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철의 혁신학교 이야기 4)개교 준비를 위하여 교사들은 방학 중에도 학교에 모여 바쁜 일과를 보냈다

▲ 신은초가 공식으로 개교를 선언하던 날, 전교생이 각 학급의 상징물을 내걸고 지역을 돌면서 '학교 개교'를 알렸는데, 그 때 풍물패들이 지역 풍물패들과 어울려 교문 앞에서 풍물 한마당을 펼치고 있는 장면이다.

2011년 당시, 새로 학교를 지어 개교가 예정되어 있는 학교는 개교 준비를 위하여 일부 교사들을 미리 선발했다. 그렇게 선발된 교사들은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오후 시간이나 방학 등을 이용하여 새로 발령 받은 학교로 가서 개교 준비 업무를 진행한다.

서울신은초등학교는 양천구 신정3동에 자리 잡고 있는 이피엔하우스 단지가 들어서면서 입주민 자녀들을 받아 11월 개교가 예정되어 있었다. 개교는 11월이라지만 학생들은 2학기 시작과 동시에 등교를 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곽노현 교육감이 서울시 교육감으로 선출되어 출범하면서 경기에 이어 서울형 혁신학교를 야심차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하는 중이었다.

은평구의 뉴타운 지역에 있는 은빛초등학교와 강동구에 있는 강명초등학교는 이미 3월 개학과 동시에 개교형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혁신학교 업무가 시작되고 있었다. 서울시 교육청은 신은초등학교를 구로구 천왕동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는 천왕초등학교와 함께 2학기부터 개교형 혁신학교로 지정하여 강서와 구로지역의 거점 혁신학교로 삼겠다는 계획이었다. 물론 양천구 지역에도 양명초등학교와 같이 개교형이 아닌 기존 학교 중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받아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들도 있었다. 당시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1년 1억 2천만 원 정도의 특별 예산을 배정해 주기 때문에 학교에 따라서는 이런 예산에 관심을 갖고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한 학교들이 많았다.

서울신은초등학교도 개교형 혁신학교라서 서울 전역에서 이 학교로 전근을 원하는 교사들을 공개 모집하였다. 당연히 초등 강서지역의 혁신학교 준비모임 교사들도 혁신학교로 전근가겠다고 지원하였다. 그런데 당시까지 서울시 교육청 전보 원칙에는 당해 연도에 다른 학교로 전출이 된 교사는 그 해에 타 학교 근무 발령을 낼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다. 그런대 혁신학교를 준비하는 교사들 중에서 그에 해당하는 교사들이 있었다. 개교형 혁신학교로 전출을 희망하는 전교조 초등 강서지회 소속 교사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서울시 교육청 혁신학교 담당자와 연락을 하여 그런 규정을 고치도록 하여 그런 차별 규정을 없애기도 하여 희망자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게 하였다.

당시 강서교육청에서는 지역의 교원과 학부모, 교육관련 단체 인사들을 중심으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신은초 발령을 희망하는 교사들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심사는 희망 교사들의 신은초 근무 희망 지원서 서술 내용에 근거를 하고, 다른 특별한 기준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안 일이지만 지원 사유를 그럴듯하게 많이 적은 교사는 뽑히고, 지원 사유의 분량이 적고 내용도 적극적이지 않은 교사들은 심사에서 탈락하였다. 이런 사실들은 나중에 신은초로 발령을 받고 가서 지원했던 교사들의 후일담을 들어 알게 되었다.

▲ 신은초에서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모여 '신은교육포럼'을 만들어 우리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과 함께 혁신 신은초의 비전을 만들고 보완하는 활동을 한 달에 한 번씩 했다. 그 포럼 활동의 모습이다.

서울시 교육청 인수위에서 활동하는 이모 교사한테서 연락이 왔다. 교장과 교감 발령을 내야하는데, 혹시 주변에 혁신적인 교장 후보가 있으면 추천하라는 것이다. 당시만 하여도 학교장들이 큰 권력이나 되는 것처럼 교사들 위에 군림하는 분위기라서 소위 어렵게 간 그 자리에서 구습을 벗어던지고 군림하지 않은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교장 후보들을 물색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교장 자격이 없는 교원이 교장 발령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추천 제안에 대하여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신은초 교장 공모를 통하여 선정하였다고 한다. 신은초 교장으로 지원한 사람 중 북부교육청 장학사와 강서지역의 월정초등학교 용00 교감이 최종 후보로 올라갔다고 한다. 두 사람 다 여교사들이다. 곽노현 교육감의 최종 면접에서 용00 교감을 교장으로 임용했다. 신은초 교감으로는 강서교육청에서 장학사가 발령을 받고 왔다.

월정초의 용00 교감이 신은초 교장 발령을 받으면서, 월정초 교장은 교사들에게 혁신학교인 신은초로 가서 용00 교장을 많이 도와드리라고 하여 월정초에 근무하던 교사들도 여러 명이 신은초로 지원하여 온다.

서울의 강명초라든가 은빛초와 같은 개교형 혁신학교들은 전교조 교사들이 대거 전입해 들어갔다. 이런 학교에서는 교장이 나서서 학교 운영을 일일이 간섭하지 못했다. 일반 학교에서는 학교장이 교감과 부장교사들을 시켜서 교사들을 통제하고 간섭을 했는데, 개교형 혁신학교에서 소위 교장의 말발이 별로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개교형이 아닌 기존의 학교 중 혁신학교로 지정이 된 곳은 여전히 교사들의 발언권이 약했다.

▲ 신은초가 개교하던 날 1학년 어린이들이 무대에 올라 꼭두각시 공연을 하면서 개교를 자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은초는 31학급, 502명의 학생들로 개교를 하였다. 그렇지만 불과 3년 만에 1,200명이 넘는 학교로 비대해진다. 교원들은 교장, 교감 외에도 교과전담 교사 등을 포함하면 40여 명의 교사들이 발령을 받고 갔다. 거기에 행정실 직원, 영양사 등 급식실 직원 등 학교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까지 포함하면 60여 명의 교직원으로 개교 준비를 하게 된다. 방학이라지만 별로 쉬지도 못하고 대부분 교사들이 출근을 하여 개교 준비에 바빴다.

아이들이 공부할 책걸상에서부터 도서실, 관리실, 과학실, 실과실 등 부속시설들에 필요한 집기들을 마련하여 들여와야 했다. 행정실은 행정실대로 이런 업무에 바쁘고 교사들은 이미 잘 나간다는 서울과 경기 지역 학교들을 방문하여 벤치마킹을 하기 위하여 동분서주 하였다. 도서실의 장서들을 구입해야 하는데, 예산은 한정되어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도서실을 어떻게 잘 꾸며 아이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찾는 도서실로 만들까 하는 고민들이 많았다. 이런 고민은 과학실, 자료실, 실과실, 음악실, 방송실 등 부속실에 필요한 집기며 학습 용구를 마련하는 등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학교 시설을 마련하는 일은 물론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혁신 신은초의 교육의 목표와 내용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 학교의 경우는 다른 학교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여 부분적으로 수정을 하여 교육과정을 마련하면 되지만 신은초는 혁신학교이기 때문에 기존의 사례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해서 속된 말로,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서울 여러 지역에서 모인 교사들, 혁신학교에 대한 개념과 상도 잘 안 잡혀 막연히 전입온 교사들과 관리자들, 이들이 모여 한 울타리 안에서 하나의 뜻을 세우고, 그 뜻을 펼치기 위하여 역할 분담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런 이질적인 요소들을 섞어 모아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내기 위한 교육혁신 철학, 생각의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 혁신학교는 교사와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학부모들도 같이 했다. 학부모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모아내며, 그들도 교육의 주체로 세워 교육활동에 참여하게 하였다. 사진은 신은초록동아리 소속 학부모가 예절 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전입온 교사들 간에 서로 인사를 나누는 등의 형식적인 일들이 끝나고 이제 혁신 신은초의 철학과 골격을 세워내기 위한 기초작업에 착수해야 했다. 혁신학교 운동의 필요성과 사례, 방향 등 먼저 발을 내디딘 사람들을 불러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북유럽 교육의 전문가인 안승문 전 서울시 교육위원, 곽교육감 인수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범 교육전문가, 공모교장으로 선출되어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는 상원초 이용환 교장,  이미 기존에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운영이되고 있는 서울강명초의 이부영 교사라든가 은빛초의 정기훈 교사 등을 초빙하여 혁신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양평의 조현초등학교라든가 은빛초 등을 방문하여 학교 탐방을 하였다. 

이런 여러 차례의 연수를 통하여 혁신학교의 흐름을 잡아나갔다.  이런 연수 속에 8월 8일에는 혁신 신은초의 교육의 방향을 잡아내기 위한 교사들 논의를 조직하기 위하여 내가 발제를 하게 되었다. 32쪽에 달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혁신 신은초의 교육비전’이란 제목의 약간 긴 발제문을 가지고 논의의 불을 당겼다. 발제의 내용은 이미 경기도에서 추진해 오고 있는 혁신학교들인 양평 조현초 교육, 남한산초등학교 출신인 성남 보평초 서길원 교장의 혁신학교 상, 서울의 강명초와 은빛초, 상원초 등의 교육 비전을 많이 참고를 하고 평소 내가 그리던 혁신학교의 상을 중심으로 발제를 하였다.

교장이나 교감이 혁신학교로 발령을 받고 왔지만 그들도 혁신학교에 대한 경험도 없고, 혁신학교에 대하여 연구도 없는 상태라서 그야말로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심정으로 접근하였다. 나의 '혁신 신은초의 교육비전' 발제에 대하여 별 의견이 없었다. 나는 신은초 교원들 중 나이가 제일 많았다. 정년을 4년 6개월 남겨두고 있었다. 학교장은 나이가 1년이 어리기 때문에 항상 나를 부를 때는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교감은 서울교대 한참 후배이지만 사전에 사적으로 아는 바는 없었다. 그는 승진에 매달려 장학사, 교감 등의 승진 코스를 착실히 밟아온 사람이었다. 나는 전교조의 여러 직책을 거치고, 생태, 환경교육 운동에 앞장서고, 전교조의 참교육 운동에 나름대로 매진해온 터라 전교조가 바라는 학교의 모습, 교육 혁신의 방향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꿰고 있었다. 더구나 혁신학교 개교를 준비하기 위하여 이미 준비 모임 등을 해 왔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하여 익힌 내용들, 나의 구상 등을 섞어 발제를 하였다.

거기에는 혁신학교의 상, 혁신 신은초의 교육목표, 이런 것들을 구현하기 위한 전체 교육과정의 방향, 이것들을 구현하기 위한 교무행정 조직, 예산, 학부모 조직, 학생 자치, 교직원 문화, 교직원의 근무 등 학교 전반에 대한 민주성과 참여, 소통을 통한 모든 교육추제들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지속가능한 미래 비전을 열어가는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들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과 실천 사례들은 다음 기회에 하나하나 더듬으며 나누고자 한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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