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딸하고 음악을 공유한다. 얼마 전에 딸이 “엄마, Hauser곡 같이 너무 비장한(?) 음악만 듣지 말고 이런 곡도 들어봐” 하고 동영상 하나를 보내줬다.

동양 여인이 연주하는 상큼한 하프 곡이다. 그런데 이 연주자가 좀 특이하다. Lavinia Meijer(라비니아 마이어)는 1983년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두 살 때 친 오빠와 네덜란드 가정에 입양되었다. 다행히 오빠와 떨어지지 않고 양부모님의 따뜻한 시랑 속에서 자랄 수 있었다.

양부모와 피부색이 달랐던 라비니아는 어려서 놀림을 받기도 했으나. 하프를 연주하면서 상처는 저절로 치유되었다고 한다. 때론 시원한 빗줄기 같고 때론 부드러운 바람 같은 신비하고 순수한 하프 소리가 좋아 점점 더 하프에 열중했다. 14세인 1997년 네덜란드 하프 콩쿠르 1위, 2000년 브뤼셀 국제 하프 콩쿠르 우승, 2009년 네덜란드 음악상을 수상했다. 2007년 카네기홀 데뷔 후 세계 주요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09년, 23세 나이에 라비니아는 한국을 방문해서 첫 공연을 가졌다. 그 공연에서 친아버지를 만났다고 한다. 이후 2012년, 2013년, 2014년 연속해서 한국을 방문해 연주회를 가졌다. 이렇게 훌륭히 커서 한국을 찾아오니 참으로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생각해도 될까? 그런 생각조차 미안하고 부끄러워해야 하는 걸까?   

위에 소개한 곡 ‘Passaggio’는 2014년 앨범 <Passaggio>(파사지오)에 실린 곡이다. <Passaggio>에는 이탈리아 작곡가 ‘Ludovico Einaudi(루도비코 에이나우디)’를 대표하는 11곡이 실렸다. 이 앨범에 있는 모든 곡은 뭐라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듣고 있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요새는 매일 아침 컴퓨터를 켬과 동시에 이 음악을 듣는다. 평화가 따로 없다. 행복이 이런 걸까? 

<Passaggio>에 수록된 11곡을 다 들을 수 있는 주소다.
https://www.youtube.com/watch?v=kaAu8gUPzSw&list=OLAK5uy_nB02TXpzG8VXo_JDnCJIRQYNQ5cOAukos

 

2015년에는 프랑스 음악가들 곡을 하프로 연주하여 앨범 <Voyage>를 냈다. 역시 미국 네티즌이 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30선’ 중 1위인 드뷔시의 '월광'이 첫 곡으로 나온다. 

<Voyage>에는 Erik Satie(에릭 사티)의 피아노 소품도 있다. 너무나 고요해서 정적조차 숨을 멈춘 Gymnopédie(짐노페디) 1번과 Gnossienne(그노시엔느) 1번을 소개한다.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Philip Glass(필립 글라스)의 곡을 연주한 앨범 <The Glass Effect>도 아름답다. 2017년 1월에 나온 앨범으로 80세를 맞이한 Philip Glass에게 헌정한 앨범이라고 한다. 선명한 선율이 그녀 손가락에서 살아나 생생 뛰어다니는 것 같다. 앨범 첫 번째 곡인 ‘Etude No. 1’이다.

 

2018년에는 디지털 앨범 <아리랑>을 선보였다. 어떤 악기로 연주하든, 어떤 목소리로 부르든 언제 들어도 아리랑은 참 애절하다. 

 

몇 년 전에 딸이 Ludovico Einaudi 곡을 들어보라고 추천한 적이 있다. 피아노곡으로 선율이 깨끗하고 밝았다. 아마 딸은 Ludovico곡을 선곡해서 자주 듣다보니 Ludovico곡을 연주한 Lavinia도 알게 된 것 같다. 다음에는 Ludovico Einaudi 곡을 소개하고 싶다. 6월 장마로 기분까지 눅눅할 때 들으면 기분 전환까지 되는 상쾌한 곡이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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