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7일 고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 날 지은 글)

고 노회찬((魯會燦) 의원님! 이렇게 황망히 가십니까?

<2018. 07. 27.>

닮고 싶은 노 의원님! 당신께서 황망히 가시니, 제 생각이 평소에 은근히 그랬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당신을 한 번도 직접 뵌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당신께서 다른 세상으로 이사를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글을 쓰지 않는다면 사람다운 사람이 아니겠다는 자책감이 일어납니다.

<2018년 07월 27일, 故 노회찬 국회의원 국회장 영결식장>

출처: http://timeline.hcroh.org/

의원님께서 7월 23일 월요일 아침 이승을 떠났다는 소식을 독립운동 사적지를 찾아 국외 여행 차 들른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들었습니다. 관광버스 안이었습니다. 마침 그 버스에서 와이파이가 잡혔습니다. 스마트 폰으로 뉴스를 보던 아내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이 돌아가셨다.’고 조용하게 말했습니다. 내 스마트 폰으로 긴급뉴스를 확인했습니다. 그날 아침부터 당신이 우리에게서 영원히 떠나는 오늘 27일까지도 먹먹할 뿐입니다. 어떠한 표현도 찾지 못하겠습니다. 슬프고 또 슬픈 마음만이 저의 온몸에 퍼집니다.

존재하나 많은 사람에게 투명인간에 불과한 산업재해 피해 노동자, 청소노동자, 여성 노동자, 성 소수자 등과 함께 나아가고 공감하고자 하는 열정, 유머, 식견,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춘 대중 정치인! 당신 말고 그런 국회의원이 이번 제20대 국회(2016. 05. 30.~2020. 05. 29.)에 없다고 외치면, 그 말에 딱 부러지게 반발할 용기를 내는 국회의원은 누구일까요? 한번  나와 보시지요. 그런 국회의원이 한 분 만이라도 나온다면, 당신이 환생하셨는가 보다 하고 그분에게 달려가 안기겠습니다. 정말로 그런 분이 한두 분이라도 계셨다면, 당신은 저세상으로 이사하지 않으셨겠지요.

<2012년 10월 21일, 진보정의당 당대표 수락연설>

출처: http://www.hcroh.org/speech/3/

노 의원님! 만난 적은 없어도 당신의 목소리는 압니다. 절제된 말씀을 적시적소(適時適所)에 날리는 의원님의 내공, 순발력, 상황분석력, 인품을 보면서 은근히 닮고 싶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촌철활인(寸鐵活人)이였죠. 철없는 사람의 언사인 '촌철살인'(寸鐵殺人)은 철 한 조각으로 너를 죽인다는 뜻이니 당신의 부드럽고 유려한 말에는 어울리지 않죠. 촌철활인! 강철 같은 한마디 말로 기분전환을 촉진하여 사람들을 활기차게 하셨죠. 마치 예수님처럼, 중국 고대 노(魯) 나라 태생 공자님처럼, 당신이 민중의 언어로 표현한 품격 높은 비유는 이제 어디서 들어야 합니까?

옛말로 하면, 저는 당신을 은근히 사숙(私淑)한 사람입니다. 의원님은 저보다 두 살 연상이나, 재수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였기에 저보다 1년 먼저 고등학교를 졸업하셨습니다. 의원님은 젊은 날엔 현장 용접공 노동자로서, 노동운동가로서 치열하게 살았기에 책상물림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인 ‘이론 따로, 실천 따로’의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론공부도 실천도 모두 부족한 필자에게 의원님은 귀감이었습니다.

<2005년 11월 12일, ‘전태일다리’와 ‘전태일거리’ 준공식>

출처: http://timeline.hcroh.org/

의원님! 하늘에서 보시기에 생판 모른 사람의 글을 보니 당황스러우시지요. 당신이 황망히 떠나시니 내가 당신을 존경했고 응원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의 도량은 태평양에 버금가지요. 퍼내고 퍼내더라도 태평양은 조금도 축나지 않지요. 이는 당신께서 투명인간이 실존인간으로 대접받도록 심혈을 기울였던 모습에서, 당신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고 나왔던 각계각층의 남녀노소가 보여주는 말과 태도에서 드러났습니다.

26일 추모제에서 영화배우 박중훈 씨가 애절하게 읽은 추도사에서 당신이 지향하는 바가 ‘행동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실천해왔음을 알았습니다. 당신이 아우로 불렀던 박중훈 씨의 추도사를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평소에 의원님이 해주신 말씀이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행동을 잘하는 사람을 더 인정하고 존경하고, 말 잘하는 사람보다는 글 잘 쓰는 사람을 더 인정하고 존경한다고 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사람은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저에게 일러주셨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상선(上善)인 행동하는 사람은 못 되고 차선(次善)인 글 잘 쓰는 사람으로 살고자 합니다. 글을 말로 잘 풀어서 전달하고자 합니다. 삼선(三善)이 중요하지 않음은 아니니까요.

글을 쓰며 당신을 머릿속에 두렵니다. 또한 어쩔 수 없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기억하렵니다. 그 부모의 마음을 살피고자 합니다. 감정이입 하고자 합니다. 글 짓는 작업은 나를 치유하고 사회를 밝게 하는 행위로써 내게는 다른 일보다 기회비용이 적게 들어갑니다.

<2004년 05월 31일, 17대 국회 개원 첫날>

국회 본관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

(왼쪽으로부터 최순영, 노회찬, 단병호, 권영길, 천영세, 심상정 의원)

출처: http://timeline.hcroh.org/

하종강 씨는 한겨레 신문 칼럼 ‘그이가 없는 하늘 아래에서…’에서 당신을 추모했습니다. 그 끝 문장을 읽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소선 선생님께 했던 똑같은 작별인사를 노회찬에게도 한다. ‘편히 쉬세요. 남아 있는 세상은 우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 저도 어떻게든 해봐야지요. 그 ‘어떻게’가 제게는 당신에게 차선인 글 잘 쓰기입니다.

노 의원님! 부디 하늘나라에서 평화의 안식을 누리소서.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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