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잘리고 줄기가 굽었다. 죽은 나무가 아닐까?

아니다. 살았다. 아마도 수년을 기다려 새 생명을 피웠을 거다.

똑바로 올라가다 잘린 소나무는 죽었는데 너는 어찌 뼈가 부서지도록 몸을 굽히고도 살아남았니?

튼실하게 자라던 너... 그만 잘려 나가 생명을 잃었구나.

너는 잘려나가고도 새싹을 틔웠구나. 너를 살리고자 애쓰는 아기 싹의 생명이 참으로 경이롭구나. 

너는 어찌 나무 밑둥에서 가는 가지를 뻗고 있니? 혹 뿌리가 잘못 나온 건 아니니?

줄기에서도 가지가 뻗어 나오는구나. 비록 가늘다 해도 새 가지에 하나씩 꽃처럼 달린 연푸른 색이 참 곱구나.  

그래 그랬구나. 네 꼭대기 저 위에 하늘을 향해 말라 죽어가는 네 피붙이가 있구나. 이미 얻은 생명은 빛을 잃어가고 있는데... 너의 집념은 너에게 새 생명을 허락했구나.  비록 부러질듯 가늘게 시작했더라도 어미 몸에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주렴.  

나는 언제 한번이라도 저렇게 처절하게 살아남고자 온 힘을 다한 적이 있었을까?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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