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중동은 선정적이고 악의적인 보도를 당장 멈춰야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오른쪽)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1월 열린 제1421차 수요시위에서 대화 중 포옹하고 있다.(출처 : 이정아 한겨레 기자)

요 며칠 사이 정의기역연대와 윤미향 전 대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부금 처리문제’와 ‘10억 엔 사전 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모두 ‘도덕성’과 관련된 사안이다. 더구나 문제를 제기한 이용수 할머님과는 30년 가까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함께한 동지이다. 그런 점에서 충격이 컸다. 충격을 넘어 논란이 증폭된 데에는 일부 언론들과 특정 정당의 공격이 결정적이었다. 진보 인사를 공격하기 좋은 소재인 ‘도덕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할머님의 기자회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기부한 돈이 할머님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가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10억 엔을 윤미향 전 대표가 사전에 정말로 알고 있었는가이다.

먼저 후원자들의 기부금은 대체로 투명하게 처리되고 있음이 회계전문가들에 의해 밝혀졌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더라도 탈세나 횡령이 전혀 없었다. 맥줏집에서 하루에 3,000만원이 넘도록 비용 처리했다는 식의 언론 보도나 하루에 3000만원어치 맥주를 마신 것으로 악성댓글이 난무한 것도 언론의 선정성 짙은 보도 탓임이 드러났다. 140 차례에 걸쳐 치른 후원의 밤 행사비용을 국세청 양식 한 칸에 적다보니 그런 오해가 빚어졌다. 더구나 시민운동단체 부족한 인력 속에 간사 한 사람이 처리하다 보니 부실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좀 더 성실하게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일부 언론이 즉자적으로 기사화한 탓이다. 다분히 선정적인 보도였다. 그 기사를 읽는 순간 국민들 누구나 정의기억연대(정대협의 후신, 이하 정의연)의 ‘도덕성’을 떠올릴 것이기에 그렇다. 만일에 그런 고의성을 염두에 두고 기사화했다면 공정보도에 어긋난 처사일 뿐 아니라 불순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일부 언론들이 그런 보도태도를 보였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균형감 있는 취재와 보도를 하려는 노력이 거의 보이질 않았다. 최소한 당사자나 단체에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쳤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곡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 보도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것이 최소한 객관성을 유지하는 취재준칙일 것이다. 한 쪽 주장만 담고 왜곡 편집한다면 누가 취재에 응하겠는가? 무엇보다 공적 기구로서 양쪽 이야기를 균형 있게 보도하려는 언론의 태도가 아쉬웠다. 솔직히 너무나 기울어진 일방적 보도였고 편파적이었다.

조선일보에서 정의연이나 윤미향 전 대표를 보도한 기사 제목만 나열해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 [기자의 시각] 정의도 기억도 연대도 없었다 (5/13)/[김광일의 입] 여권의 '조국 신드롬'… "윤미향을 엄호하라" (5/13)/김근식, '조국' 소환한 윤미향 직격…"뻔뻔한 그 길 제발 멈춰라" (5/13)/위안부 피해 할머니 없는 '위안부 수요집회' (5/14)/"윤미향, 기부자가 안 원해서 내역 못 밝힌다? 국민이 바보인가" (5/14)/친문 공지영도 정의연 비판 "할머니들 잘 모시라고 낸 돈을…" (5/14)/"할머니들 뒤에서 쌈짓돈 챙긴 것 아니라면 기부금 공개해야" (5/14)/[김광일의 입] 윤미향 개인계좌 모금, 유용인가 횡령인가(5/14) /[단독] 정의연 4년간 13억 국고보조금 중 8억 사라졌다(5/15)/[단독] 정의연 "작년 5명 장례지원 750만원, 한 유가족 받은 건 조의금 20만원뿐"(5/15)/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2004년 "정대협 모금 금지" 소송 냈다(5/15)/[단독] 정의연 국고보조금, 文정부 들어 46배 늘어(5/15)/"이용수 할머니, 정의연 운동방식에 불만… 정신 맑아… 누구에 이용당할 분 아니다"(5/15)/민주당, '윤미향 펜션 술파티' 논란에도 "친일 세력 공세"(5/16)/위안부 쉼터, 윤미향이 즐기던 술상엔 일본과자들이...(5/17)/위안부 피해 할머니 "TV 보고 쉼터 알아, 치가 떨렸다"(5/18)

 

위 기사를 보도한 조선일보는 우리나라에서 창간된 지 가장 오래된 신문이다. 동아일보와 민족정론지 경쟁을 했던 신문으로 1920년 동아일보보다 더 먼저 창간했다. 전두환 5공 정권 시절부터 동아일보를 따돌리고 신문시장 구독 1위를 보유해 오고 있는 신문이다.

요 며칠 사이 보여준 기사들인데 한 마디로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국사태 때  ‘도덕성’을 치고 들어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이 국민들에게 일정 부분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조국 프레임을 들씌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위해 노력해온 정의연(정대협)을 분탕질 치려는 의도로 느껴진다. 참고로 조선일보는 친일단체인 「대정친목회」가 창간한 신문임은 이미 학계에선 다 알려진 사실이다.

「대정친목회」는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 등 고위관료를 지내고 떠나는 일인들을 위해 환송회를 해주던 단체였다. 일제는 1910년대 조선인들에게 일체 결사, 집회의 자유를 박탈했는데 조선총독부가 유일하게 허가해준 단체가 바로 「대정친목회」였다. 매순간 스스로 자신의 ‘도덕성’을 성찰해야 할 숙명을 타고난 신문이 조선일보이다.

우리나라 신문시장 2, 3위인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어떨까?

“[단독]이용수 할머니 "윤미향 양심 없다, 왜 위안부 팔아먹나"(중앙일보, 5/14 인터뷰 기사)

“[단독]위안부 피해자 5명에 장례비 750만원 지원했다는데… 故 곽예남씨 딸 “받은건 조의금 25만원뿐” 주장”(동아일보 5/15)

기사 제목만 봐도 두 신문 역시 ‘도덕성’을 집중해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창간사주나 사장을 역임한 인물들인 김성수, 방응모, 홍진기 모두 일제 강점기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누구의 ‘도덕성’을 논할 처지가 아님은 자명하다.

더구나 일본군 위안부를 포함해 정신대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 30년 가까이 문제를 제기해온 정대협에 대해서 그런 식의 보도기사로 공격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가해당사국인 일본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 이슈로 부각시켜 전 세계적인 연대를 일궈온 정대협을 전면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는 매우 잘못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5/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39차 정기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역연대 이사장(중앙대 교수)이 인사하고 있다.(출처 : 김봉규 한겨레 선임기자)

정대협은 1990년 교회여성연합회 등 37개 여성단체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탄생된 인권과 평화운동 NGO이다. 다시 말해 수십 개 단체가 회원단체로 가입돼 결성된 비영리 비정부 민간운동단체이다. 탈세나 횡령 등 회계부정은 상상할 수가 없고 제도적·구조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실제 공익재단법인으로서 정관 제6조에도 감사 2인이 존재한다. 그리고 “임원은 명예직으로서 보수를 지급하지 아니한다” 며 “다만, 이사장과 상임이사는 재단의 직무 수행을 위해 이사회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보수를 지급할 수 있다.”(정관 제14조)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윤미향 전 대표를 비롯해 활동 간사 분들은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고 헌신해 온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 참여연대 견학수업 중인 여의도고 NGO 동아리 학생들 모습(출처 : 하성환)

언젠가 우리나라 최고의 NGO, 참여연대를 학생들과 방문한 후, 환영해 준 40대 경제개혁팀장에게 물어봤다. 임금이 너무 적어 가정의 생계는 꾸려가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부부 둘 다 시민운동을 하는데 합치면 그럭저럭 생계는 걱정 없다고 한다.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간사로 활동하는 20대 젊은이는 오직 소명감에서 기쁘게 일을 한다며 씩 웃는 표정이 행복해 보였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하는 처지이지만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한국 사회가 이만큼이나마 맑아지고 투명해졌다고 필자는 믿는다.

사실 인권연대든 앰네스티든 참여연대든 월드비전이든 나눔문화든 김용균 재단이든 4,16연대든 정대협이든 시민단체의 활동은 고스란히 한국 사회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NGO 참여연대는 후원회원이 15,000명 정도로 기억한다. 상근인력이 50명 정도로 알고 있다. 반면에 인권연대는 후원회원이 몇 천 명에 지나지 않고 상근활동가는 5명 정도이다. 특히 인원이 부족한 소규모 NGO의 경우 상근활동가 몇 명의 수고와 헌신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고 전해 들었다.

심지어 윤미향 전 대표는 낮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멀리 지방 강연을 다녀와 받은 강연료조차 모두 공익재단에 기부해 왔다. 활동가들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지 않고 매달 지급받는 <활동비>라고 생각한다. 그런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활동해 온 분들이 정대협 활동가들이다. 다른 NGO 핵심활동가들도 마찬가지이고 이러한 사실은 보내주는 소식지에 그대로 실려 있다. 더 이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내용이나 부풀려진 추측성 기사로 활동가들이나 정의연의 ‘도덕성’을 매도하는 보도기사를 멈춰야 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약칭 정대협)에 후원금 한 번 내 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 시민으로서 공동체 문제에 공감하는 차원에서 수요시위에 참여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취할 자세는 더더욱 아니다. 공식 용어인 일본 군 ‘성노예’라는 표현이 싫어 정대협은 할머님들 뜻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라고 표현하며 수요시위를 30년 가까이 이어왔다. 그 30년 동안 정대협-정의연, 그리고 수요집회는 한결같았다.

▲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원 앞뜰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

이화여고 역사동아리<주먹도끼>가 중심이 돼 전국에 산재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건립한 <평화의 소녀상>. 밑에 표지석에는 성금모금에 참여한 고등학교 명단이 자랑스럽게 적혀 있다.(출처 : 하성환)

1990년대와 달리, 이제 수요시위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과 함께 전 국민이 알 정도로 보편화된 운동이 되었다. 아니 전 세계 수많은 국가들과 연대시위를 감행할 정도로 국제적인 문제로 각인되었다.

2000년대엔 도쿄에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주제로 민간 국제법정을 개최해 일본 내 여론을 환기시켰다. 나아가 2007년 미국 의회를 포함해 유럽의회에서도 일본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회 차원의 결의문을 채택하며 일본을 압박해 온 것도 모두 할머님들과 정대협 활동가들이 일궈낸 소중한 땀의 결실이다.

국가가 마땅히 해결했어야 할 역사문제에 대해 그동안 한국정부는 너무 소극적이었고 정치인들이나 일반 시민들 역시 무관심하였다. 적어도 2000년대까진 그러했다. 온전히 정대협 활동가들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그들의 눈물겨운 활동으로 이룩해 낸 소중한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아픈 역사를 공감하려는 삶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구나 아픈 역사를 세상에 알리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헌신해 온 시민운동가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모욕을 주는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는 그런 점에서 당장 멈춰야 한다.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 뒤 ‘나 몰라라’ 하는 보도 태도는 이제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신문사를 비롯해 한국 언론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뀌어야 한다. 이유는 그들 언론들이 건강한 여론형성에서 공적 영역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공익재단법인 정의연 정관 제4조(사업)에 열거된 정의연 활동에 대해 제대로 살펴보고 기사화할 필요가 있다. 정의연은 할머님들 구제를 위한 단순한 구호단체가 아니다. 정의연이 ‘우리집’ 쉼터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정의연이 실천하는 많은 활동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정의연 홈페이지에 명시된 활동 목적을 살펴보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범죄인정, 진실규명, 공식사죄, 법적 배상, 책임자처벌 등을 통한 정의로운 해결을 이룸으로써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에 기여하며, 역사교육 및 추모사업 등을 통해 미래세대로 하여금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올바르게 기억하게 하고, 무력갈등 및 전시 성폭력 재발방지와 전시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회복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아를 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업들을 실천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이른바 수요집회 때마다 한결같이 외치는 7대 요구사항이다.

1. 일본정부에 대한 ①진상규명, ②범죄인정 ③공식사죄 ④법적배상 ⑤책임자처벌 ⑥역사교과서 기록 ⑦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 7가지 요구를 이행시키기 위한 사업

2.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에 대한 제반 진상조사와 연구, 기록보존 사업

3.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와 관련하여 가해국, 피해국, 구연합군 정부의 책임을 규명, 이행하게 하는 사업

4. 일본군 성노예제 관련 인권교육사업

5. 일본군 성노예제 생존자 복지사업과 쉼터운영

6.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와 전시 성폭력 피해 재발방지를 위한 국제연대. 교류사업

7.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운영, 평화비 건립과 추모.기림 사업

8. 미래세대를 위한 장학사업

9. 나비기금 지원 사업

10. 위 각 호 사업과 관련한 홍보 ․ 출판 사업

11. 기타 재단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

12. 위 각 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모금. 수익 사업

- 정의기억연대 정관 제4조(사업)에서 인용 발췌

 

필자는 1996년 조계종단에서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쉼터인 「나눔의 집」(경기도 광주군 소재) 후원회원이었다가 2000년대 이후 수요시위를 이끄는 정대협에 매료돼 후원회원이 되었다. 2003년부턴 NGO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거의 매년 정대협을 방문했다. 2003년 정대협을 처음 방문했을 땐 현재 사무실이 있는 마포구가 아니라 서대문구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토요일 동아리 수업인데도 우리들을 환영해 준 분은 윤미향 사무처장이었다. 토요일인데 쉬지 않고 학생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님들을 기억하는 유품이 있던 교육관에서 1시간 동안 인상적인 강연을 펼쳤다. 함께 갔던 관악고등학교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은 윤미향 사무처장의 강연을 듣고 새로운 역사 사실 앞에 모두들 놀라워했다.

헤어질 때 윤미향 사무처장은 이 말을 놓치지 않고 들려 줬다. “ 일본은 할머님들이 모두 돌아가시길 기다리고 있어요. 사과 한 마디 없이! 우리가 이렇게 외쳐도 일본대사관에서 누구 한 사람 나와 본 적도 없어요. 이젠 우리들이 수요시위를 이어가야 합니다. 계속 사과할 때까지 이어가야 해요! 전경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시위 가운데 가장 안전한 집회예요. 보호 받습니다. 집회 끝나고 점심도 함께합니다. 방학 때 꼭 오세요!”

▲ 여의도고등학교 NGO동아리 학생들의 수요집회 피켓 시위장면(2014년 7월)

여의도고등학교 NGO동아리 학생들이 손수 판넬에 만든 피켓을 들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주황색 건물이 일본대사관 건물이다 (출처 : 하성환)

정대협 사무실이 장소를 옮긴 이후 또 NGO 동아리 학생들과 정대협 사무실을 찾았다. 이후 필자가 여의도고등학교에서 NGO 동아리 지도교사를 할 땐 동아리 수업 시간 학생들 스스로 판넬을 만들어 특별한 날에 지하철 여의도역 거리 피켓 시위를 하거나 수요시위에 참석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사죄와 역사교과서 기술을 촉구하며 시청 앞에서 <1억인 서명운동>을 실천하기도 했다.

정대협 사무실이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에 자리를 잡자 2015년  당시 여의도고 NGO동아리 학생들과 갔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 앞마당 지하에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학살만행에 대해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참담한 증언과 가슴 아픈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모두 정의연(정대협 후신) 활동 목적 사업 가운데 하나인 전시 성폭력 피해 재발방지를 위한 국제연대활동의 일환이었다.

▲ 2015년 12월 28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규탄하는 문구가 일본대사관 맞은 편 벽에 부착돼 있는 모습(출처 : 하성환)

다음으로 ‘10억 엔 사전 인지’ 역시 사실 무근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박근혜 정권 시절 추한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윤미향 전 대표나 정대협은 사전에 몰랐다. 그게 팩트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일 위안부 합의문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서 이미 밝혀진 사안이다.

오히려 정대협(정의연 전신)과 윤미향 전 대표는 한일 양국 합의문에 명기된 ‘소녀상을 철거한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최종적 ‧ 불가역적 해결” 이란 문구 역시 박근혜 외교부 관료들이 말하지 않고 숨겼다.

박근혜 정권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에 참여한 고위 외교 관료나 정치인들이 마땅히 속죄해야 할 사안일 뿐이다. 10억 엔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 점에서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는 잘못이 없다. 그럼에도 그들 일부 언론과 특정 정당은 집요하게 ‘도덕성’을 물고 늘어지며 집중 보도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전 대표에 대해 문제제기와 건전한 비판은 얼마든지 허용될 수 있고 허용되어야 한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의 후원과 지지 못지않게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을 넘어 마치 후원금을 개인이 착복하고 다른 용도에 함부로 쓴 것인 양, 무책임하게 보도하는 것은 그분들의 삶과 운동 전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모욕적이기까지 하다. 그것은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 악의적인 선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할머님들이 모두 천국으로 가셔도 다음 세대인 우리들이 수요시위를 이어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수요시위는 계속돼야 한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두 번 다시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거나 전시 성폭력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또다시 군국주의를 욕망하는 아베 일본이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일제강점기 고통스런 역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참상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 고통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받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할머님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는 길이다.

따라서 수요시위는 현 세대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이자 소명이다. 할머님들이 설령 모두 돌아가신다 해도 수요시위는 계속돼야 한다. 남은 우리들이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도록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 역사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와 ‘정신대’란 용어가 다시 기술되고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가르쳐져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참혹한 전쟁과 야만적인 전시 성폭력의 참상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전쟁으로 상처받은 여성과 고통 받는 어린이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적으로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연의 존립 목적이자 할머님들의 간절한 소망이라고 생각한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hsh703@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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