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오랑캐와 사특한 관료들의 노략질만으로도 기가 찰 노릇이었다. 여기에 이들을 본뜬 비적(匪賊)이 합세하여 무리지어 약탈하기에 여념이 없었으니 그때마다 백성들은 숨통이 끊어지고 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렇지 않아도 뒤주 속 양식은 떨어지고 풀마저 움트질 않는 이른봄은 심한 기갈, 돌림병에 풍찬노숙(風餐露宿)하는 이가 부지기수였다.

“근년부터는 기근(飢饉)이 거듭되고 여역(癘疫 전염성 열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 잇달아 풍속이 야박하고 악독해져, 처첩(妻妾)이 지아비를 죽이고 노비(奴婢)가 주인을 죽이며, 자식이 또한 어미를 죽이는 등 인륜의 큰 변이 잇달아 일어났습니다.”(조선 중종 11년 4월 10일)

“창질(瘡疾)을 치료하는 약으로 인육(人肉)과 사람의 간담(肝膽)을 쓰기 때문에 흉악한 무리들이 소아(小兒)를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괴함은 물론이고 비록 장성한 남녀라도 혼자 길을 가는 경우에는 겁략하여 모두 배를 가르고 쓸개를 꺼내었는데, 이는 그 쓸개를 팔면 많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조선 선조 9년 6월 26일)

 

위와 같이 기근과 역병은 언제나 우리네 삶과 궤를 같이했다. 필연적으로 굶주림과 악질이 이어지고 그 결과는 끔찍한 참혹상을 드러낸다. 인간이라면 차라리 눈을 감았으리라.

▲ 프랑스 인류학자 샤를 바라Charles Varat(1842~1893)가 1888년에 지방을 여행할 때, 어느 마을에서 발견한 <고양이> 그림이다. 콜레라의 접근을 물리치고자 한 부적 같은 그림이다. 당시의 백성들은 콜레라의 주범을 쥐로 여겼다. 쥐가 발병의 원인이 되었기에 쥐의 천적인 고양이를 그려두면 콜레라가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화면 오른쪽 위에는 ‘雜殺退’라고 적어두었다. 아마도 떨어져 나간 한 글자는 쥐를 의미하는 ‘서鼠’자로 보인다. “잡귀인 쥐를 죽여서 물리쳐라”는 뜻이다. 전염병의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이 고양이에게 부여한 임무이자 주문인 것이다. 우측은 천연두가 발병하면 집집마다 나라의 으뜸 고관대작의 준엄한 의관을 갖춘 무시무시한 표정의 천연두 마귀 그림을 벽에 붙였다.(윤진영, 2015)

역병을 물리는 정통요법

“집에 조금이라도 양식이 있는 자는 곧 겁탈의 우환을 당하고 몸에 베옷 한 벌이라도 걸친 자도 또한 강도의 화를 당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무덤을 파서 관을 뻐개고 고장(藁葬)을 파내어 염의(斂衣)를 훔치기도 합니다. 빌어먹는 무리들은 다 짚을 엮어 배와 등을 가리고 있으니 실오라기 같은 목숨은 남아 있지만 이미 귀신의 형상이 되어 버렸는데, 여기저기 다 그러하므로 참혹하여 차마 볼 수 없습니다. 감영(監營)에 가까운 고을에서 얼어 죽은 수가 무려 1백 90명이나 되고, 갓난아이를 도랑에 버리고 강물에 던지는 일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현종 12년 1월 11일)

보다 못한 세종은 전염병에 대한 의방(醫方)을 초(抄)하여 내려 보내서 사망에 이르지는 않도록 하라는 왕명서(王命書)를 예조에 전달한다. 이에 방문(方文)에 이르기를 “두시(豆豉 콩을 삶아 쪄서 소금과 생강 따위를 넣고 방 안 온도에서 3일 동안 발효시켜 만든 약) 1되[升], 복룡간(伏龍肝 아궁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불기운을 많이 받아 누렇게 된 흙), 동자 소변(童子小便)을 서로 섞어서 달이고… 중략 …한 자리[同床]에 거처하여도 서로 감염되지 않는 방문은, 매일 이른 아침에 세수하고 참기름[眞香油]을 코 안에 바르고, 누울 때에도 바른다. 창졸간(倉卒間)이라 약이 없으면, 곧 종이 심지를 말아서 콧구멍에 넣어 재채기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무얼 더 인용할까. 그렇다! 창질(瘡疾)을 치료하는 약으로 민간에서는 인육(人肉)과 사람의 간담(肝膽)을 썼다. 이에 견주어 나라에서 제시한 정통요법은 사흘간 발효시킨 콩, 아궁이 바닥흙, 아이들 오줌, 참기름 등이었다. 그도 저도 없다면 종이 심지를 콧구멍에 넣어 재채기를 하도록 권장했다. 이게 사실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일일까마는 콩 한 줌, 참기름 한 방울 없이 살아가는 백성들의 참상이 드러난다. 오죽했으면 도롱이로 겨우 알몸을 가리고 보름날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잘게 썰어 물을 끓여 목욕하면 잡귀가 물러간다고 믿었을까. 참으로 무지한, 그러나 한없이 선량한 우리 민족의 일상이었다.

▲ 아이들을 기다리는 교직원의 마음이 담긴 플래카드. 서울아현초 정문

썩을놈들, 잗달게 굴지 마라

이제 인류의 재앙인 인간 백 세 시대가 오고, 더 오래 영원히 살겠다고 인조인간과 냉동인간을 향한 손놀림이 우렁차다. 어쩌면 자연사가 사라지고 필요에 따라 인체 냉동 보존 장치를 파기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요즈음, 그런 얼토당토않은 ‘의방’인들 들어설 자리가 있겠냐마는

가까이 하지 마라

되도록 멀리 떨어지라

만나도 손잡지 말고

최소한 2미터는 떨어져 있으라

사람은 능히 사람을 멀리하고

누구든 경계하고 또 경계할지니

학교는 정문 후문 모두 닫고

덧문도 쪽문도 빗장을 질렀구나.

학생은 학교를 찾지 말고

선생은 학생을 만나면 안 된다

거룩한 혼례도 외면하고

장엄한 죽음마저 감추기 급급하니

이게 어디 사람 할 짓이냐

이러고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할 수 있것냐?

 

근디 이 판에 거들먹거리는 놈들은 또 뭐냐?

이리 재고 저리 쫌시로 잘도 날을 세우는디

파란둥이 빨간둥이 할 것 없이 나랏돈 빼서 곗술로 낯내는 것들이

마빡 땅에 꼬라박고 똥구녁 치켜듬시로 50을 주니 100을 주니 별 염병 다하더니

골방에 누워 사바사바하다가 지랄도 그런 개지랄이 없제마시

인자 와서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준다?

 

입마다 말 다르고

한입으로 두말하고

아침저녁 말 다르고

들고날 때 말 다르니

간다간다 함시로 아이 셋 낳고 간다더니

추접한 놈들아, 늙은이 낯가죽이 도망가것다!

아따, 곤약스럽기는…

무쳐묵고 볶아묵고 덖어묵고 지져묵고 삶아묵고 끓여묵고 회쳐묵고 찜쪄먹고 등쳐묵고 둘려묵고 눈빼묵고 간빼묵고 그래도 양이 안 차 피빼묵고 골빼묵고 진짜 징글징글하게 해쳐묵는 니그들 아니냐? 내가 아직 과문해서 자식 시체 팔아 떼부자된 놈은 모르제만 그보다 천 배 만 배 노회하고 사특한 놈들을 무지하게 많이 알고 있는디

본 것도 안 보고 안 본 것도 보고 알고도 모르고 모르고도 아는 양 물타고 눙치고 짖고 찧고 빻고 짓씹고 여기서 베끼고 저기서 훔치고 여기서 질금 저기서 찝적 급기야 버닝썬 n번방 기웃거리며 눈흘레질하면서 용두질 일삼는 기레기들

 

왜놈 되놈 양키 할 것 없이 뒤꽁무니 찰싹 붙어 댕기다가 진짜 빨갱이는 잡도 안하고 애먼 사람 빨갱이 만들어 한 자리 꿰차고는 지 아비어미 현충원에 안치하고 호적에 금칠하고 사는 놈들이 빽 없고 가진 것 없는 민중을 죄다 개돼지 취급하더니만 아, 글씨 개씹에 비져난 놈들이 하필이면 그 불쌍한 ‘개돼지들’은 왜 벗겨놓고 엎치고 메치고 밑두리콧두리 만지고 보듬고 핥고 깨물고 앞에서 빨고 뒤에서 쑤시다가 무료해지면 낯짝 훤히 드러내고 니 죄를 까발린답시고 어미•마누라•아들•딸•동생•조카•처남도 모지라서 땅 속에 묻힌 아비까지 소환하니 그리도 표독스런 짓거리가 법과 정의와 양심과 진실을 세우겠다는 조폭들의 의리에 비견할 바는 아니다만 차라리 돈독에 올라 뭇놈 조진 니네 살붙이들이야 잔챙이라 그란다고 하제만 수백 수천이 잠들지 못하고 눈 뜬 채 누워 있는 서울•광주•부산•마산•진도•안산•목포가 안 보이고 만고의 대역죄인들과 끈타발 칭칭 묶여 있는 여의도가 보이지 않제? 조선팔도 구석구석 눈감을 데 어디 있다고 감을 때 아니 감고 떠야 할 때 애써 감고 지내는 두 눈 박힌 애꾸눈이 짭새•검새•판새•변호새 들

미역이랑 다시마도 구별 못하는 것들이 때만 되면 시장에 들러 떡볶이 묵고 어묵 묵고 동태 사고 오징어 사고 장사가 되니 마니 헛소리하다가 뜬금없이 전철 타고 유세를 떨려니 승차권을 어따 대는지도 모르는 것들이 만나는 사람마다 아는 척 반가운 척 취업이 어쩌구 경제가 저쩌구 하면서 총 한 번 안 쏴 보고 분해소지 한 번 못 해 본 것들이 건뜻하면 국가와 민족을 들먹이고 항공점퍼 즐겨 입고 GP 앞에서 망원경 들이대는 국개의원과 그 아재비들...

고것 참, 이러구도 해 뜨고 달 뜨고 시계가 잘도 돌아간다니 어찌 아니 좋을 시구 대한민국 만만세다. 간장이 시고 소금이 곰팡 난들 니놈들에게 손벌릴까마는 “국민 생활 안정과 경제 회복 지원을 목적으로 대상 소득·재산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모든 국민 모두에게 준다.”는 말뜻을 모르것응께

경기•강원•충청•전라•경상•제주 따지지 말고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가리지 말고

강남•강북•이남•이북•옥탑방•쪽방•아방궁•달동네 묻지도 말고

주민•동민•시민•촌놈•뜨내기•나그네•별사람•사랑손님 구별하지 말고

썩을놈들, 잗달게 굴지 마라

내 땅에 내가 살면 됐제 그것 말고 또 무슨 간볼 게 있다냐?

긴 말 필요 없이 긴급재난지원금은 니놈들만 빼고 다 받을 자격이 있어.

그래봤자 마당에 덕석 피고 동그마니 둘러앉아

찌개냄비 가운데 두고 포도시 한 입 두 입 나눠먹으면 그만인 것을

사람이래야 격을 따지지 사람도 아닌 것들이 국격을 논하다니 울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무등산 똥개가 음매음매, 금오산 들개가 콜록콜록 자다가도 웃을 일이구만.

▲ 아이들이 오지 않는 봄은 봄이 아니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서울송정초 플래카드

편집 : 객원편집위원 김혜성(cherljuk13@nate.com), 심창식 편집위원

박춘근 주주통신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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