남산은 연인들의 산책로요, 사랑이 싹트고 영그는 곳이다.

▲ 남산 산책로. 전면에 N서울타워가 보인다

남산 팔각정
이승만의 80회 생일을 기념해 ‘80세 탄신경축위원회’는 1955년 10월 3일 개천절에 남산에서 이승만 동상 기공식을 갖고, 이듬해 광복절에 준공식을 가졌다. 그에 이어 1959년 11월 13일에는 남산 정상에 팔각정을 짓고 이름을 이승만의 호를 따서 ‘우남정’이라고 했다. 이 큼직한 정자는 4.19혁명 후 그의 동상과 함께 철거됐다가 ‘남산팔각정’이라는 이름으로 재건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아우르는 시야가 일망무제다. 북쪽으로는 멀리 북한산에 이어 백악산, 인왕산, 낙산이 도성의 심장부를 안고 있다. 남쪽으로는 관악산, 청계산에 이어 강남지역의 숨 막힐 듯한 빌딩 숲으로부터 관악산, 청계산, 청량산이 좌우로 펼쳐져 있다. 바로 눈 아래로는 한남동과 이태원이 보인다. 그러면 국사당과 봉수대를 본 다음 이태원을 나들이하는 것도 좋겠다.

▲ 남산 정상의 팔각정

글 허창무 주주통신원/ 사진 이동구 에디터

허창무 주주통신원  sdm3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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