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길 닿지 않은 자연의 보고, 안양천에서

박춘근 주주통신원l승인2020.05.13l수정2020.05.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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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09시에 선유도 공원을 출발, 안양천을 거쳐 도림천까지 영등포구청 관내 수변지구를 탐방했다. 수필가이자 식물학자인 오병훈 박사님의 지도 아래 ‘한국식물연구회’와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공동으로 진행한 행사였다.

그날 우리는 버드나무, 왕버들, 수양버들, 용버들, 갯버들, 키버들, 미루나무, 황철나무 등 다양한 버드나무류를 비롯하여 비술나무, 중국굴피나무, 은단풍, 참오동나무, 8잎 으름덩굴, 들메나무, 처진비술나무 등을 보았다. 절로 자라는 자연의 생태가 심어 가꾸는 아이들보다 훨씬 건강하다는 것을 새삼 우리 앞에 드러내 보였다. 특히 조류, 파충류, 양서류 및 자생식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안양천생태보호구역을 설정, 인위적으로 수변지구의 수목과 들풀을 제거하지 않는 영등포구청의 배려가 돋보였다.

▲ 안양천 길가에는 절로 자라는 들풀이 참 많다. 사람 손길을 타지 않으니 맘껏 자라고 있다. 사진은 자주광대나물,
▲ 물칭개나물
▲ 버드나무씨앗으로 뒤덮인 큰봄까치꽃

다만 옥에 티라고 할까? 석벽 위 참오동나무 아래 누군가가 천막을 치고 살고 있는 흔적을 발견했다. 각종 오물과 함께 호박, 고추, 가지 등을 심어 가꾸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자전거를 세워 두고 민들레잎을 뜯는 부부가 보인다. 어떤 할머니 두 분은 뽕잎과 화살나무잎을 숫제 훑다시피 배낭에다 퍼담고 있었다.

안양천 길가의 식생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나름 행복해 보인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안내판과 현수막이 눈에 거슬린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쳐다볼 텐데, 맞춤법에 어긋난 구절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풀깍기’는 ‘풀깎이’로, ‘출입을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출입을 삼가 주기 바랍니다’로 고쳐 써야 한다. 아무리 보아도 ‘하천내 노점행위 금지’라는 말은 어색하다. 물속에서 장사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굳이 ‘하천’을 넣으려면 ‘하천 주변 노점 행위 금지’가 더 낫다.

‘도림천하류복개 시점’에 이르렀을 때였다. 장관이 펼쳐졌다. 담쟁이덩굴이 석벽과 맞은편 구로구 쪽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덮고 있었다. 벽면녹화를 위해 누군가 몇 년 동안 갖은 애를 썼으리라.

▲ 잿빛 석벽과 콘크리트 다리를 수놓은 담쟁이덩굴
▲ 잿빛 석벽과 콘크리트 다리를 수놓은 담쟁이덩굴

그런데 다시 보니 이상하다. 잎사귀들이 비비 꼬여 있다. 자세히 보니 아래쪽 줄기가 싹둑싹둑 잘라졌다. 일없이 가지런히 참 잘도 잘랐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새들새들한 잎을 보니 불과 한두 시간 앞서 일어난 일이다. 누가 그랬을까? 누군가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겠지. 그 전에 누군가가 그렇게 하도록 입안하고 결재했겠지.

▲ 잘린 담쟁이 넝쿨

아무리 보아도 걸리적거리는 건물이나 전깃줄이 보이지 않는다. 뿌리가 닿은 바닥은 고작 원추리만 빼곡히 심어져 있을 뿐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서도 한참 멀다. 그렇다고 담쟁이가 없는 콘크리트벽이 더 아름다울 리가 없다. 대체 누가 왜 저토록 모질게 밑동을 잘라버렸을까? 죽어 가는 담쟁이의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작은 배려는커녕 누군가의 생명을 짓이기는 이들도 얼굴을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웠으면 좋겠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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