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가 한 자리 수로 줄어들자 친구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한 친구는 양평 가까이에 살고 또 다른 친구는 멀리 일산에 살지만 세미원이 좋다고 해서 그곳으로 약속 장소를 잡았다. 두 친구는 자기 차로 오지만 나는 전철로 가야 했다. 청량리부터 지상철이어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가는 전철여행도 나름 즐거웠다. 양수역에 내려서 세미원까지 700m밖에 되지 않으니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예전에도 가본 적이 있어 시간 계산을 하고 갔는데 너무 서두른 탓일까 4-50분 일찍 도착했다. 점심 식사 할 곳을 뒤적이며 근처를 어슬렁거려 본다. 구름 낀 하늘이 참 맑다. 바람이 약간 세게 불어도 기분 좋은 상쾌한 바람이다.

친구들이 도착했다. 12시가 다 되어 간다. 식후경이라 했던가. 두 친구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내가 점찍어 놓았던 음식점을 가리킨다. 역시 우린 30년지기 친구다 ㅎㅎ.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니 넓은 유리창 밖으로 강이 시원하게 바라다 보여 전망이 좋다. 정원도 제법 잘 꾸며놓았다. 옛날 드라마 '전원일기'를 촬영한 곳이라고 팻말도 달아놓았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세미원으로 향했다.

초입에 나무숲은 연두에서 초록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재빠르게 뒤로 가서 초록 숲길을 걸어가는 두 친구 모습을 담아 보았다.

이곳 철쭉은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꽃송이는 작은데 야무지고 생기가 돌았다.

 

유난히 빨간 개양귀비가 많이 피어 있었다. 빨간 빛이 어찌나 선연한지 다른 개양귀비색은 잘 들어오질 않았다. 친구 집 마당에도 처음 여러 색 개양귀비를 심었는데 해가 갈수록 빨간색이 늘어난다며 빨간색이 우성 같다고 이야기해 준다.

햇살 받으며 땅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 흰 마아가렛도 곱다.

둘이서... 둘이서...

둘이서 : https://www.youtube.com/watch?v=yDn38I3NF1U

 

 

배다리에서
다리 아래 배들이 줄지어 이어져있다.

열수주교(烈水舟橋) : 배다리

배를 여럿 이어 만든 다리입니다. 정조임금께서 부친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하러 가실 때 한강에 설치되었던 배다리를 복원했습니다. 정조께서는 양주에 있던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부로 이전하고 능호를 현릉원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매년 한강에 배다리를 설치하여 현릉원을 참배하였는데 이를 위해 다산 정약용 선생 등이 참여하는 주교사(舟橋司)를 설립하여 배다리를 건설하고 관리하게 하였습니다. 이곳 열수주교에는 정조임금의 효성과 정약용선생의 지혜를 기리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은근히 출렁이는 배다리에서 그동안 가슴 속에 품고만 있었던 말을 고백해보세요. 배다리처럼 살포시 흔들리는 곳에서는 심장이 더욱 활발해져 고백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속으로만 좋아했던 마음, 사과하고 싶었던 마음 등을 표현해보세요. 그리고 더욱 다정한 관계를 유지하시기를 바랍니다. 배와 배로 길을 잇듯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게 하고 싶습니다. (참조글 : 세미원 홈페이지)
 

가끔 선체 관을 통해 물이 뿜어져 나오는데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세미원은 연꽃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7월에 꽃이 핀단다. 지금은 수련 잎이 물에 떠있고 꽃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아쉬움을 창포붓꽃이 대신한다.

 

물웅덩이를 만나서 잠시 든 생각 '자신의 그릇만큼만 物을 담는다'

아이들이 비눗방울을 불며 논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비눗방울은 셔터를 누르기 전에 터져버려 카메라에 담아보려는 나의 수고를 허사로 만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비눗방울 장사꾼이 터지지 않게 내 앞으로 하나를 기술좋게 날려 보내준다.

친구들과 헤어져 양수역으로 오는 길에 구름과 노을이 멋지게 작별 인사를 한다.

 

 열차 시간을 확인 못하고 간 탓에 무려 30분 넘게 기다렸다.

무료함을 어떤 이의 그림자로 달래 본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ssooky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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