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갑의 횡포, '한류문화창조기업' 위상에 걸맞나?

전쟁, 포레스트검프, 파독광부와 간호사, 아버지, 정주영, 그리고 배우 오달수. 2014년, 천만을 넘어 1426만이 선택한 영화 <국제시장>의 소재이다.

그리고 2009년, 김창의 감독의 한국콘텐츠진흥원 기획창작아카데미 졸업작품 <차붐, 차범근과 파독광부 이야기>(이하 <차붐>)의 소재였다. 2009년 당시 기획창작 아카데미 강사였던 2명은 현재 국제시장 제작-배급사인 CJ E&M의 공연부문과 음악부문 CFO, 최종 의사결정권자이다.

게다가 김감독은 이미 2009년 CJ E&M측에 이미 <차붐>의 기획서를 제출했다. 문화로 세상을 흔들고, 국가경제에 기여한다는 모토를 가진 CJ는 무명감독의 작품을 표절한것으로 보인다. 젊은 창작자의 창작의욕을 꺾고, 그 컨텐츠의 수익을 편취하는게 '세상을 흔드는것',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의 의미라면 CJ는 창조경제의 발목을 거는, '메르스를 능가하는 올무'이다.

영화표 사재기 행위는 암묵적으로 성행한다.

초반부터 스코어가 좋았던 작품들의 경우, 최종 기록에 민감하기에 막판으로 갈수록 티켓 판매곡선이 튀는 기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물론 그 티켓의 대부분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가곤 하는데 이는 극장에서 영화를 내릴무렵, 배급사의 비용 발생이 커지는 주요 원인이다.

빈곤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거나 그나마의 용기도 내지못해 아사하는 우리 컨텐츠 산업 하부구조의 기형성을 돌아봤을 때, 그리고 미래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봤을 때 '관객수 신기록 달성'은 정말 무가치한 숫자놀음인 것이다. 그럴 돈이 있으면 젊은 작가들 끼니라도 챙겨줘야 '미래를 담보하는 문화기업'이다.

올해 2월 22일 보도자료 기준으로 <국제시장>의 누적 매출액은 1087억4086만원이다. 매출액 가운데 부가세 10%와 영화발전기금 3%를 제외한 946억여원을 극장과 투자배급사(A투자사, 배급사, 제작사)가 절반씩 나눠가진다. 투자배급사의 몫은 473억원이 된다.

<국제시장>의 총 제작비 180억원을 제외한 순수익 293억원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6대4로 나눈다. CJ E&M등 투자사는 176억원을, 제작사인 JK필름은 117억원을 받는다. <국제시장>은 CJ E&M이 30% 이상을 투자했고 유니온투자파트너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 IBK캐피탈 등 벤처캐피탈(VC) 등이 참여했다. 176억원을 투자지분 비율대로 나누게 된다.

<국제시장> 흥행의 최고 수혜자는 윤제균 감독이 최대주주로 있는 JK필름이다. JK필름은 2013년말 기준 윤 감독이 76.5%, CJ E&M이 1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CJ E&M은 2011년 1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이 수익배분에 따르면 윤제균감독은 장물로 100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한 셈이 된다. 그리고 갑을관계상 을일수 밖에 없는 원저작자 김창의 감독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그 성공을 축하해줘야 한다.

지난 4월, 김창의 감독의 이의제기로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 절차가 진행됐다. 그 조정회의 권고안은 신청인에 대한 보상검토와 장학금 지급, 그리고 판권 구매였다. 그러나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에 CJ E&M측의 최종 거부로 종결되고 만다.

CJ가 투자해 설립한 제작사 드림웍스는 미묘한 '느낌'까지 판권으로 구매하는 기업이다. 미국의 법에는 그 이상을 소급적용해 뭔가 보여주는 문화한류의 첨병 CJ가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왜 우수한 컨텐츠를 도용하고 그 창작자를 고사시키는 정책을 취하는지 알 수 없다.

권고안은 법적 효력이 없다. 법정에 가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을'인 김감독이 최고의 로펌과 변호사들을 고용해 맞설 CJ와 어찌 맞설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세계속의 한류문화 전도사 CJ가 일말의 책임감을 갖고 진짜 우리 컨텐츠와 창작자를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의지를 가질때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 될 수 있다.

김감독의 마지막 카드는 2009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기 등록된 저작권이다. 부디 저작권법이 '겁먹은 초등학생 코묻은 돈이나 협박해 삥 뜯는 도구'가 아닌, '멋진 방패로서 갑의 횡포에 대항할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길 바란다.

/편집=최홍욱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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