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이로소이다 1. 한강왕의 후예

심창식 편집위원l승인2020.05.25l수정2020.05.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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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요즘 한강변을 산책하는 것은 크나큰 행복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하늘은 푸르고 강물은 평화롭게 흘러간다. 한강나루터로 가는 길목에서 요트선착장 쪽으로 이어진 오솔길은 내가 즐기는 코스중 하나이다. 오솔길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문득 '오늘 여기서 왕처럼 하루를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요즘 같은 문명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원시시대로 치면 대략 수백 명의 하인들을 거느려야 가능하다고 한다. 매일 먹는 나의 먹거리를 위해 농군들과 식품가공업자들이 있어야 하고, 내가 입는 의류를 사시사철 대기 위해서는 수많은 직물공들의 노고가 있어야 한다. 아파트에 제공되는 전기와 식수, 냉난방 시설 유지를 위한 기술자들과 그에 종사하는 인력들은 어느 정도일 것이며, 이따금 즐기는 비행기 여행과 기차 여행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야 할까.

왕의 하루는 다른 왕들과의 안부인사로부터 시작된다. 오전에 글로벌제왕협회 원격세미나에서 전 세계 제왕협회의 왕들과 안부를 주고받으며 국제 정세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받았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와 경제적 파장에 대한 보고가 주류를 이룬다. 자본주의와 대량소비사회의 문제점이 제기되며 왕들 간의 토론이 벌어진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되지만 대책은 마땅치 않다.

왕들은 골치 아픈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전문가들과 관료들에게 일임하는 게 최고라는 것을 왕들은 잘 알고 있다. 왕들의 관심은 뜻밖에도 다른 곳에 있었다. 코로나가 중국 우한에서 집단으로 발병했을 때 왕들은 직감했다. 이 사태는 백성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코로나로 제일 치명타를 입을 국가지도자가 누구일지에 대해 왕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치열한 논의 결과 왕들이 꼽은 대상은 네 명으로 좁혀졌다. 시진핑과 트럼프, 그리고 김정은과 아베가 바로 그들이다. 코로나가 끝날 즈음 이들 중 적어도 한명이 고꾸라져 있거나 실각할 것이라는 게 글로벌제왕협회에서 내린 결론이었다.

글로벌제왕협회에 가입된 왕들은 열 명도 안 된다. 적어도 조상대대로 5천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민족이라야 회원이 될 자격이 부여된다. 나는 환웅과 단군의 후손자격으로 제왕협회에 당당히 가입할 수 있었고 마찬가지로 인도와 이집트, 그리스와 이스라엘에게도 회원가입자격이 부여되었다.

하지만 국가적 죄를 회개하지 않은 나라는 아무리 역사와 전통을 내세워도 가입이 제한된다. 이를테면 일본 아키히또 국왕은 제왕협회 가입을 평생토록 간절히 원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쯤해서 내가 어떻게 글로벌제왕협회의 회원이 되었는지에 대해 밝힐 때가 되었다. 내가 왕으로 등극하기 전에 지극히 평범한 평민의 한 사람이었던 시절에 한 노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한강변에 나갈 때는 따뜻한 물이 담긴 보온병을 들고 나가곤 하는데 마침 어떤 노인이 내게 다가와 물 한 모금을 달라고 요청하였다. 입을 대고 마시던 터라서 좀 꺼리기는 했지만 병뚜껑에 물을 따라 노인에게 드렸다. 그러자 노인이 사실은 자신이 한강왕의 후예라며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한강왕의 유래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니까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게 나라를 빼앗긴 후 고구려 유민들이 발해를 건국한 사실은 역사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들 중 일부가 삼국시대의 전략적 요충지역인 한강에 내려와 후일을 도모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발해가 멸망한 후에는 발해의 왕족들까지 가세하여 고구려 후손들과 더불어 신분을 숨기고 성을 바꿔서 은밀하게 한강유역을 점유하기 시작했고 비밀리에 부족장을 세워 대를 이어갔다고 한다. 한강유역을 점유하고 통치했다고 하여 부족장을 한강왕으로 부르게 되었다. 고주몽의 직계후손이 초대한강왕에 추대되었으며 자신이 바로 그 한강왕의 후손이라는 것이 노인의 주장이었다.                <계속>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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