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으라, 회고록엔 평양북미정상회담 전망이 숨어있다.

<시사꽁트> 단독입수, 볼튼의 새로 쓴 회고록

프롤로그

내 회고록 한반도 부분은 싱가포르북미정상회담 이후 내가 미국 내외 반북세력들과 함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해를 위해 얼마나 집요한 활동을 벌였으며 그 결과로 하노이회담을 어떻게 결렬시켰는지를 보여준다. 정교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내 의도에 빠지지 않기 위한 방책이지만 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평양에서의 3차북미정상회담 전망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묘하게 왜곡되고 또한 숨어 있어 잘 보이지 않을 수는 있다.

거짓말을 찾으라

회고록에서 난 많은 거짓말을 했다. 나의 거짓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중 행여 태클을 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필시 외교의 ABC를 모르는 사람이다. 권모와 술수 그리고 왜곡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게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외교전선이쟎는가.

대표적인 거짓말을 꼽으라면 북미정상회담을 한국이 만든 것이라고 한 거다.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간혹 사용하곤 하던 말을 빌리면 이른바 ‘1타3피작전’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한꺼번에 까는 데에 그 보다 더 좋은 작전은 없었다. 거짓말은 가능하면 교묘하면서도 촘촘하게 만들었다. 예컨대, 문재인이 4월 28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 ‘김정은에게 1년 내 비핵화를 할 것을 요청했고, 김정은이 동의했다’는 말 같은 경우다.

내가 회고록에 거짓말을 집어넣은 건 심심해서가 아니다. 실력에 바탕해 잘난 척 해야만 되는 게 미국 사회 주류세력의 전반적 특성이다. 생존방식이기도 하다. 그를 위해서였다. 또 돈을 많이 벌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책 판매량을 늘리는 게 다가 아니다. 이후 강연료를 쏠쏠하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철학과 정치관이 반영된 정치적 목적이었다. 한국이 북과 가까워지면서 한미일공조에서 빠져나갈 것이기에 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남북을 이간질 시키는 것에 방점을 자주 그리고 세게 찍은 이유다. 간단히 말할 수 있다. 미 주류사회와는 ‘케미’가 맞지 않는 트럼프와 위원장 그리고 문재인을 동시에 까기 위해 난 회고록 곳곳에 거짓말을 수두룩하게 박아놓은 것이다.

우리그룹은 싱가포르북미정상회담에서 패배했다.

걱정이 많았다. 싱가포르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이 한미연합훈련 ‘맥스 선더’에 대해 크게 반발을 했을 때 트럼프가 ‘많은 돈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을 거스르는 것이기에 하지 말아야한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가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고 했을 때부터 꽤나 거슬렸던 기조였다. 가장 크게 거슬린 건 뭐니 뭐니 해도 트럼프의 북에 대한 유화적인 관점과 입장이었다. 트럼프는 우리 그룹이 오래 전에 짜 탄탄하고 실속있게 운영해온 외교안보정책에 수시로 침범해들어와 질서와 체계를 어질러놓곤 했었다. 덩달아 내 속도 뒤집어지곤 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국정철학 그리고 여기에 결부되는 트럼프 특성인 순간적 충동이 아니었다면 싱가포르북미정상회담은 사실상, 없었을 것이었다.

북미정상회담이 결정된 상황에서 작업에 본격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익히 잘 짜여져 그 효용성이 입증된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이었다. 부리기 만만한 정의용 안보실장을 챙기고 들어가는 것으로 그 첫 시작을 떼었다. 정의용을 워싱턴으로 부른 건 2018년 4.27판문점 선언이 있기 몇일 전인 4월 12일이었다.

“북이 말야,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미-일 균열을 유도할게 뻔해. 막야야돼”

“어떻게요?”

“비핵화 논의를 피해야 되는 것이야”

청와대로 돌아간 정의용은 24일, 판문점선언에 비핵화 문제가 구체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화로 알려왔다. 선언문이 2쪽짜리일 것이라고 하면서였다. 안심이 됐다. 전략가인 나의 지침을 정의용답게 제대로 수행해준 것이었다. 김종현 만큼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신뢰를 줘도 될 듯 싶었다.

이어 일본의 야치국장을 불렀다. 언제라도 최고 믿음이 가는 녀석이었다. 녀석은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 6자회담에서 합의한 ‘행동 대 행동’ 방식이 북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는 먼 미래에 배치하여 지연(dragging out)되는 반면, 경제적 지원은 먼저 하는 것이므로 오직 북에만 이롭다는 걸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확고했다. 우리 그룹 중에 누가 맡아 작업했는지 모르지만 타국에 나의 입장과 똑같은 사람이 많다는 건 아무래도 행복한 일이다. 안철수를 포함해서 말이다.

“무조건, 북의 비핵화 조치가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비핵화는 2년 내에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야야야!”

“왜요?”

“왜, 허접하게 빈 틈을 보이고 그래! 그 무슨 얼어죽을 2년이냐구?”

녀석의 어깨에 손을 얹고 리비아의 경험을 조곤조곤 이야길 해주자 녀석은 그때서야 제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아, 네네네. 죄송합니다. 6~9개월로 고치겠습니다”

녀석은 빠르고 훌륭했다. 녀석의 훌륭함은 4월 18일 미일정상회담에서 있었던 아베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트럼프 별장 마라라고에서 아베는 트럼프한테 ‘6~9 개월 내 비핵화 완료’를 주문한 것이다. 수치까지 틀리지 않고 아베가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아치의 작업이었을 것이다. 마라라고에서 아베는 더 깊게 들어갔다.

‘북과의 합의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란 핵 합의와는 달리 엄격하고 실제적인 합의가 되어야 하며 탄도미사일의 경우 ICBM과 함께 일본에 직접 위협이 되는 중·단거리 미사일도 폐기되어야한다’고 한 것이다.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까지 언급을 하다니. 거칠 게 없어 보였다.

아베는 한 걸음 더 들어가 생화학무기 폐기까지 강조했다. 아베에게서 느낀 건 전율이었다. 승리감에 젖을 때 경험하곤 하는 그 전율말이다. 아베는 내 말을 교과서처럼 아니, 그 무슨 주술처럼 암송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베는 머리가 좋고 행실도 영리했다. 나를 둘러싼 우리 그룹들이 군산복합체를 정점으로 의회를 공화당 민주당 할 거 없이 일사분란하게 주도하고 있는 주류정치인들과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WP나 NYT, CNN 등 주류언론 그리고 실력 있는 수많은 싱크탱크들의 끈끈한 집합체라는 걸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아베는 이른바, 딥스테이트(Deep State)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게다. 그만큼 아베는 확고했다. 트럼프 앞에서 ‘위원장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한두번만 하지 않았으며 트럼프에게 ‘오바마보다 더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할 것’을 주문한 것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아베는 다른 자리에서도 ‘부시 대통령이 북을 악의 축에 포함하였을 때 북은 매우 당황했다’면서 ‘북에 대한 최고의 레버리지는 군사적 압박’이라고 강조하는 걸 잊는 법이 없었다.

영리한 만큼 이용만 할 수는 없었다. 나도 줄 건 줘야했다. 트럼프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강조해 거론하는 것에서 아베와 아치는 내 손길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필시, 보상받았다는 느낌도 가졌을 것이다.

싱가포르회담은 성사되기 까지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트럼프는 회담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종전선언을 ‘언론 점수를 딸 기회’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막아야했다. 폼페오를 바로 만났다. ‘종전선언 대가로 핵·미사일 신고를 공동성명에 포함시켜야한다’는 내주장을 폼페오는 흔쾌히 동의를 했다. 작전은 어렵지 않게 전개됐으며 성공했다. 종전선언이 회담장에서만 언급됐을 뿐 공동성명에까지는 오르지 못했던 이유다.

폼페오와는 그렇듯, 죽이 잘 맞았다. 폼페오는 어쩌면 나보다 더 할지도 몰랐다. 다만 내가 거침없는 것에 비해 폼페오는 잘 드러내지 않았다. 야심가다웠다. 그렇지만 강할 땐 강했다. 트럼프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과거 오바마가 이란 핵합의를 비준하지 않은 것과 대조하면서, 북과의 핵 합의에 상원 비준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폼페오는 내게 "그는 완전 거짓말쟁이(he is full of shit)”이라는 쪽지를 건네는 것으로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씁쓸한 경험도 적지 않았다. 김위원장이 더 이상 핵시험은 없을 것이며, 불가역적 방법으로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을 때 트럼프가 즉시 “한미 군사훈련은 돈과 시간낭비”라며 한미 군사훈련 취소를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동의하지 않는 장군들을 무시하고 협상하는 동안은 훈련을 중단할 것’이라는 부가설명도 했다. 그리고는 “김위원장이 미국에 많은 돈을 절약해줬습니다”라고 너스레까지 떨었다.

“미국이 더 이상 북의 위협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트럼프와 김정은 두 사람 중 누구 책상 위에 더 큰 핵단추가 있는지 비교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위원장은 활짝 미소를 짓고 그렇게 이야기하며 동석한 김영철 부위원장과 함께 호탕하게 웃었다. 난 상한 햄버거를 씹은 표정으로 그 고통을 내내 감내해야했다. 폼페오도 표정관리를 하기는 했겠지만 삐져나오는 씁쓸함은 감추지는 못했다. 트럼프는 김위원장에게 그렇게 낚였다(hooked). 김위원장이 트럼프에게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고, 트럼프가 “아주 명석하고 비밀스럽지만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하는 것에 이어져 터진 일이었다. 위원장은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끝나게 될지에 대해 짧고 강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위험 부담을 미국에 지워서 소기의 목적을 관철시켜낸 것이다.

우리그룹은 그러나 하노이북미회담에서는 이겼다.

싱가포르북미정상회담 이후 난 전략을 신속히 바꿨다. 패배를 인정하고 만회를 할 작정이었다. 북미공동성명이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체적인 이행표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에 진력했다.구체적으로는 2차북미정상회담을 지연시키거나 결렬시키는 것이었다.

내작전을 알아채리기라도 한것이었을까? 트럼프는 김위원장이 8월부터 ‘연애편지’라 불리는 친서를 보내 “곧 만나자”고 제의를 했다면서 후속 회담을 서두르는 눈치였다. 9월엔 김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기도 했다.

“하찮은 작은 나라 독재자가 쓴 편지잖습니까”

트럼프에게 난 그렇게 대들었다. 정공법이었다. 트럼프 역시 정공법으로 맞대응을 했다. “당신은 위원장에게 왜 그렇게 적대감이 많으냐”고 했으며 폼페오에겐 “11월 중간선거 이후 위원장을 만날테니 전화를 걸어 요청하라”고 지시를 한 것이다. 의외였다. 역공에 당했다는 느낌이었다. 거칠면서도 동시에 미끈거리는 콧수염을 한참 동안 만지는 것으로 ‘마인드 콘트롤’을 했다. 내가 브레진키나 키신저만큼은 못돼도 전략가로서의 능력을 본격 발휘해야겠다고 크게 맘을 먹은 건 그때였다.

하노이북미정상회담은 ‘영변 핵시설 해체’ 대 ‘2016년 이후 채택된 유엔제재 해제’로 흘러가고 있었다. 허용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대로 뒀다간 하노이회담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실행표를 마련하고 말 터였다.

나와 우리 그룹들은 비밀리에 자주 만났다. 심각하게 토론을 했으며 정교한 작전을 세웠다. 트럼프로 하여금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차선은 조용히 끝내되 공동성명 채택을 무산시키는 것이었다. ‘유엔대북제재 일부 해제’ 대 ‘북 핵·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전부에 대한 신고’를 의제의 전선구도로 확정했다. 언론에서 말하는 CVID였다. 핵심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북핵문제 해결은 북핵을 빌미로 북을 무장해제시키는 게 그 본질이다. 리비아처럼 말이다. 패전국한테 처럼 모든 전략무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신고하게 하고 폐기할 구상을 내놓으라고 해야되는 것이다.

당면목표인 북미협상을 깨기 위해 트럼프를 만날 때마다 “영변+알파와 대북제재부분 해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미국에서 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며 대선에 패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주술처럼 들이댔다. 그리고는 준비된 작업으로 돌입했다. 아베를 돌격대로 세웠다. 아베의 임무수행은 역시 훌륭했다. 나무랄데가 없었다. G7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전에 워싱턴을 일부러 들리라고 한 걸 넙죽 받은 것부터가 남달랐다.

“북에 과도하게 양보하지 마십시오”

제재 유지가 중요하며 시간은 미국 편이라면서 아베는 그렇게 말했다. 또 다시 전율을 느낀 건 하노이 노딜이 답이라면서 트럼프에게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 돼달라고 한 대목이었다. 문재인이 아베의 반에 반만큼이라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나중에 폼페오가 남북관계 개선을 막고자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어 비건 대표한테 족쇄로 채우게 한 것은 그런 차원이었다. 해리스 대사를 시켜 ‘문재인이 종북세력에 둘러쌓여 있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로 같은 맥락이었다.

난, 옛날 구소련과의 레이캬비크 회담장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는 영상을 구해 가장 좋은 시간을 택해 트럼프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건을 공격했다. 정공법으로 접근, 합의문 초안을 보이콧했다. 비건이 스탠포드대 연설 때 ‘점진적 접근’을 언급한 것을 강력히 즉, 욕을 섞어 비난하면서다. ‘국무부 협상팀이 합의에 대한 열의와 홍보에 너무 도취되어 통제 불능에 빠졌다’는 언론플레이도 했다. 또한 펜스 부통령과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그리고 밀러 정책보좌관에 사람을 보내 합의문 초안을 채택하지 못하도록 압력도 넣었다. 후커 보좌관에 대해선 하노이로 가는 도중 “트럼프의 사전 양보만 열거해놓고 대가로 북은 또 다른 모호한 비핵화 성명만 넣은 것”이라고 후려쳤다.

내 작업의 꽃은 민주당 수뇌와 연계해 코언 변호사 청문회를 하노이회담 날짜와 정확히 일치시킨 것이었다. 트럼프는 청문회를 보느라 국내도 아닌 타국 하노이에서 밤을 새웠고 눈은 벌개졌다. 전략 적중이었다. 트럼프는 그 다음날 충혈된 눈으로 웃으면서 회담장에서 조용히 걸어나왔다. 난 환호했다. 우리 그룹은 물론 아베까지도 함께 승리의 박수를 쳐댔을 것이다. 고마운 사람이 있었다. 폼페오였다. 하노이 협상에서 기본 신고를 재차 강조하고, 왜 경제제재를 포기해선 안되는지를 강조한 내 주장을 죄다 받아들여줬던 것이다. 폼페오에 대한 작업을 누가 혹은 어디에서 했는지 난 모른다. 사실 알아도 말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폼페오는 차차기를 노리는 야심가이기 때문이다.

난 승리했다. 하지만 걱정이 다 가시지는 않았다. 트럼프가 ‘하노이 노딜’ 이후 한달 쯤 지난 뒤부터 하노이에서 자신이 너무 강하게 나갔던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또 다시 “우리는 전쟁에 10센트도 쓰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했으며 또 대북제재를 어겨 미재무부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회사 2곳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싶다고도 했다.

난 멀베이니 비서실장과 함께 트럼프를 만류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완강했다. 김위원장과 협상을 해야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역정을 냈다. 그리고는 북이 한 개 이상의 핵시설을 철폐하고, 미국과 또 한 차례의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북은 트럼프 자신을 좋아하지만, 펜스, 볼튼, 폼페오는 싫어한다고 하면서 크게 웃었다. 트럼프의 역정은 아베에게로도 향했다. 북에 대한 제제를 완화할 이유가 없으며, 북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아베한테 제재 때문에 북이 어렵다고 하면서도 북이 핵시험과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으므로 개의치 않는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6.30판문점 회동이다. 그러나 그 이후 북미간엔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 저절로 그리 된 것은 아니다. 나를 비롯해 미국 내 온갖 반북세력들과 그 핵심으로 여겨지는 폼페오 등이 집요하고 완강하게 작업을 한 것에 대한 결과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난 해고되기는 했다.

“교착국면이여 주욱 지속되라” 그게 나의 바램이다. 그러나 백악관에서 나와 회고록으로 떼돈을 벌게 될 지금도 나의 걱정은 지속되고 있다.

북은 핵보유 전략국가다.

북은 미국이 인정하지 않은 것과 상관없이 엄연히 핵보유 전략국가다. 실력에 있어서는 영국과 프랑스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에 기초해 북이 걸고 있는 드라이브는 사실, 강력하고 세련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전략가로서 하는 말이지만 최근에 구사하고 있는 전략전술만 봐도 기가 막힐 정도다. 문재인 정부를 쳐 미국을 치려는 것이다. 전례 없이 강력한 대남공세는 대미공세를 그만큼 강력하게 하겠다는 것을 알려주는 전주곡인 것이다.

단정컨대, 북은 머지 않아 ICBM 최첨단화를 비롯해 새로운 잠수함 진수와 새로운 SLBM을 선보이는 대미공세에 나설 것이다. 그 대미공세에서 정점은 새로운 SLV이다. 계획적으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켜 우리를 코너로 몰아댈 것이다. 에스퍼 국방장관이 예고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있기 전인 8월 안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무서울 수 밖에 없다. 북의 대미공세란 게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김위원장이 작년 말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충격적 실제 행동’과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여주는 극강의 대미공세를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괌 포위 사격훈련’이나 ‘태평양 상에 수소탄 시험’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탄두 내지는 EMP를 장착한 ICBM 등이 창공을 솟구치게 된다면 우리 그룹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현실적으로 없다. 지금의 트럼프도 혹은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내지는 대선에 성공한 바이든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추정이 아니며 예상도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

에필로그

반제평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은 솔직히 까놓고 말한다면 적이기는 하지만 대단한 지도자다. 세계적이고 또 세기적이다.

실력 있는 전략가로서 전망컨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구체적인 일정표를 내올 평양에서의 3차북미정상회담은 필연이다. 사실, 내 역할은 하노이 회담을 결렬시켜 미국이 한반도에서 손을 뗄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늦춘 것일 뿐이다. 그 누구도 흘러가는 세계적 정세흐름을 막을 수도 돌려놓은 수도 없다.

난 머지않아 애리조나 강가의 한적한 곳을 찾아 낚시를 하게 될 것이다. 중국 두보 시집을 읽으면서 말이다. 나의 퇴장은 미국 내외의 반북세력의 퇴장을 의미한다. 그때, 한국의 통일일꾼들이여, 장수 막걸리 몇병 들고 놀러들 오시라. 그리하여 나를 비롯해 폼페오에게 아베에게 그리고 김종현을 필두로 정의용 강경화 등 '검은 머리 아메리컨'들에게 술 한 사발씩을 따라 주시라.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한성 시민통신원  hansung6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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