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대학교 네번째 강의, 박정희 시대 우리나라 금지곡 지정 이유

신촌대학교의 가라오케 근현대사 네번째 강의가 지난 5월 25일 신촌대학교 제1 강의실에서 있었다.
강의 주제는 '이미자부터 김추자를 거쳐 조용필까지, 금지곡의 역사'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머리에 꼭 꽃을 꽂으세요
 
I get knocked down, but I get up again You're never going to keep me down. 나는 한방에 쓰러졌어, 하지만 다시 일어나지 너희는 결코 날 쓰러뜨릴 수 없어
 
위의 가사는 그룹 마마스앤 파파스의 멤버였던 스콧 맥켄지가 월남전을 반대하며 반전, 평화를 외치던 노래 San Francisco, 아래는 영국 그룹 첨바왐바(Chumbawamba)의 열변(텁섬핑 Tubthumping)의 가사이다.두곡 모두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운동권노래, 우리식 표현으로 '민중가요'이다.
 
박정희 시대 우리나라에서 우리말로 이 곡들이 나왔다면 금지곡이 됐을 것이다.
 
이금희의 '키다리 미스터김'은 박정희 대통령이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금지곡이 된 어처구니 없는 시대였다.
 
그 시대를 무사히 넘겨 온전히 살아남은 가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조용필, 하춘화, 남진, 나훈아.

그들은 정권의 필요에 의해, 그리고 정권의 안위를 위해 남겨둔 최소한의 숨구멍이었다.
 
1975년 12월 3일, 우리 국민은 '문화의 말살'을 경험했다.

70년대 초만 해도 남녀노소가 수영복 차림으로 둘러앉아 음악을 듣는 청평페스티벌 등 자유로운 문화축제가 성황이었다.

이제 안산밸리, 인천 펜타포트등 거대한 규모의 음악 페스티벌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그 시대만큼 자유로운, 세대간의 열린 분위기는 아니게 됐다.

"바그너와 니체의 오역은 히틀러를 낳았고

철학을 소거한 플라톤은 박정희를 낳았다."

박정희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일을 하기 시작해 다시 잠드는 시간까지 국민은 근면성실하게 일만 하기를 소망했다.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서'도 안됐고,- 송창식의 '고래사냥' 가사 중

'접어드는 초저녁에 누워 공상에 들어 생각에 도취해'도 안됐다. -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의 가사 중

'어제 처음 만나서 사랑을 하고 우리들은 하나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됐다. - 이장희의 '그건 너' 가사 중

독재자의 시각에서는 이미 100% 대한민국의 꿈이, 행복이 이루어진 나라에서 행복의 나라(로)는 월북, 즉 찬양고무에 해당하는 이적행위였다. 청춘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는것을 떠나 '만나고 모이는 내용의 노래'는 불려서는 안됐다.

심지어 혜은이는 본명이 김승주, 김일성의 본명인 김성주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금지곡으로 엮인 사례이다.

왜색풍이라는 이유로 역사에서 지워져야 했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아들손주도 못 알아보는 치매 어르신들이 완창 가능한 유일한 곡으로, '빨갛게 멍든 꽃잎'이 '빨갛게 물든 꽃잎'으로 불릴수 있다는 논리와 함께 친일 세력이 주축이었던 정권의 '왜색 지우기' 명분으로 사라져야 했지만, 35주 차트 점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의 힘으로 구전되기에 이르렀다.

신중현이 의도적으로 3선 개헌일에 발표한 곡 '거짓말이야'의 후폭풍은 더욱 대단했다.

정보 접근이 극히 어려웠던 시대, '깨어있는 문화예술인'을 길들이기 위해서 독재자에게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1975년 12월 3일, 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이후 지속되던 박정희의 근원적 불안감, 앙스트(Angst)는 결국 한국판 문화대혁명을 초래했다.

해피스모크라는 당시 인기리에 판매되던 대마초를 어느순간 '척결해야 할 적폐'로 규정, 문화예술인의 80%를 하루아침에 검거해버린다.

'대통령 부부가 참석하는 광복절 기념식장에 총을 들고 당당히 입장한 문세광'은, 문세광 하나가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의 주변 모두를 불신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것이 김재규 중정부장과 차지철 경호실장이 막강한 권한을 두고 대립하는 단초가 됐고, 결국 고 김대중 대통령이 예견한 박정희 대통령의 급사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는 독재자의 심리를 의학적으로 분석한다.

광인은 자기 자신을 미친 사람으로 생각할 수가 없다. 광인은 다만 이성의 행사를 이성 자체와 구별할 수 있는 제3자의 눈에만 미친 사람일 수 있다.

고전주의적 사유는 광기가 무엇이냐라는 측면에서 광기를 검토하고자 할 때, 광인으로부터가 아니라 질병 일반으로부터 검토를 시작하게 된다.

현대 철학의 선구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사실성과 타당성'이라는 저작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예를 들면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은 새마을 운동을 통해 구현하거나 호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성.

하지만, '아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춘다면'은 디오이즘, 대왕 알렉산더를 난처하게 한 디오게네스의 논리일 뿐만 아니라 자가영양생물이 아닌 이상 태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타당성에 기반한 권력 행사였던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시인 랭보는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통해 문학적 감수성으로 이 광기를 서술한다.

옛날,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의 삶은 모든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온갖 술들이 흘러 다니는 하나의 축제였다.

어느날 저녁 나는 美를 내 무릎에 앉혔다. 그러고 보니 지독한 치였다. - 그래서 욕을 퍼부어 주었다.

나는 正義에 항거하여 무장을 단단히 했다.

나는 도망했다.  오 마녀여, 오 불행이여, 오 증오여, 내 보물을 나는 너희들에게 의탁했다.
나는 내 정신 속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온갖 희망을 사라지게 하기에 이르렀다.

그 희망의 목을 비트는데 즐거움을 느껴, 나는 잔인한 짐승처럼 음험하게 뛰었다.

나는 죽어가면서 그들의 총자루를 물어뜯으려고 사형집행인을 불렀다.

나는 피와 모래에 범벅이 되어 죽기 위해 재앙을 불렀다. 불행은 나의 신이었다.

나는 진창 속에서 팍 쓰러졌다.

나는 죄의 바람에 몸을 말렸다.

나는 광대를 잘 속여 넘겼다.

봄은 나를 향해 백지처럼 무시무시한 웃음을 웃었다.

그런데, 요즘 마지막 껄떡 소리를 낼 찰라에, 나는 옛날의 축제를 다시 열어줄 열쇠를 찾으려 했다.

그러면 아마도 욕망을 되찾을지 모른다.

자애慈愛가 그 열쇠이다 - 그런 생각을 하는걸 보니 내가 전에 꿈을 꾸었나 보다.

이 서슬퍼런 문화대혁명의 종말은 얼마전 우리곁을 떠난 신해철이, 그 문화대혁명이 초래한 문화적 빈곤을 타결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마련된 대학가요제를 통해 극복한다.

웅장한 전주가 심사위원 조용필에게도 각인되어버린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는, 차이코프스키가 러시아의 영광을 과장되게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큰 동작으로 연주하게 한 피아노협주곡 1번의 호른 연주를 구현해낸 신디사이저의 전주가 압권으로 그 전주의 최초 성공이 바로 성호를 긋고 기도하고 오른 대학가요제 무대였다고 한다.

신촌대학교 가라오케 근현대사학과의 6월 15일 제5강은 종군가수 김추자를 주제로 한다.

아울러 가라오케근현대사 배기성학과장은 오는 6월 9일부터 다산연구소에서 한국 5000년사를 주제로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편집=최홍욱 편집위원

이대원  bigmot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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