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노래하는가? 노리는가?  

 

어쩌면 우리는 그런건지도 몰라
어쩌면 통일이 어쩌다 얻어걸리는 그런 것이라 믿는지도 몰라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하던 강남좌파도
천민자본주의를 비난하던 그냥 좌파도
이제는 각자도생 자본주의 첨병이 되어 살아가잖아
모두가 다 산다는 이유하나면 되니까
그래 나는 며찰전부터 그 길 위에서 자본주의 서생이 되자고 자본을 노략질하듯 
허망한 낚시대를 들었지.
강에 던진 게 아니라
남녘 사람들 심장에 던졌지
강남 사람 욕하며 강남을 배워야 산다고
마치 조선일보 욕하며 방가에 기생하는 지식인들처럼
그렇게 6. 15공동선언 기념일이 20주년이 되어 죽고
10.4 선언, 판문점선언, 9. 19합의도 다 죽어가는데
우리는 그저 그 기념일만 챙기며 70년 넘게 동족의 목을 조이는 유엔제재도 미제국주의자들의 간악한 제재에도 먼 산 불보듯 강 건너 불보듯 그러면서도 착실히 기념일만 챙기며 허허실실 낙관의 세월을 살지. 이제라도 알아야지. 그 허허실실 다가오는 기념일들이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는 아편 같은 것이라는 것을, 이제라도 알아야지. 묶인 북녘 동포의 손발과 숨 줄을 놓아야할 만큼 깊이 조인 목덜미를 풀어내야지. 그래야 통일의 노래를 부를 수 있지. 그래야 우리가 노리는 통일을 이룰 수 있지.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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