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작과 형태

1960년대 입사를 한 후 현장 생활에 적응하고, 결혼하여 익숙해져갈 무렵 1남 1녀의 아이들이 학교를 위해 사택에서 서울로 이사를 하자 주말, 월말 가족이 되었다.

부부로 보면 주말부부가 아닌 반달 부부이고, 아이들로 보면 월말 가족인 셈이다. 그 무렵 직장 상사로부터 마작을 배우기 시작하여 벌써 50년이 넘었다.

마작은 중국에서 기원하였고 중국어로는 맞결투 마짱(麻將)이라고 하는 일종의 보드게임이다.

사회에 나와 상사였던 직장 선배들과도 함께 즐기며 지나오다가, 지금은 90의 연세에 마작을 은퇴하신 선배에게 간간이 연락하면 마작 이야기를 묻곤 한다. 그만큼 마작은 서로 소통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현재는 고참이 된 내가 선배의 뒤를 이어 한 달에 한두 번 만나서 식사도 하고 소주도 마시고 즐기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할 수 없어서 3개월 정도 휴전(우리는 전투와 휴전으로 말한다)하다가,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배가 아직 고향에서 기계 제작회사를 운영하니 공기 좋은 청학동 그의 집에서 하기로 하고 역까지 픽업 나온 차로 처음 방문하였다.

넓은 집에 따로 출입할 수 있는 방이 하나 있는데 마작하기로는 최고의 환경이다. 가족이 드나들지 않고 커피와 먹거리도 다 준비되어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방이 있을 수 없겠다고들 흡족해하였다.

게임은 딸 때마다 일부를 저축하여 마지막에 점심값이나 저녁 해어질 때 식사 대금을 승자가 내는 형식이지만, 사실은 패자가 저녁 한 끼 내는 거와 같은 이치이다.

마스크를 쓰고 마작을 해도 모두 즐거워하고 한 게임 돌아갈 때마다 한 사람이 바뀌고 휴식하며 과거 직장에서의 이야기꽃으로 우의를 다지는 추억의 앨범이다.

일본에서 연수하던 동료, 아프리카에서 근무했던 후배, 국내와 해외에서 기술고문으로 활약했던 플랜트 기술자들이 실타래 같은 이야기를 공감하며 밤새도록 이어지는 청학동의 밤은 깊어졌다.

다섯 명이 참가하고 4명이 게임하는 동안 한 사람이 한 시간씩 취침하거나 누워서 책을 읽기도 하고, 간혹 훈수를 두다가 집중 질타를 받기는 해도 즐거운 표정은 지워지질 않는다.

의자에 앉아서 하는 게임이라 당시는 몰랐지만, 집에 와서 취침하는데 종아리에 쥐가 나서 뒤틀리는 아픔이 있었다. 7시간 할 때와는 달리 사뭇 아프다는 걸 느꼈는데 아마도 운동이 부족한 것으로 감을 잡았다. 나이 들어 친구들과 만나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두면 노후를 즐기는 데 크나큰 도움이 되리라 첨언해두고 싶다.

낮에 먹은 횟집에서의 든든한 식사와 신 후배 집에서 다리가 휘어지는 저녁 만찬으로 든든하고 즐거운 모임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 즐거운 놀이 만큼 아무래도 수명이 연장되지 않았는지 자위해 본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최호진 주주통신원  chj1959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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