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어찌 지내는지 안부를 묻습니다. 요즘도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억울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지는 않는지 모르겠군요. 그래요, 인생이란 그런 것이겠지요.

K형! 현직에 있을 때 잘 나가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기업에서 임원까지 오른다는 게 실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인간관계가 좋아야 함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관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사기업체라 하더라도 임원이 되려면 관운이 있어야 한다는 어느 명리학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퇴직을 한 후에 어느 단체의 이사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멀리서 그 소식을 접한 나로서는 조금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K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퇴한 후에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봤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 도전하여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그리 말리지는 않았습니다.

▲ 커뮤니티

권위적인 지위에서 지시만 내리면 일사천리로 업무가 진행되는 기업에 근무하던 체질이 단체에서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었지요.

그래서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인생에 대해 이렇게 읊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삶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은 난폭한 것인가' 

그렇다고 불면의 밤을 이어가며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모욕감을 느끼게 한 자들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미 그 단계는 극복했으리라고 봅니다.

이제 평가는 역사에 맡기는 게 어떨까요? 당장은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그 힘든 과정이야말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인생의 교훈일 수 있을 테니까요. 인생은 잘 나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이제 실감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삶이라고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히 쉬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이제 코로나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고 여름은 여지없이 다가오고 있군요. 올 여름 장마는 예년보다 한 달은 빨리 다가오는 듯합니다.

일간 서울 올라가면 막걸리 한 잔 마시며 지난날을 돌이켜 보고 파안대소를 나눌 날이 있기를 고대합니다. 부디 몸 건강 마음 건강 챙기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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