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에서도 개선장군처럼 당당했던 강구철 열사"

강구철 열사의 아내 이인복씨 인터뷰 옥천신문l승인2020.06.10l수정2020.06.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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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구철 열사의 아내 이인복씨

"처음 만났을 때 강구철씨가 너무 수수해보이기에 '당신같이 수수하고 정직한 사람이 무슨 정치학과냐. 정치는 사기꾼들이 하는 거 아니냐' 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강구철씨가 '정치는 원래 정직한 사람이 해야 한다'며 씩 웃더라고요. 그때 당시 강구철씨는 민청학련 사건 때문에 수배가 내려져있을 때예요"

아내 이인복(69, 대전 유성구)씨는 남편 강구철 열사와의 첫 만남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뚜렷한 소신과 강직함, 단단함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1977년도 당시 대전시청 뒤 경안빌딩 지하에 BBS 야학이 있었다. 풍안방직 등의 노동자들이 공부를 하는 장소였다. 야학에서 이인복씨는 음악 선생을, 강구철 열사는 영어 선생이자 교무주임을 맡았다. 야학 선생으로 알게 된 두 사람이었지만 첫 만남부터 서로 잘 맞았고 금새 친해졌다. 결국 4년 후 결혼을 하게 된다.

"어느 날 뉴스를 봤더니 강구철씨, 윤보선씨 등이 YWCA사건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고 하더라고요. 친언니는 이참에 헤어지라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바로 시댁으로 찾아가서 같이 강구철씨를 면회 갔어요. 당시 서로 마음은 있었지만 사귀지는 않는 '그저 그런 사이'였는데 말이죠. 서대문형무소 교도관이 저보고 무슨 사이냐 묻기에 쭈뼛거렸더니 강구철씨가 '내 약혼자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결혼하기로 정해진 거죠"

강구철 열사가 민주화운동을 위해 전국 각지를 활보하며 수배·수감될 동안 이인복씨는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며 두 자녀를 키웠다. 자주 수배를 당하는 탓에 가족들뿐만 아니라 친구, 옥천의 친척들까지 강구철 열사를 '빨갱이, 간첩'이라고 오해했었다고. 그러나 강구철 열사의 재판이 진행되고 민주주의를 위한 행보가 알려지면서 오해는 사라지게 된다. 이인복씨는 재판 때마다 개선장군처럼 재판장에 들어서던 남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억압과 고초가 있었지만 남편뿐만 아니라 다른 민주화운동가들도 재판장에 들어설 때 박수를 치며 당당하게 들어섰어요. 민주화운동가라는 자부심 때문이죠. 한번은 삼엄한 군사재판장에서 판사가 '직장 다니는 사람이 왜 데모를 하냐'고 문제 삼으니 남편이 '신분이 무엇이건 간에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가슴이 먹먹했죠."

"유치원에서는 감옥에 가는 사람들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저희 아이들한테 아빠는 나쁜 사람들에 맞서 싸우다가 감옥에 갔다고 설명을 했어요. 아이들도 아빠의 노력과 헌신을 믿었고요. 아이들에게 큰소리 한번 낸 적 없는 아빠이기도 했어요. 이후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고 투명하게 쓰이길 바란다며 국회의원에 도전하기도 했죠. 지역에서 남편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았고요"

이인복씨는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이들을 찾고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름 없는 이들의 이름을 찾고 기억하는 것이 아픈 역사를 잊지 않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떠난 지 18년이 지났지만 마음이 아파 과거를 잊고 살았어요. 남편의 공적이 묻힐까봐 안타까웠죠. 한편으로는 남편처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진 민주화운동가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숨겨진 민주화운동가들을 발굴하고 기리는 일이 지속돼야 한다고 봅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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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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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성환 2020-06-14 20:15:26

    민주화운동가 강구철 선생을 기억하고 아이들에게 알리겠습니다.

    좋은 인터뷰 기사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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