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인터뷰]김포 허산자락 귀락당 정우열 주주

지난 4일 늦은 오후 정우열 통신원(79) 자택에서 인터뷰를 청했다.

정우열 선생님은 원광대학교에서 1978년부터 2003년까지 25년간 한의학을 가르쳤고, 퇴임 후 10여 년 간 진료활동을 하다가 2013년부터는 인천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김포시장애인복지관에서 진료 및 의료봉사, 장애인치료, 독거노인봉사, 빈첸시오회 봉사 뿐 만 아니라 매월 은퇴원로 지인들과 역사탐방을 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선생님은 앉자마자 "젊은 사람들이 바빠야 한다" 며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깊은 애정을 보이셨다. 또한 요즘 경기침체와 청년실업으로 실의에 빠져있는 청년들과 소외된 독거노인, 장애인들에 대한 걱정을 함께하시면서 자연스럽게 한겨레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가 이어졌다.

정 선생님은 "지역통신원의 역할은 기자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틈새를 메꾸는 역할로써 구석구석의 지역 소식을 활발하게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너도나도 너무 큰 사안만 좆아 거창한 주제만을 다루는 것 같아 아쉽다"며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고 그 가치도 변하는 것이다. 창간당시 젊은이였던 세대가 그 당시 큰일을 해 냈듯이, 지금도 이 시대에 맞는 젊은이들이 큰일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새로운 기회를 많이 줘야한다. 한겨레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시기이다. 다양화 된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성 추구가 필요하고, 다양한 세대, 직업, 경력, 전공 등에 따른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주주통신원은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요즘 MERS 같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항의 경우 통신원들 중 전문성 있는 전문가에게 글을 부탁하는 등 전문화된 글을 신속하게 대응하였으면 하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즉, 지역통신원의 본분인 지역의 틈새소식과 전문, 특화 된 글을 양분화 하여 접근하자는 의견이었다.

이어 집안 구경이 이어졌다. 집안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는데, 우선 당호는 김포 허산자락 歸樂堂이며 선생의 호는 한송(漢松)이다.

▲ 귀락당(歸樂堂) - 歸樂이란, 주자의 "나이들면 고향에 돌아가서 즐김"에서 따온 말이다.
▲ 열화실(悅話室) - 悅話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열친척지정화(悅親戚之情話)-"친척과 정다운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워함"에서 따온 말이다.
▲ 이안정(怡顔亭) - 怡顔이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면정가이이안(眄庭柯以怡顔) - "집에 돌아가 술단지 끌어당겨 잔을 따라 마시며, 뜰의 나무가지 바라보니 낮빛이 즐거워짐"에서 따온 말이다.
▲ 락우재(樂憂齋) - 樂憂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락금서이소우(樂琴書以消憂) - "가야금을 타고 책을 읽으며 시름을 달램"에서 따온 말이다.
▲ 하관대(遐觀臺) - 遐觀이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시교수이하관(時矯首而遐觀) - "때때로 머리들어 먼 하늘을 바라 봄"에서 따온 말이다.
▲ 망언루(忘言樓) - 忘言이란, 도연명의 시 음주(飮酒)에서 욕변이망언(欲辨已忘言) - "자연속에 참다운 삶의 이치가 들어있으니 말로 표현하고자 해도 할말을 잃음"에서 따온 말이다.

그리고 이어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를 소개하면서, "약 2300년전 중국의 전국칠웅시대에 강대국인 진(秦) 나라와 제(齊)나라 사이에 끼인 초(楚)나라의 상황이 오늘날 미.중 강대국 사이에 끼인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르지 않음을 직시해야 하며,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때이고 이 것이 선비정신이자 오늘날 한겨레가 가야 할 정신이다"라고 강조하였다.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

屈原旣放 游於江潭 行吟澤畔 顔色樵悴 形容枯槁(굴원기방 유어강담 행음택반 안색초췌 형용고고)
굴원이 쫓겨나 강호를 유람하며 못가에서 시를 읊조리고 다니는데 안색은 초췌하고 모습은 수척해 보였다.

漁父見而問之曰 子非三閭大夫與 何故至於斯(어부견이문지왈 자비삼려대부여 지어사오)
어부가 그를 보고 묻기를 "당신은 삼려대부가 아니십니까? 무슨 까닭으로 이 지경에 이르셨습니까? 하니

屈原曰(굴원왈)
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 是以見放(거세개탁아독청 중인개취아독성 시이견방)
굴원이 말하기를 "세상이 다 혼탁한데 나혼자 깨끗하고 모든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 홀로 깨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추방당했습니다"고 하니

漁父曰(어부왈)
聖人 不凝滯於物 而能與世推移(성인 불응체어물 이능여세추이)
어부가 말하기를 "성인은 세상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따라 변하여 갈 수 있어야 합니다."

世人皆濁 何不淈其泥 而揚其波(세인개탁 하불굴기니 이양기파)
"세상사람이 모두 탁하면 왜 진흙탕을 휘저여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衆人皆醉 何不飽其糟 而歠其釃(중인개취 하불포기조 이철기리)
모든이들이 취하면 어찌 술찌기미라도 먹고 취하지 않습니까?

何故深思高擧 自令放爲(하고심사고거 자금방위)
"어째서 깊이 생각하고 고결하게 처신하여 스스로 쫓겨남을 당하십니까?"

屈原曰(굴원왈)
吾聞之 新沐者 必彈冠 新浴者 必振衣(오문지 신목자 필탄관 신욕자 필진의)
安能以身之察察 受 物之汶汶者乎(안능이신지찰찰 수 물지문문자호아)
굴원이 말하기를 "내가 듣기로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관을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한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서 입는다고 했소. 어떻게 결백한 몸으로 더러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寧赴湘流 葬於江魚之腹中(녕부상류 장어강어지복중)
安能以皓皓之白 而蒙世俗之塵埃乎(안능이호호지백 이몽세속지진애호)
"차라리 강에 가서 물고기밥이 될지언정, 어찌 결백한 몸으로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오"

漁父 莞爾而笑 鼓枻而去 (어부 완이이소 고설이거)
어부가 빙그레 웃고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면서 떠나가더라.

乃歌曰 (내가왈)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遂去不復與言(수거불복여언)
곧 노래하기를,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하고는 다시는 함께 더불어 이야기하지 않더라.

 

마지막으로 한겨레와 주주통신원들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말씀을 잊지 않았는데, "시대정신을 가지고 미래의 나갈 길을 대의적인 차원에 바라보고 가야할 것이다. 개인의 이익에 집착하는 소아적인데서 벗어나야 하며, 공.사 구분이 분명해야 앞으로의 발전에 저해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우열 선생님은 "정인보선생이 다산의 학문이 '민중경학(민중을 깨우치는 학문)이다'라고 칭찬하였듯이 정약용의 사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채 개인 내면의 인격만을 도야하는 것은 유학자의 수양이 아니라고 여긴 것이었다. 이 시대에 다산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신이 생겨나야 한다. 이것이 한겨레의 역할이다. 발전을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필요하며 상생 발전되어야 한다. 서로 적으로 생각하면 안되며 진정한 보수와 진정한 진보는 상호 상생이 필요하다. 따라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며 "한의학에서도 '상반상성성(相反相成性)'이라는 것이 있어서, 음과 양이 서로 힘을 견제하면서 새로운 생명활동이 생겨난다. 진보를 위한 진보 , 보수를 위한 보수는 안된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여야하며, 한겨레도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가 중요한데 이는 전적으로 한겨레와 주주 통신원들 그리고 젊은이들의 몫이다"고 당부했다.

정우열 선생님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셨는데, 미국-샌프란시스코에서 입양아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딸과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아들을 만나러 7월 13일 출국할 계획이라며 매우 들떠있으셨다.

 /편집=최홍욱 편집위원

김진표 주주통신원  jpkim.internatio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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