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에게,

우사, 잘 주무셨나?

난 어제 낮에 커필 마셔서 그랬는지 새벽녘에 깨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했네.

그래서 잠을 청하려 이전에 즐겨 읊던 이백(李白)의 시, <홀로 술을 마시며>(獨酌)를 기억을 더듬어 흥얼흥얼 암송했네.

天若不愛酒(천약부애주)
酒星不在天(주성부재천)
地若不愛酒(지약부애주)
地應無酒泉(지응무주천)
天地旣愛酒(천지기애주)
愛酒不愧天(애주부괴천)
己聞淸比聖(기문청비성)
復道濁如賢(복도탁여현)
聖賢旣己飮(성현기기음)
何必求神仙(하필구신선)
三盃通大道(삼배통대도)
一斗合自然(일두합자연)
但得醉中趣(단득취중취)
勿爲醒者傳(물위성자전)

우사, 이 시는 내가 대학시절 집에 어머님이 담가놓으신 국화주 항아리에 써서 붙여놓고 친구들 불러와 항아리에 용수 받쳐놓고 술 마시며 읊던 시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제 밤에 하도 잠이 안와 기억을 더듬어 읊었네. 혹시 오래 전에 기억이라 잘못된 곳이 있을 줄 모르이. 눌러 보시게나!

하늘이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하늘에 주성(酒星; 술별)이 있을 리 없을 것이고,
땅이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주천(酒泉;술샘)이 있을 리 만무하네.
그렇다면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좋아한 셈인데,
지금 내가 술을 좋아한다 해서 하늘에 부끄러워 할 것이 없네.

옛날부터 청주(淸酒)는 성인과 같다 했고,
탁주(濁酒)는 현인 같다고 했는데,
이미 성현 같은 술을 마시고 있으니
굳이 신선이 되려 애쓸 필요가 없네.

우사, 석 잔 술에 대도로 통하고(三盃通大道), 한 말 술에 자연과 합한다(一斗合自然)했네. 술을 석 잔만 마시면 노장(老莊)의 이른바 의식(意識)을 초월하여 허무한 만물의 본체인 대도(大道)를 터득할 수 있어서 무념무상(無念無想), 혼돈의 본원(本原)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말이고, 또 한 말 술을 마시면 본체(本體)의 성질, 자연에 합치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절대적이어서 어떤 것에도 좌우되지 않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심경(心境)일세. 그리고 이 취중의 재미(趣)는 자기만이 알고 즐길 것이지,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 재미를 애써 전할 필요는 없다 했군.

하하~ 우사, 깨어보니 꿈이었네. 한잠 푹 잘 잤네.

우사, 언제 한 잔 하지 않으려나?

오늘도 즐겁게!♥

2020. 6. 16.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늙은이가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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