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연대의 시대 ( 필명 김자현)

 

김 자현의 詩 사랑방!

 

건달 연대

 

 

 

 

 

 

 

 

 

 


그 시대엔 무엇이든 연대가 유행했더래요 참여도 연대하고

인권도 노조도 연대하고 항간에는 가랑이 연대도 있었대요

하다못해 미투 운동도 연대 했으니까요 가느단 싸릿가지들

엮여서 싸리 울타리 되듯 애초에 굴비처럼 잘 엮이는 디엔에이

있는가 하면 엮이는 것에는 소질을 타고 나지 못한 주변부들!

자칭 오달지다고 자청한 이들도 끝내는 연대 했더라네요

들쭉 날쭉한 쇠모서리들 살벌 무시한 돌쩌귀, 내맡길 장이나

갈이들 숫돌 찾아 여러 마을 기웃거렸지만, 어느 곳에도

자신을 벼릴만한 곳 없었다네요 급기야 관념의 숲으로

접어 들기도 전 개념부터 너덜너덜한 세상의 들길 걸을 때

달빛조차 눈 흘기는 그 시린 등허리에 허허실실로 짠 깃발을

올렸대요 지면이라는 학고방에 이름 석 자 박을 방 한 칸 줍쇼,

읍소를 비웃던 그들, 삯 월세도 들지 못한 이름도 성도 없는

허수들, 허공에 문패를 달 수 없어 툭-하면 한 평 반 도시

궁디에 모여 헛헛한 속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며

세상을 웃어 제낄 때 서로의 목젖에 간판을 건다네요

바로 무소속 연대, 이름하여 낭만연대 건달연대죠!

 

 

 

 

 

 

 

 

작은 해설------------------------------------------------------------------------

술수와 꼼수로 버젓이 공개적인 걸개가 걸려도 이를 알아보는 사람

드문 시절이다. 역사에 주춧돌을 놓는 석공들조차 사이비에 물든 세상,

패거리란 본시 광명보다는 습한 곳을 전전하는 것이로되, 이즈음은

전도되어 대낮을 활보하는 뒷골목 패거리들. 그들에 밀려 알곡들이

주변부를 전전하고 연대를 하니 이름하여 낭만 연대 건달연대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승원 주주통신원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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