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功成而不居, 공을 이루었으면 머물러 있지 말라'

정우열 주주통신원l승인2020.07.01l수정2020.07.0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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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 벌써 오후 3시가 다 됐네. 어제 주말이라 손자. 손녀가 자고 갔네.

오전 11시 교중미사 마치고 점심 챙겨 먹었네. 그러다 보니 안부 늦었군. 많이 기다렸지?

참! 우사, 지난 번 내가 자내에게 안양동헌시에 차운(次安養東軒詩)한 이원(李原)의 시 소개했지.

獨坐東軒望碧山,
禪宮隱約白雲間
乞身何日尋僧去,
臥聽松風特地寒

난 그때  셋째련 "乞身何日尋僧去" 중 '乞身'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네.  생소한 단어여서 그랬네. 혹 '걸신 들렸다'는 말과 연관이 있나 하여 그걸 가지고 해석해도 매끄럽지 않았네. 한참 애먹다 결국 검색해 보니 "나이 많은 신하가 벼슬을 내놓고 그만 두기를 임금에게 원하는 것"이라 했더군(네이버). 비로소  해석이 됐네.

헌데, 우사!  당시에는 이 용어가 일반적으로 상용된 거 같더군. 70이 넘으면 벼슬자리를 그만두고 물러나 고항으로 내려가 여생을 보내려는 게 하나의 미덕이었네.

허나, 요즘은 높은 공직에 있다 은퇴 하고도 다시 사기업체나 관련단체의  높은 자리에 머물고자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네. 그러니 요즘 사람들이 어찌 '乞身'이란 말을 알 수 있겠나?!

우사, 난 오늘 성당에 가는 길에  문득  그 '乞身'이 생각나면서  <노자>의 '功成而不居'가 떠올랐네.

▲ 노자      사진 : 위키피디아

이 글귀는 노자 <도덕경> 제2장에 나오는 말일세. 거기에 보면 "萬物作焉而不辭, 生而不有, 爲而不恃, 功成而不居, 夫惟不居,是以不去"라 했네.

무슨 뜻이냐 하면,  ‘만물을 이루어 내되 그 가운데 어떤 것을 가려내어 물리치지 말고, 낳고는 그 낳은 것을 가지지 말며, 어떤 일을 하고는 그 한 것을 뽑내지 말며, 공을 이루었으면 이루고 나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말라. 머물러 있지 않음으로써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일세.

다시 말하면 하느님은 만물을 창조하였지만 그 만물 중에 어떤 것을 따로 골라내어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고 하시지 않으신다(萬物作焉而不辭). 그저 모두에게 평등 할 따름이다.

자식은 자기가 낳았지만 자기의 소유물이 아니다(生而不有). 그럼에도 우리 주위에서는 자식을 마치 자기의 소유물인양 자기의 뜻대로 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또 조그마한 일을 하나 하고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다던지 신문이나 방송 따위를 통해 자기선전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爲而不恃)

공이야 사람들이 살다 보면 작은 공이든 큰 공이든 세우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공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지 말라(功成而不居). 공이란 자기 것으로 움켜 잡는다 해서 자기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잡으려고 해서 놓쳐버려 잃게 된다. 기껏 공을 세우고도 욕심 때문에 그 공을 깨뜨린 경우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머물지 말라(不居)"라 했네.

곧 나를 버리라는 뜻일세. 우리는 '나'라고 하는 이 몸이 '참나'(眞我)인 줄 아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나는 참나가 아닌 '가짜나'(假我)인 것일세. 우리 몸속에 하느님을 모시고 있으면서도 억겁을 통해 쌓아온 때(垢)에 가려 하느님을 보지 못하고 있다네. 두터운 '업의 비늘'을 훌훌 벗겨버릴 때만이 우리는 하느님을, 아니 부처(佛性)도 늙은이(道)도 모두 만날 수 있단 말이지.

우사, 이것이야 말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영생(永生)의 길이 아니겠는가?!

功成而不居! 공을 이루었으면 머물러 있지 말라!

우사, '乞身'을 이야기하다 이야기가 노자의 '功成而不居'에 까지 이르렀네. ㅎㅎㅎ^^

우사,  '功成而不居' 이 <노자>의 글귀는 내가 평생 좌우명으로 삼는 글귀일세.

아이구! 벌서 시간이 4시를 훌쩍 넘었네.

좀 쉬었다 서늘하면 강변 걸어야겠네. 굴원의 어부사 읊으며...

滄浪之水淸兮어든 濯吾纓하고, 滄浪之水濁兮어든 濯吾足하리라!


김포 여안당 간산루에서 한송이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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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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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호 2020-07-02 11:21:54

    오늘 아침 어떻게 사는 삶이 잘 사는 삶일까 생각해봅니다.

    더 좋은 음식, 집, 그리고 차를 얻고자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삶.

    하지만 정우열 통신원은
    '이루었으면 떠나라!'고 합니다.
    功成而不居!

    마음의 욕심을 내려놓으면 신록의 자연이 가슴에 담아질까요?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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