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녀님에게서 “경주역과 월성 핵발전소를 안내해 줄 수 없느냐?”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일정을 조율해서 흔쾌히 “동행을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전교가르멜수녀회 수녀님들과 연대의 길을 떠났습니다.

▲ 전교가르멜수녀회 수녀님들이 경주역 앞에서 월성 핵쓰레기장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연산 성당에서 새벽 미사를 드리고, 수녀원에서 아침 묵상과 가벼운 아침 식사를 하였습니다. 수녀원의 봉고차로 경주역 앞 월성 핵발전소 내의 핵쓰레기장 추가 건설 반대 농성장을 방문했습니다. 수녀님들은 수녀원에서 만들어 온 피켓을 들고 경주역 앞에서 핵쓰레기장의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핵쓰레기장 추가 건설 반대 농성장 옆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자들이 찬성 홍보를 하고 있었습니다.

 

▲ 월성 핵발전소가 있는 나아리 해변에서 핵쓰레기장을 반대하는 수녀님들의 모습. ©장영식

경주와 연대의 피켓팅을 마치고, 감포 바다를 향했습니다. 감포 바다에서는 신비로운 문무대왕릉을 바라보며, 이 아름다운 곳에 월성 핵발전소와 핵쓰레기장이 있다는 비현실의 현실이 역설적이었습니다. 핵발전소가 있는 나아리 해변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원자력안전법에 의해 사람들이 출입도 거주도 할 수 없는 지역을 표시한 초록색 펜스 안으로는 솔밭으로 이루어진 공원도 있었습니다. 주말이 되면 그 솔밭으로 사람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숙박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 펜스 안에는 월성 핵발전소 홍보관도 있었습니다. 월성 핵발전소 홍보관 앞에는 나아리 주민들이 집단이주를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 농성장도 있었습니다. 농성장은 ‘2021일’을 맞고 있었습니다.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 경주와 월성 핵발전소를 방문하고, 간절곶에서 성무일도를 바치는 수녀님들의 모습. ©장영식

수녀님들은 경주역 앞과 월성핵발전소 그리고 나아리 주민들의 농성장을 방문하고 뜀박질하는 심장 소리를 진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무거운 마음을 안고 부산으로 오는 길에 한반도에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간절곶을 들렀습니다. 간절곶에 온 수녀님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성무일도를 바쳤습니다. 마치 갈릴래아 호수 앞에서 기도를 드리는 예수님의 모습처럼 거룩했습니다.

▲ 수녀님들은 간절곶에서 꽃반지를 만들었다. 마치 하느님께 바치는 서약의 꽃반지 같았다. ©장영식

수녀님들은 클로버꽃으로 꽃반지도 만들었습니다. 마치 하느님께 바치는 서약의 꽃반지 같았습니다. 수녀님들은 바위 위에 핀 꽃을 보고 놀라워했고, 대륙의 끝인 포르투갈의 호카곶 카보다호카에 있는 기념비를 그대로 만든 곳에서 경주와 월성에서 겪은 아픔을 치유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카보다호카 기념비에는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란 글이 새겨 있었습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이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도 실린 글입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장영식 사진작가  hanion@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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