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토요일 새벽 6시 30분 서울역과 부평역 등에서 모인 노숙인 1,004명을 태운 버스 22대가 서울역을 출발했다.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 도착하자 교황대사와 미얀마 신부, 이필용 음성군수 등이 나와 이들을 환영했다.

또 꽃동네를 만든 오홍진(72) 신부는 이들에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사랑합니다’란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오 신부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이곳, 음성 출신이다. 또 지난해 8월 교황님도 이곳을 방문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권력의 공산주의도 돈 만능의 자본주의도 아닌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는 사랑주의 세상을 만들자”며 “권력과 돈을 사랑하는 사상에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권력과 돈의 세계에서는 소유, 지배의 욕심으로 살인자, 자살자가 늘어나고 의처증과 의부증도 같은 이유로 만들어진다”며 “결혼을 하지 않은 나는 자연스럽게 벗어 날수 있었다. 바로 나처럼 당신들도 같다”고 설명하자 공감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거지는 달라고 할 줄만 알지 주는 법을 모르더라. 갚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행복하다”며 “소유와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데 오늘 이 자리의 당신들이 ‘천사’다”고 강조했다.

오 신부의 강연이 끝나자 감동을 맏은 노숙인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헌금함에 돈을 넣는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뒤 국수 등 푸짐한 식사와 풍선 날리기, 훌라후프 돌리기 등 축제 행사가 진행됐다.

중국을 비롯한 11개국 51명의 축하공연이 이어지고 전국에 올라온 중․고등학생들이 자원봉사로 나서 이들을 더욱 행복하게 했다. 또 노숙인들에게 이발과 건강검진, 장수사진(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등 오후 3시까지 행사가 계속 됐다.

▲ 이날 행사에 참여해 노숙인들과 함께한 장준기 전 서울역전 파출소장과 고순계 통신원.

이날 이들을 특별한 감정으로 맞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역 파출소장을 지내다 한 계급 승진해 이곳 음성꽃동네를 담당하는 파출소장으로 승진한 장준기 경정이다.

반가운 마음에 이들을 맞이하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장 경위는 “건강하세요”라며 인사를 나누는 등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다.

행사가 끝나고 자원봉사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발한 버스 안 풍경은 아침과 사뭇 달랐다.

이날 새벽의 버스에서는 다들 침묵을 지켰지만 돌아가면서는 서로 인사를 나누며 웃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오 신부의 특강을 듣다 주머니에 있던 돈을 모두 헌금한 김영표(가명)씨는 “마음이 참 행복했다”고 말해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다른 노숙인은 “우리의 미래체재는 오 신부의 말처럼 북의 독재도 아니고 돈만 밝히는 자본주의도 아닌 사랑주의다”며 “이는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선언인 615남북공동선언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경기교육자원봉사단체협의회와 서울꽃동네사랑의집이 주관하고 서울농수산식품공사 등이 협력해서 이루어진 자리였다. 후원사들은 런닝 등 속옷과 운동화, 푸짐한 먹거리 등을 배낭에 넣어 버스에서 선물로 주는 등 ‘행복한 천사들’을 위로했다.

/편집 = 최홍욱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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