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https://www.pexels.com/ko-kr/photo/1029759/)

김선생님, 더위에 어떻게 지내고 계셔요? 잘 지내고 계시죠? 

요즘 며칠 그렇게 덥더니 어제 저녁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더라고요.

간산루(看山樓)에 올라 앞 모담산 향해 베개 베고 누웠더니 솔바람이 겨드랑으로 스며들더군요.

김선생님, 하도 시원해 예전에 애송하던 시를 읊조려 보았어요.

枕上得詩吟不輟(침상득시음부철)
羸驂伏櫪更長鳴(리참복력갱장명)
夜深纖月初生影(야심섬월초생영)
山靜寒松自作聲(산정한송자작성)

베개 베고 시를 얻어 계속 읊조리니,
마구간의 마른 말도 더욱 길게 우는구나.
밤 깊어 초승달은 그림자를 만들고,
고요한 찬솔도 절로 소리 내누나.

이 시는 박은(朴誾,1479-1504)의  <夜臥誦詩有感> 첫 네구예요.

목소리를 돋워 읽다 보니 소리는 점점 낭랑해지고, 그 소리에 무슨 느낌이 있었던지 마구간에 엎드려 있던 파리하게 마른 말도 힝힝대며 화답한다 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가녀린 초승달도 그 어린 빛으로 마당에 그림자를 만들었고, 고요하던 산의 찬 솔조차도 파도 소리를 내며 시를 읽는 늙은이의 목소리에 박자를 맞추고 있다 했군요.

김선생님, 교향악의 합주처럼 완벽한 하모니가 아니겠어요!

자! 여기서 어디까지가 정(情)이고 어디까지가 경(景)인가요? 무엇이 '물(物)'이고 무엇이 '아(我)'인가요? 정과 경이 하나가 되고, 물과 아가 하나가 되는 바로 정경일치(情景一致), 물아일체(物我一體)가 아니겠습니까?

김선생님, 난 그만 스르르 잠이 들었답니다. 한잠 푹 잘 잤습니다. 

산은 고요한데 찬솔(寒松)만 혼자서 소리 내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늙은이가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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